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휘, 「높은 봄 버스」
- 작성일 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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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휘 ┃「높은 봄 버스」을 배달하며
계단 몇 개 오른 것 같은데 벌써 봄이 갑니다. 피어야 할 봄꽃들은 진작 다 피었고 이제 지는 일만 남은 것이지요. 제가 봄 내내 부지런히 입었던 외투의 소매 끝단도 많이 해졌습니다. 사실 처음 이 외투는 제 마음에 꼭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한철을 같이 지나보냈다는 이유로 좋아졌습니다. 다시 계단 몇 개를 내려와야 하는 시간, 저는 외투를 깨끗하게 빨아서 늦은 봄의 햇빛 아래 말린 다음 어두컴컴한 서랍에 넣어둘 것입니다.
이렇게 마지막 인사와 새날의 기약을 한데 두고 싶습니다.
시인 박준
작가 : 심재휘
출전 :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창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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