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밤에 갇힌 빛

  • 작성자 김사은
  • 작성일 2024-07-10
  • 조회수 166

물이 수건에게서 벗어나려 애쓴다 

조금씩 떨어져 나오는 물방울들위 목적지는 하수구 

하수구로 사라지는 것보다는 그냥 수건에 스며드는 게 낫지 않나 

떨어져 바닥과 부딪힌 물이 내는 소리는 불규칙적 

그 소리 어디서 들어본 듯한데 

방에서 그것이 흐느낀다 

불규칙적으로 

와인의 빛을 감상하려 투명한 잔에 그것을 담는다 

안도 바깥도 어두워 보이지 않는다 


조금만 더 

손 뻗으면 닿을 것 같던 밤의 끝자락이 바람에 흔들려 스쳐 날아갔다 

그 바람은 누구의 것이었는가 

빛을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것을 가져야 하는 사람 

끝없이 고요한 밤에 있는 빛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 사람 

내가 당신의 빛이라고 했던 사람 

와인병에 담긴 것의 색은 밖에서 보이지 않는다

추천 콘텐츠

겨울꽃

벌써 겨울이네곧 당신을 볼 수 있겠어우리를 오래된 연인이라고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제서야 재회한다고 말해도 될까눈은 겨울이 부드럽다 말하는데 코는 차갑고 외롭다고 하네당신이 내 코를 시리게 만들었겠지나도 이해해요그동안 만남을 약속하고서 지키지 않은 건 나이니내 기억 속 당신과의 첫 만남나 당신만큼 뽀얀 피부를 가졌을 때온 세상이 당신으로 뒤덮였을 때그때있잖아당신이 만들었던 하늘에서 내리는 무수히 많은 꽃들을 다시 한번 보고 싶은데,약속 시간이 너무 지나서 이제는 볼 수 없겠지?발자국에 더럽혀진 꽃들에게 후회와 변명이 담긴 나의 온기를 바쳐도사라지기 밖에 더 할까내가 그렇게 잘못한 거야?그때는 눈에 담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고 이제는 눈이 닳아버렸고그동안 많은 것들을 봐왔는데 망막에는 여전히 네 하얀꽃이 눌러앉아 있어눈의 꽃 지워질까봐 나 이제 눈을 감으려고당신따라 찬 눈물 흐르네소리는 나오지 않아

  • 김사은
  • 2024-07-21
손님맞이

펜 자국 하나 없이 너덜너덜해진 책들 그것들과 함께 바닥에 널브러진 나는 금빛 태양을 등진다 눈앞에는 암흑뿐 오늘을 살았던 어제의 나는 손에 희망 비스무리한 것을 쥐고 있었는데 왜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지 당신이 오시면 함께 나누고 싶었는데자정 어둠에 몸을 숨긴 채 돌아다니던 청춘을 말미암은 어리석음이 아침에 모습을 드러내고 해가 정수리를 달굴 때 타 사라 자는데 나 이제 기댈 곳이 정말 당신뿐이다 부귀를 들고 태양 같은 금빛 마차를 타고 오실까 적군의 머리를 들고 피칠갑한 용맹한 발걸음으로 걸어오실까 당신을 어떻게 맞이할까 고민을 하며 나는 상을 차린다 저 멀리 들려오는 미약한 발걸음 소리 대문이 힘없이 열리고 그 사이로 저적저적 들어온 우리의 손님 어딘가를 바라보는데 허망해하는 것 같기도 슬퍼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앞에 놓인 사진 속 뜨거운 의지를 다진 사람과는 거리가 먼 손님 그가 은빛 숟가락을 들자 나도 조용히 식사를 시작한다 의지를 잃은 건지 숟가락을 떨어트린 당신은 줍지 못하고 나는 당신을 조용히 안아준다 갉아먹힌 듯 내게 기댄 당신은 잔뜩 헐어있다 세상을 바꾼 영웅의 모습은 무채했다

  • 김사은
  • 2024-07-17
호수는 시간을 먹고

호수에게 시간을 먹였다물이 오염 됐고 가라앉은 시계는 99세둘 중 무엇을 먼저 고쳐야 할까시계를 아끼던 남자는 물에서 시계를 건져 의사에게 가져가 부탁했다우리 아버지 좀 살려주세요의사는 늦지 않았다고 말하며 느긋하게 TV를 시청한다망치와 가위가 시계를 고친다곧 시계가 일어나 아이처럼 맑게 웃는다남자는 성공적인 수술의 비결을 묻고 의사는 고민하다 뇌에 스프링을 박았다고 대답한다시간을 먹고 오염된 물도 의사를 부른다완치되려면 90년이 지나야 한다고 말한다90년이 지났다물은 맑음을 되찾았고, 99세의 시계가 호수에 비친 자신을 바라본다뇌에 박힌 스프링이 녹슬어 머리가 간지럽고 뼈는 부서지기 직전그는 더 이상 시간이 흐르지 않기를 바라며 호수로 들어간다

  • 김사은
  • 2024-07-14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