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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은 , 「외계로부터의 답신」

  • 작성일 2018-07-05
  • 조회수 6,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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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작품 출처 : 강성은 시집, 『단지 조금 이상한』, 문학과지성사. 2013.




강성은 |「외계로부터의 답신」을 배달하며…



나의 말이나 마음이 누군가에게 닿기까지 50년쯤 걸린다면 얼마나 곤란한 일일까요? 26광년 떨어진 별에 사는 외계인에게 그쯤 걸린다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보다 가까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멀어도 우리가 보낸 말들은 언젠가는 도착하긴 한답니다. 오늘밤 우리가 보는 안드로메다 은하의 별빛도 200만 광년 전에 우리를 향해 출발한 거래요. 아무리 오래 걸려도 결국 우리에게 도달한다니 희망적인 기분이 듭니다. 문제는 이 은하의 어떤 별들은 우리가 그 별빛을 볼 때쯤이면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죠. 100만 광년 전에 별의 생애를 끝마치고 먼지로 돌아가 버렸으니까요. 따듯한 마음이 이렇게 느껴지는데 그 마음의 주인이 없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너무 멀리 두지 말아야겠어요.

시인 진은영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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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0건

  • 푸른상아

    '우주', '외계' 같은 단어들을 들으면 학창 시절에 보았던 조디 포스터 주연은 '콘택트'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어린 소녀가 아버지와 함께 우주 어딘가에 있을 외계의 생명체에게 신호를 보내던 장면, 어른이 되어 결국 외계로부터의 신호를 받게 되고, 외계인이 보낸 설계도에 따라 우주선을 만들고 외계의 생명체를 결국 만나게 되는 장면, '우주의 공간이 이렇게 넓은데 우리 지구인만 산다면 공간 낭비이다'라고 말하던 주인공의 말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주인공이 외계의 존재를 만나던 장면인데, 그 공간은 주인공이 가장 좋아하던 장소였고, 외계의 존재가 주인공에게 가장 가깝고 그립던 존재인 아버지의 모습으로 나타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부터 외계 존재는 나에 대해 잘 아는, 친절하고 섬세한 타자로 생각되었습니다. 시에서도 화자에게 익숙한 세탁기, 가방, 책, 사랑, 그리고 꿈 같은 것들이 외계와 우리를 연결시켜주는, 이야기가 생기는 지점이라는 설정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렇다면 내 손가락이 건드리고 있는 이 키보드, 나를 비춰주는 스탠드는 언젠가 어떤 지구인의 편지에 대한 답신을 담은 채 오늘은 어떤 멜로디를 들려줄까, 어떤 독을 품고 있을까, 어떤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할까 상상해 보게 됩니다.

    • 2018-07-13 21:01:35
    푸른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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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라솔

      저도 콘택트 봤어요! 저는 그 영화 보고서 조디 포스터처럼 똑똑해졌으면 좋겠다~라고 바란 것 같네요ㅎ 푸른상아님께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외계와 연결시켜 준다는 점이 흥미로우셨군요. 역시 푸른상아님의 자연스런 예리함!!^^ 나에게 가장 친근한 물건이 상상치도 못 한 기능을 할 때의 그 신선한 파격을 포착하신 것 같습니다.

      • 2018-11-05 21:53:42
      파라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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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perto

    이 시에서처럼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일들이 내 주소지로 날아드는 어떤 날들이 있는 것 같다. 수신자는 명확한데 발신인이 뜬금없을 때. 이 사람이 왜 나에게 이런 말을 하지라고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게 언제적 일인데 이제와서라고 되받아치는 마음이 뜨끔할 때도 있고 흐뭇할 때도 있다. 어떤 날 뜬금없이 날아든 편지는 결국 시공간을 돌고 돌아 발신자에게로 되돌아 온 나에 대한 답신이었다. 이처럼 내가 보낸 사랑의 멜로디가 반드시 아름다운 노래도 화답되지 않을 수도 있고, 악에 받쳐 쏟아낸 말들이 나에 대한 이해로 되돌아오기도 하기에 끊임없이 나의 마음을 쏘아 올릴 수밖에....

    • 2018-07-14 09:50:29
    ap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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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라솔

      엉뚱한 말이긴 하지만 할 말은 한다는 말로 들리는데 맞나요?ㅎㅎ 아페르토님의 말씀 중에 끊임없이 나의 마음을 쏘아 올릴 수밖에..라는 단상이 마음에 와 닿네요. 그렇다면 아페로트님은 참으로 용기가 있는 분입니다. 저는 그게 두렵거든요.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는데 화답되지 않는 게 저는 무서워요. 그럼에도 '계속 마음을 쏘아올리는 것'의 긍정적인 작용을 생각하시며 그러겠다는 결심이 참 멋지게 느껴집니다. 아페르토님의 부드러운 단단함의 이미지가 그려지기도 하구요. 저도.. 계속 쏘아올려보고 싶네요.. 그러면..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요? 그게 두려워, 그게 알 수 없어 지금까지 하지 못 했는데..

      • 2018-11-06 11:22:21
      파라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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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줄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는 2교시가 끝나면, 중간 체조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에어로빅과 줌바 댄스의 중간쯤인 그런 어설픈 무용동작이었던 것 같은데. 이 때 중간 체조의 BGM은 소위 그 당시 대중가요 음반의 마지막 수록곡 이어야만했던(당시 대중가요 음반의 수록 곡 중의 마지막 한 곡은 무조건 건전가요를 수록했어야만 심의에 통과되었다.)건전 가요–아! 대한민국, 아침의 나라에서, 손에 손 잡고, 서기 2000년 등–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시를 읽으면서 문득 ‘서기 2000년’이라는 곡이 생각났다. 특히 그 곡을 처음 듣던 그 순간부터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잊혀 지지 않는 소절. 서기 2000년이 오면 우주로 향하는 시간 우리는 로케트 타고 (중략) 그때는 전쟁도 없고 끝없이 즐거운 세상 (후략) 그 노래를 듣고 난 후부터 나는 서기 2천년에 대한 상상과 기대, 또 가끔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과 초조로 그 시간을 기다려온 것도 같다. 우주여행의 꿈과 함께 만화에서나 봤던 우주 정거장을 그려보기도 하고, 비타민 같은 알약 몇 알로 식량이 대체 되면, 친구 선경이네 식료품 가게는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외계어를 전공해서 외계인 동시 통역사 같은 일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터무니없는 공상도 했었다. 하지만 2000년에도, 무려 2018년에도 이 모든 상상은 공상 일 뿐, 현실은 아니었다. 물론 우주여행 같은 경운, 공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나와는 먼 소수 층의 일이고, 비타민 알약이 아닌, 저녁 식단을 고민해야 하며, 오히려 식탁 물가를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 서기 2018년을 서글프게 만든다. 하지만 서기 2018년의 서글픔보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한기를 느낄 만큼 시리고 추운 마음이 드는 건, 외계에서 온 답신이 아닐까 싶을 만큼의 발랄하며 신기한 일들이 아닌, 외계에서 교신 도중 오류일 것만 같은 우리의 지금이다. 국경을 위시(爲始)로 한 분쟁과 하루를 담보로 하는 무역전쟁, 종교라는 미명의 아집과 차마 외계로 띄워 보내기엔 참기 힘든 존재의 가벼움까지. 그래도 E.T처럼 친절하고 다정한 외계인이 나의 답신을 기다리고 있다면, 우리는 오래도록 우정을 나눌 벗이라 말해주고 싶다.

    • 2018-07-15 23:14:58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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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러쉬

    온갖 기행을 일삼고 다니던 동기A의 소식을 건너들었다. 그 아이는 에스페란토어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소식을 들은 날 처음 알게 된 사실들이 많다. 에스페란토는 세계공통어이고, 국내에 배울 수 있는 곳이 몇 안돼 옥탑방에서 도제식으로 배우고 있다는 이야기. 어느 단편소설에 나올 법한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것도 몇 년 된 일이다. 세계공통어라니 아직도 꿈 같다. 세계공통어를 배우는 삶이란 어떤 삶일까. 허무맹랑하고도 낭만적이어서 이 세계의 일이 아닌 것 같다. 모두가 하나의 언어를 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음... 일단 국경이 필요없어지겠지. 다름으로 인한 충돌도 일정 부분 사라질 텐데.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선망하게 된다. 닿을 수 없는데도 닿으려고 하는 몸짓들은 우리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고 있음에도. 기필코 닿고 싶은, 혹은 코앞에 바라는 것이 닿아있는 것 같은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어떤 날'일까. "이상하지"하고 절로 말하게 되는 날. 시의 정서가 슬픔이라고 한다면 시의 기분은 이상함이지 않을까. 이상理想을 좇는 우리들은 이상異常함을 기다리는 지구인일지도 모르겠다. 문득... 그 애는 외계인이 아닐까?

    • 2018-07-16 01:23:44
    브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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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야80

    한밤중 세탁기 소리가 멜로디가 되고, 머리에 독버섯이 자라도 죽지 않는데, 세상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는 병들어 가는 이상한 현상. 현실에서 한밤중 세탁기 소리는 층간 소음일테고, 머리에 독버섯이 자라면 독이 문제가 아니라 버섯이 자라는 그 사실만으로도 죽을테고, 사랑하면 예뻐진다고 하는데... 그래서 시인은 그 이상한 현상을 외계로부터의 답신이라 말한 걸까? 하지만 우리는 마음 안에 기쁨이 차오르는 날에는 세상의 모든 소리가 아름다운 노래처럼 들리기도 하고, 한 권의 책, 한 줄의 글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날에는 그 하나의 깨달음이 인생을 뒤흔드는 일대의 사건이 되기도 하며, 사랑 혹은 사랑이란 미명 아래 우리가 행하는 것들로 인해 영혼이 피폐해져가는, 사랑할 수록 죽어가는 것을(실제 죽음으로까지) 우리는 경험한다. 그렇기에 외계는 저멀리 지구 밖 우주가 아닌 우리의 또 다른 마음은 아닐런지... 우리가 인지하는 마음과 인지하지 못한 마음의 교신 속에 우리는 매일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하지만 그 교신이 언제나 1:1 교신은 아닌 것 같단 생각도 든다. 보낸 것보다 늦은 답장, 아직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한 답장이 있는 교신. 그래서 외계는 미지의 마음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 2018-07-16 03:26:09
    희야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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