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텔레비전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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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319
몸속에서 누락된 이름이 적힌 사람의 돌잔치 수건이
상한 복숭아의 빈 멍을 보여줬어
빈 구멍을 가진 사람은 몸이 차가워지지
반팔을 입으니까
그렇게 누락된 이름은 여름 에어컨에 버려진
멍때리는 텔레비전으로 불려
텔레비전은 에어컨에 녹고 있었고
돌잡이로 돈을 잡은 나는 녹은 텔레비전을 봤지
구멍 난 풍경을 봤지
풍경은 걸어가고
몸이 시린 상한 복숭아가 걸려 있고
사람은 썩은 멍을 입고
반팔로 녹고 있어
나는 녹은 텔레비전 사이
씨앗이 물렁한 얼굴로
멍을 봤어
멍때리며
멍을 때리며
텔레비전 속 이름
익숙한 얼굴이 물컹했어
손에 떨어지는 반팔티의 땀
철이 지난 철들지 못한 사람
물렁한 심장을 잡았어
물컹한 얼굴을 놓았어
익숙하게 겨울에서
녹은 에어컨을 잡으며
걸어 다니는 풍경에서 깊어졌어
씨앗이 녹아가고 있는 나
얼굴이 물렁하고 텔레비전 속
잡지 못한 씨앗에서 깊어졌지
냉장고에 보관하자
반팔을 입고 겨울철 에어컨을 풍경에
뿜었어 몸에 멍이 자라도록
멍한 얼굴로 몸에 누락된 이름을
텔레비전과 함께 보고
내 씨앗은 깊어진 철이 자라지 않은
텔레비전 속 거리에 놓았어
멍이 몸에서 커지고
철이 지나 철이 몸에 자리 잡았지
나는 빈 멍을 접고 나를 도려냈다
수건이 지닌 딱딱함을 가지며
냉장고에 들어간 복숭아는 상해서
사람이 누락된 사람 젖은 돌잡이 수건 냄새가 났다
나는 멍을 때리며
멍때리며
녹은 텔레비전을 봤어
반팔은 오늘도 짧아졌고
돌잔치 수건에서 멍이 뿜어져
씨앗을 얼렸어
텔레비전 속 씨앗은 깊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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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희찬
-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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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희찬
- 2025-05-30
조명이 시들어 간다전기를 많이 썼다아침 날씨는 구름이 없고저녁 날씨도 구름이 없고응급 대기실 창문에 물만 묻어 있다응급 검사실 들어가기 전 몸을 닦고구름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소프트아이스크림을 먹고나는 가만히 제자리를 닦는다안쪽 문을 씻긴다창문에 스크레치가 나고위에서 아래로 유릿가루가 내리고몸이 붉어진다이번 여름은 구름이 많고축축하게 추워창문 밖으로 응급 검사실로 들어오는 사람들반팔에 외투 입고 물을 맞는 조명들불빛이 아래로 떨어지고밖이 흐려진다검사실에 들어간 사람들이 나오고응급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가만히 제자리를 닦고떨어지는 모습을 기다린다창문 밖에서 물이 몸을 따라가고조명 머리에서 말라가고스크레치 난 유릿가루는 내 몸에 박힌다건물 밖으로 불빛이 퍼져간다빛이 낭비된다소프트아이스크림이 녹았다구름이 유리 조각 사이 붙고피부가 갈라진다내가 아래로 떨어진다내려갈수록 빛은 썩어갔고머리는 마르지 않고시든 모습으로 검사실에 들어가우산 쓰고 밖을 걸어 다닌다
- 송희찬
- 2025-05-04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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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선오입니다. 이 시는 ‘텔레비전’, ‘멍’, ‘복숭아’, ‘돌잡이 수건’ 등 감각적인 오브제를 반복과 변주로 연결시키며, 누락과 상실의 정서를 밀도 있게 구축하고 있어요. “멍때리며 / 멍을 때리며”와 같은 구절은 언어유희 속에 멍의 물리적·정신적 의미를 겹쳐 놓으며, “냉장고에 들어간 복숭아”와 “반팔로 녹고 있어” 같은 표현은 계절감과 감정의 온도를 교묘하게 결합해 인상 깊습니다. 시적 화자의 정체성과 기억, 성장의 흔적이 오브제를 매개로 흘러가듯 감각적으로 전달돼요. 다만 이미지가 빠르게 증식하는 후반부에서는 감정의 밀도가 살짝 분산될 수 있으니, 일부 장면을 생략하거나 결절점을 세우는 것도 고려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