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나희덕, 「이따금 봄이 찾아와」

  • 작성일 2018-03-15
  • 조회수 8,442


[caption id="attachment_273042" align="alignnone" width="640" class="cente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작품 출처 : 나희덕 시집, 『그녀에게』, 예경, 2015.




나희덕 |「이따금 봄이 찾아와」를 배달하며…



화가로도 유명한 시인 로세티는 자기 작품의 모델이자 동료화가였던 시달을 사랑했어요. 프루스트의 표현에 따르면, 그녀의 “지나치게 활발했던 영혼이 과로로 지친 육체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중병에 걸리고 맙니다. 로제티는 죽어가는 시달과 서둘러 결혼을 하죠. 그녀가 숨을 거두자 그는 자신의 삶도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출간하기로 되어있던 시들을 상자에 넣어 그녀와 함께 묻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이 사랑 이야기의 끝이 아니에요. 7년 후, 그는 무덤에서 이 시들을 꺼내 출판하기로 결정합니다. “내 말이 네게로 흐르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일까요? 단단한 얼음조각 같은 지독한 사랑도 지독한 슬픔도 시간의 따듯한 물속에서는 조금씩 녹아 사라집니다. 이제 봄이고 사랑이 다시 시작되려 해요. 그 소란스러움을 어쩌겠어요. 이토록 아름다운데…

시인 진은영


* 마르셀 프루스트,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와 엘리자베스 시달」(『독서에 관하여』,은행나무)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37건

  • 노인호

    좀어려운 시 같습니다.

    • 2018-05-28 01:36:16
    노인호
    0 / 1500
    • 0 / 1500
  • 조재희11021

    제가 나희덕 시인의 '오 분간' 이라는 시를 읽었는데, 그 때 그 시가 인상적이었는데, 이 시도 나희덕 시인이 쓰신 것이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시는 대화의 부재상태에서 대화가 재개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담아낸 시 인것 같은데, 이러한 상황은 현대에서 이웃과 이웃, 게다가 부모와 자녀의 대화까지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시어 중, 말의 부재를 '허공에 닿자 굳어버리는 거미줄' 이라고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마지막 행에, '소란스러움'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 시에서 '소란스러움'은 단순히 시끄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대화가 재개되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라고 추측하여 봅니다

    • 2018-05-28 15:34:58
    조재희11021
    0 / 1500
    • 0 / 1500
  • 10304김수호

    학교에서 시험범위였던 나희덕 시인의 시를 하나 읽었기 때문에 또 하나 보게되었습니다. 우선, 시를 처음 읽고난후에는, 약간 어려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말 같았지만, 분위기는 약간 정적이 흐르는듯 했습니다. "허공에 닿자마자 굳어버리는 거미줄"이라는 행 때문에 말이 안나오는 느낌이 바로 와닿았습니다. "침묵의 소문"은 "소리없는 아우성"과 같은 역설적 표현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약간 의아했지만 나름 신선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말을 못하는 자신에게 이따금 봄이 찾아와 말문이 트였다는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3연까지 침묵이었던 분위기였지만, 바로 5연에서 "소란스러움을 용서하시라"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약간 어려운 시였지만, 대충 무슨 뜻을 전하려하는지는 알았습니다. 이 시의 세부적인 의미를 알고싶은 매력적인 시였습니다.

    • 2018-05-29 10:08:25
    10304김수호
    0 / 1500
    • 0 / 1500
  • 10112안병규

    말이 상대방에게 닿지 못해 상처 받은 화자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저도 어렸을때 제가 한 말이 상대방에게 전달 되지 않았던 적이 있어 공감이 됩니다. 저도 이럴 때 슬픈 감정을 느꼈는데, 이 시의 화자도 슬픈 감정을 느낀 것 같습니다. 또, 화자는 이따금 봄이 찾아와 새로 햇빛을 받은 말들이 따듯한 물속에서 녹은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고 했는데, 이부분은 봄이라는 계절이 오면서 화자의 차가웠던 마음이 봄으로 인해 녹아내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봄이란 계절은 마법같은 힘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 2018-05-29 11:49:28
    10112안병규
    0 / 1500
    • 0 / 1500
  • 차정우

    어렸을 때 의사표현을 잘 못해서 답답하고 구슬펐던 그때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공감도 되고 약간 울분에 젖는 느낌도 났다. 로세티가 숨을 거두어 그의 남편이 시를 그녀와 함께 묻었다고 한다. 그러다 7년 뒤에 결국 꺼내 출판하는데 대화의 부제로 인해 더이상 시를 같이 묻어놓는게 의미가 없다는 차원에서 그 시들을 출판하기로 결심한 듯 하다. 대화의 부제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특히나 나에게도 많은 공감이 가기 때문에 더욱 무섭게 느껴졌다.

    • 2018-05-29 12:13:56
    차정우
    0 / 1500
    • 0 /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