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안다는 것
- 작성자 별무리
- 작성일 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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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350
내가 아는 것이라곤,
내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과,
하늘을 호령하는 눈부신 저 원의 이름은 태양,
밤하늘을 밝히는 도무지 종잡기 어려운 빛의 이름은 달,
난 나고, 난 평생 나의 비좁은 시야로 살아가야만 하고,
내가 읽어온 책, 들어온 음악, 바라본 당신 또한 그 자신의 시야가 있으며,
난 결단코 남들의 시야를 이해할 수가 없으며,
볼 수 없는 것은 모른다는 사실 뿐입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자신의 길을 알듯 행동합니다.
결국 안녕이라는 말의 의미도,
나는 늘 괴리감이 느껴져,
앞길에 정해진 일정조차 너무나 막연하고도 말이 안 되는 미신처럼 느껴져,
정말로, 울고불고하며 나의 속내를,
나의 시야를,
당신들에게 공감시켜,
세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것인지 납득시키고 싶지만,
이 따위 언어로는 마이동풍, 우린 평생을 맞물리지 않는 평행선에서 살아갈 것입니다.
물론 나 역시 행복한 끝을 소망하고 있지만,
결국 이 세상이라는 건 남들의 시선으로 나의 시야를 비추는 것이기에,
일생을 내가 아닌 나에게 구속되어,
망망대해와 같은 사람들의 틈바구니 사이에 휘말려 발버둥 칠 힘도, 열정도, 목적도, 의미도, 꿈도, 아늑한 한 줌의 여유조차 빼앗겨 인간이란 무엇인가.
또 되먹지 못한 물음에 매몰된 저는 요즘 꿈을 꾸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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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체 없이 색만,활짝 핀 코스모스,흐드러지는 순정은 바람에 휘날리고,갈대 같다는 말의 유래구나.불볕더위가 가을을 타 야윌 무렵,소녀의 미소가 태양 대신,스치는 바람에 타닥이는 뜨거운 향기가,단 여덟 장의 추억.불꽃이 다 물크러지고,열기만 미약해서 안쓰러운 마음은 어디론가,무언가를 밝히던 빛조차 스러진다.아쉬운 이만 그림자에 남을 뿐.매년 새롭게, 새로운 불꽃.사그라지면 다시 붙이면 그만 아닐까.사람은 온기 없이 살지 못하니 언젠가 불이 필요하잖아.이글거리는 형상이 아스라이,어슴푸레한 밤길 위로 남녀 둘이서 나란히,8장의 꽃 한 쌍이,하나씩 번갈아 살살이 날리며,좋아한다, 싫어한다,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그게 말이나 돼?차라리 얼어 죽겠어.차가운 달빛이 남자를 조명하고,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어찌 되었든 불꽃은 다음 해에 화르륵.앙칼진 목소리와 야멸친 말투도 다시 한 쌍 피어나 가을을 타고.막연히 푸른 봄에 옮은 불이 타오를 뿐.단 여덟 장, 여덟 장의 새로운 불꽃.
- 별무리
- 2025-01-04
부채꼴의 어둠 아래,속 편히 누워 있을 수 있다면,난 누구의 아들이라도 상관없을 듯하고.구태여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나의 자식에게 그림자를 물려주기엔 괴로워서,어쩌면, 치마폭이라는 겁니다, 아마도.실없는 소리가 쩌렁쩌렁,어둠을 붙잡아 귀를 막으면,보드라운 천이 곧 나의 방, 나의 이불,뒤집어쓴 어둠 아래,이젠 무엇의 그림자이고,어떠한 포근함인지조차 몰라서,아무렴,다 상관없는 겁니다.결국 밤이 오면,우리 지구조차 누군가의 그림자 아래가 아닐까요.다들 빛이 주는 황홀경에 눈이 멀었겠지만,그 뒤편 여러분이 빛을 쫓느라 뒤로 늘어진 그림자,그 그림자에 가려진 이들의 사정도 있는 겁니다.역시나,전부 상관없는 소리지만요.여하튼 그림자의 치마폭 아래라는 겁니다.다들 일어서서 입을 벙긋벙긋,자신의 빛과, 빛의 광량과, 빛이라는 것의 우월성을 증명하려 안달이지만,태양이란 없는 거라고요.달도, 간판의 네온도, 클럽의 번쩍임도, 핸드폰의 RGB도.이제 아이들에게 별이 수 놓인 밤하늘을 지껄여도 믿지 못하는 것처럼.그렇지만, 그조차도 소용없는 소리지만요.예컨대, 그냥.상관없다는 겁니다, 전부.
- 별무리
- 2024-12-10
빈 병에서 비가 내렸다.내일은 안개가 움트려나 봐.비를 맞으며 빗방울이 속삭였다.우산은 없는 거야?이어지는 대화에 그만.하고 중얼거렸다.크게 소리를 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면,역시,비가 놀라지 않길 바란 것이다.상냥하다는 칭찬은 돌아오지 않았다.빈 병의 바깥은 투명하겠지만 벌써 흐리다.불투명과 칭찬의 부재에 설명을 원한다.설명은, 설명은.빈 병에서 혼자 설명을.그만하고 빗방울이 소리쳤다.세차게 비가 내리는 소리, 사방이 흐리고, 먹먹하고, 자욱한 하양이 나와 마주한다.난 알고 있다.알고 있는 건비가 내린다와 병에 갇혔다.모르는 건설명을 원한다.텅 빈 병에 안개와비어 있지 않으며 차오르는 물.비가 내려다보았던 탓이다.빈 병에서 비가 내리는 탓이다.이제 이 병은 빈 것이 아니지만, 비었다고 믿는 탓이다.그러나 내가 이 병에 있으면서도, 비었다고 말하는 탓이다.무슨 탓을 하니?아무 탓도.흐리터분 문답을 끝맺으며 숨을.역시, 빈 것에는 선명한 것이 필요할 뿐이었을까.다만 그것조차 설명을 원한다.
- 별무리
- 202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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