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 작성자 임세헌
- 작성일 2024-05-15
- 좋아요 0
- 댓글수 0
- 조회수 355
ktx를 타고 고향에 왔어요 잠깐 졸았더니 어느새 부산이네요 아닐수도 지구는 자전하니 또한 공전하니 이곳은 어쩌면 la 아니 la는 아닌 것 같아요 이런 곳이 la일 리가 없죠 오히려 바얀자그라던가 아니면 아타카마라던가 그런 곳이 겠죠 장소성placeness이나 이동성mobility 따위의 말은 필요 없어요 오랜만에 간 바닷가엔 이상한 것들이 가득해요 백사장엔 납작한 인간의 동상이 있고 바다엔 비닐봉지 같은 해파리 그런 것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이 너무 많아 그런 것들로 다 지칭할 수 없어요 이런 느낌을 뭐라고 할까요 센티멘털리즘sentimentalism이나 페시미즘pessimism같은 건 구려요 그냥 게임을 하는 배구선수라던가 현대미술을 보는 연인이라 할게요 나는 서둘러 자리를 떴어요 구토가 치밀어 올랐어요 아니 구토를 원하는 나의 모습에 구토가 치밀었어요 부산이 무슨 죄가 있겠어요 나에게 죄가 있죠 Busan is good이니까요
추천 콘텐츠
깨진 창으로 쏟아지는총알 세례가 있고터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라틴 팝이 있지게릴라는 어디에나 있고게릴라는 모든 것을 알아빨주노초파로 색이 다른체게바라 티셔츠가 있고안톤 카스티요와 싸우는리베르타드의 다니 로하스가 있지게릴라는 이제 세상을 점령할 거야스테디셀러가 된 체게바라 티셔츠가 한줄로 세워지면 지구를 일곱 바퀴 돌겠지지구 저편의 밀림 속 게릴라들은 노래를 부르고노래는 체게바라 티셔츠 위를그들이 마셔댄 럼주처럼 흘러 갈거야그러다BOOMAk 47이 쏜 총알은알코올과 만나면 불을 붙이지세상은 이제 레볼루시옹의 한 가운데지구 어딘가에서체게바라를 입은 게릴라들이 지구를 포위 하기 시작하고일제 사격을 시작한다너도 나도리베르타드의 다니 로하스도다니 로하스를 만든 유비소프트의 직원도모두 다 게릴라야쏘자신명나게침울하게 쏘지 말고쏘자 라틴 팝처럼엉덩이를 흔들고구릿빛 피부를 자랑하며 쏘자자본주의의 왕 트럼프도하바나는 부르잖아체게바라 티셔츠를 입었지만근엄한 얼굴이 가슴에 있지만쏘자이 기분은 마치 낡은 탱크를 타고 독재자를 죽이기 위해 독재자의 동상을 짓밟는 기분허접한 총을 조준할 때 식식거리는 기분너무 긴 혁명은 짜증나니탱크를 타고 전격전을 하듯즐겁게 마침을.
- 임세헌
- 2025-02-01
한 새가 태어나는 동안다른 새가 태어난다고네가 말했다새가 태어나서무의식적으로무지하게미약하게물에 젖어서가볍게 울면다른 새도 그러하게 울겠지퍼지는 울음의미가 없는 울음새가 낳은 알처럼의미는 매끈하게 미끄러질거야남은 것은 순수한울음공명해찬바람을 타고아니 그런 것을 거스르고아니 어떠한 역학도 상관없이울음은 퍼지고사라질거야사라지기 전 찰나다른 울음과 만나찰나의 공명을 일으키고겨울 밤은금이 가고파랗게산산 조각나고조각들은파랗게빛나고하지만 찰나모든 곳에 퍼지지만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한 겨울에공기는 확실히 차고새는 태어나고찬 조각들이 번쩍하고나는 푸른 밤에손을 뻗어미약한 울음을 더듬는다너의 말보다너의 울음이나에게 오게산산조각 나는 사이에서울음으로 공명하게더듬고 싶어더듬으려 한다하지만 더듬는 것은더듬으려 하는 것은매끈한 알처럼 미끄러지고그럼에도 더듬으려 하는난 더듬을 수 밖에 없다
- 임세헌
- 2025-01-28
생일 축하해, 라고 박수를 칠 때불이 꺼졌다우린 불 끄는 걸 깜빡했다고 하며촛불을 불었고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케이크를 잘랐다불이 안 켜져불은 켜져야 할 때 켜지지 않았다우린 아파트를 돌아다녔고다들 불이 꺼졌다는 것을 알았다그리고 다들 생일이라는 것을우린 박수를 치고노래 한 소절을 불러 주었다다시 집으로 왔을 때사이렌이 울렸다북한이 쳐들어 왔고여기저기로 미사일을 쏘았다고 했다우린 자리에 앉아케이크를 나눠 먹었다잘 먹을께고마워생일 축하해우린 박수를 쳤고펑펑펑 북한은 축포를 쏘았다우리의 생일에 전국이 함성을 질렀다
- 임세헌
- 2024-12-15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