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기상
- 작성자 Yvonne
- 작성일 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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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기상
비행은 끝났다. 나의 육신은 하나가 되었고, 이제 너는 없다. 빛은 사라졌다. 아직도, 아직도. 아른거리는 형상들이 전두엽을 간질인다. 더 이상 휴가는 없다. 나는 아스피린과 콘서타를 먹는다. 나라고 부르는 존재도 의미를 상실했다. 너는 있을 줄 알았건만. 플랫폼으로 나아간다. 플랫폼까지 나아가는 거리는 유한한 무한이었다. 숨을 헐떡이는 존재는 없다. 숨을 고른다. 손목에 때가 시커멓게 탄 적갈색 잠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는다. 음. 돈은 없었다. 버스에 침대가 있기를 기대하며 걸터앉았다. 막차는 아련히 나를 바라보면서 다가오겠지. 아아. 다시 말해. 너는 이제 없다. 콘서타를 뱉어낸다. 나는 ADHD가 없었다. 아니. 나는 없다. 이젠 중요하지 않다. 전혀. 막차는 느릿느릿하게 다가왔다. 누군가 그 버스의 속력을 잴 수 있었으면. 그럴 수만 있다면 이 느릿 거림이 영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느릿 거림이 그리운 날에 시속 25Km/h의 속도로 걸으며 이 느릿 거림을 추억하겠다고! 버스는 돈을 받지 않기 시작한 지 꽤 되었다. 이제는 진짜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사람에게만 중요한 것은 아니고 시스템한테도 매우 중요한 사실인 것이겠지. 어림짐작. 어림짐작은 어림짐작이고, 진짜는 가짜고, 가짜는 진짜인 것이다. 시뮬라르크. 분명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중요하지도 않다. '그 혹은 그녀 혹은 그들(성중립 대명사이다, '나'는 차마 사물인 '그것'으로 부를 수 없었다.)'은, 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계속해서 반복하고는 했다. 그것은 일종의 강박이다. 버스에는 침대가 있었다. 나는 커피를 3잔 정도 마신다. 침대에는 괴물이 누워있었다. 문장부호는 별 상관없다. '괴물'과 괴물. 그저 이해할 수 없는 생명체를 그렇게 부르곤 한다. 하하. 뻔해라. 냉소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이 느낌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솔직하도록. 그 괴물은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쥴리아', '옥분', '카를로스', '후이', '그드룬'. 그것들은 다시 중력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눈물을 흘리고서는 그대로 찢어버린다. 북, 북. 버스는 앞으로 가고 있었다. 시속은 모른다. 분속은 더욱이 모르고. 괴물은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 한 번 더 그 노래를 들려다오. 10번째 뮤즈여. 물론 뮤즈들은 죽었고, 사랑받았다. 둘의 인과관계를 생각하며 나는 13번째 인생을 살 준비를 마쳤다.
버스가 앞이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동서남북 방위는 다시 말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버스는 지하철이 없는 사람들에게 발이 되어준 것이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도시에 구조가 마음에 썩 들었다. 줄곧 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곤 다시 그친다. 환멸감이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반란이 일어나도록 사주하고 있었다. 용감한 자여! 군대를 보내소서! 그들을 짓밟으소서! 영원한 영광이 기다리고 있나이다! 누구의 깃발도 들려지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은 유감을 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모든 딜레당트들은 자신의 거대하면서도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검은색, 흰색, 가끔은 노란색이나 분홍색의 신체를 만지고 있었다. 신은 존재하고, 그는 대한민국의 학교에 있다. 천의 얼굴, 천의 키스. 누구도 한자를 쓰지는 않는다. 읽을 뿐이지. 억압은 자유, 자유는 사랑, 사랑은 죽음, 죽음은 생명. 다시금 도형이 보일 때, 시선을 돌리길 갈망했다. 가판대가 보였다. 나는 '나'의 지갑을 열었다. 그리고 그것은 선혈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을 대신 마신다. 축복하소서. 축복하소서. 빵을 찾았지만 그 누구도 건네주지 않았다. 비행기가 보였다. 그것은 그리고 버스를 향해 오고 있었다. 다시, 비행은 끝났다. 나의 비행은 끝났다. 나는 또 한 번 무의미의 결을 찢어버렸다. 북, 북, 부욱. 사유는 더욱 어지러워져만 간다. 내 얼굴을 찢어놓을 버스 여행. 환희에 젖은 사람들 모두. 계속해서 거짓말을 뱉고서는 호텔방에 버려버린다. 그것이 몸을 뉘일 곳마저 없애버릴 즈음. 두렵도록 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들린다. 나가야 한다. '그 혹은 그녀 혹은 그들'. 결국에는. 북극성을 바라본다. 내가 몸을 뉘일 자리는 어디? 내가 가야 할 곳은 어딘가? 내가 살아야 할 삶은 어떤 것? 연약한 자학이 불길하게도. 반란은 일으켜졌다. 성난 군중은 없다. 오직 굶주린 철학자들만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향수에 젖기 시작했다. 그것은 향수가 아니었다. 어떠한 시기도 살아가지 않았다. 그러므로 향수는 없다. 존재하지 않는다. 사유하지 말 것. '그들'은 싫어한다. 물론 그것마저 대기가 되어 모두가 흔히 들이마시는 사실이 되었다.
버스는 멈추었다. 너무 이르게. 그 누구도 버스가 멈출 준비를 하지 않았다. 나는 13번째 인생을 살 준비를 막 했을 뿐이다. '그 혹은 그녀 혹은 그들'. 어둠이 완전히 찾아오고 있었다. 지독한 어둠이 모든 것을 없애버릴 것이다. 밝은 날을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너는 없다. 빛은 사라졌다. 아스피린을 뱉어낸다. 나는 나를 보고 있었다. 눈동자에서 모든 것이 공명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나열하지 않는다. 아아. 이제는 모두가 무한한 유한의 끝을 맞는다. 모두가 불공평해했다. 공평한 처분이었다. 모든 것을 사라진다. 저 멀리로. 그곳으로. 어둠의 안으로. 태풍의 눈으로. 태양의 흑점으로. 검은색 염료 안으로. 나의 4번째 삶으로. 나의 눈동자로. 1만 년 뒤의 세계로. 러시아어의 작별인사로. 도검의 손잡이로. 유토피아로. 디스토피아로. 아아. 그리고. 이 모든 것들도 결국은 한껏 들뜬 밤공기가 되어.
삼경. 네가 없다는 사실. 나는 잠에서 깨지 못한 육신을 가누며. 두 개의 달. 한없이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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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웃고모두들 웃고모두들 웃고나는 먹는 법을 모르면서도 숟가락을 들고나는 말하는 법을 모르면서도 너스레를 떨고나는 마시는 법을 모르면서도 칵테일을 머금고모두들 춤추고모두들 춤추고모두들 춤추고나는 별로 추하지 않지만 추태를 보이고나는 별로 거만하지는 않지만 행패를 부리고나는 별로 비열하지는 않지만 눈을 부라리고모두들 나가고모두들 나가고모두들 나가고나는 발을 내딛는 법에대해 완전히 혼란스러워하고문득 본 나는 무대 위 그들의 몸짓을 열망하며 따라하고그 흐느적거림에 괴상한 이름을 붙이고선 다시는 기억하지 못하고나는 춤추는 법을 망각해 갔네
- Yvonne
- 2024-08-21
육분의수평선은 영원히 갈 대지. 태양과 별은 가엾은 영혼을 이끌고 축축하고 광활한 황무지에 발을 디뎌, 난 소금내 나는 양피지의 한 점이로다— 상과 상에 비추어 직시한 선. 온정의 아지랑이와 비애의 안개는 운산 하고. 뱃사람의 노래를 꿰엑꿰엑 흥얼거리며 부르던 이름도 모를 날개달린 고기잡이 것들과 그들의 더러운 요람들에게 마음이 간 듯이 넋을 놓고 쳐다보네— 기억들은 육 등분의 한 조각을 닮고, 가라앉아버린 사진 한 장조차 없고, 손에 들고서 억센 고통을 잊히게 할 럼주 한 잔도 없이. 선장은 묵묵히 점들을 주시하며 두껍고 검은 손으로 조종간을 만지며 굳은살이 박여서 꿰찬 손가락 이야기를 넌지시 던지네—
- Yvonne
- 2024-06-25
출국사랑은 서로에게 망명하는 것이라 어느 누군가가 말했어요 너덜너덜한 손으로 사진밖에 없는 여권을 들고서 책을 읽죠 짠맛이 나는 물로 샤워를 해서 몸에서 항구의 냄새가 나요 아무도 저를 쳐다보지는 않지만 그들은 이곳의 냄새를 맡아요 공기에서 나는 짠내, 그것이 저의 냄새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어요 의자에 앉으면 등이 뻐근한데, 서있으면 불가항력이 저를 짓눌러요 이곳에서 사람들이 지껄이는 말들은 농무처럼 사방에 퍼져있어요 너무 뿌옇다고 해도 나는 삼키고 있어요, 텁텁한 향과 단내를 이상한 향신료 냄새, 낯선 사람들 냄새, 인위적인 호텔 냄새, 아직은 그립지 않지만 향은 제 머릿속에 잔류하는 듯해요 ‘잘 가. 나중에 만나.’ 하얀색 타일만이 저에게 작별인사를 해요 섭섭할 정도로 무섭게 대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하나둘씩 기체가 돼요 답답할 정도로 비쌌던 물건들은 어느새 노란색 모래가 돼요 괴상할 정도로 붉었던 감정들은 당연히 퇴색된 회색이 돼요 점잖게 안내하는 사람을 따라 정해진 곳으로 들어가요 나는 아직도 발을 뗄 준비조차 되어있지 않은데 말이죠 의미 없는 속박이 다시 몸을 감을 때조차 견디지 못했어요 나의 몸은 벽난로라도 된 듯 활활 불타고 있어요 저에게 모두가 장작을 던져줘서 신나 하며 타고 있어요 이것이 슬픔이라는 것인가요, 아니면 환희라는 것인가요 다 타버리면 저는 어찌 다시 장작을 탐할 수 있을까요 더 장작을 원하면은 저는 어찌 다시 재가 될 수 있을까요 짠맛이 났던 물은 소금이 되어 간당간당하게 남았어요 소금으로는 저의 목마름을 채울 수 없었어요 버둥거리면 올 그 사람조차 저에게 알약하나와 물 한잔만 건네주고는 홀연히 장작을 던져주고 떠나버리는 것이 야속해요 저는 물과 알약으로 장작과 불에게 당당히 맞섰지요 불이 꺼진 자리에는, 재도 보이지 않는 공허에 그들은 함께 몸을 던졌죠 깊게 들어간 그들은 결국 자신들이 다시 만날 거라는 사실도 모르고 그저 멍청하게 서로를 연민하고, 그저 아둔하게 서로를 보호했죠 결국 그들은 돌아갔지만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있어요 돌아오지 못한 사람을 무의식에서 스케치하고 있을 때결국 저는 다시 발을 딛었어요, 저의 준비되지 않았던 발을요 현실에 존재하지 않던 것처럼 잊을 마법을 저의 머릿속에 걸어봐요 아, 돌아오지 못한 사람을 좀만 더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결국은 서로를 원하면서도 서로를 증오할 거를 알면서도… 저는 지친 마음에 짠 내음조차 지우지 못하고 침대에 들어가요 침대에 저의 냄새를 잔뜩 묻혔어요, 미소까지 지으면서요 이제는 잊을 일인 걸 알아도 괜찮아요, 저의 침대에서 맡을 거예요 찰나의 시간이지만요.
- Yvonne
-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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