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광장

분홍빛을 띤 무엇 중에 거칠고 딱딱한 게 있을까. 나는 생각나지 않는다. 꽃잎, 입술, 살코기, 돼지의 살, 홍학의 깃털 그리고 아마존에 산다는 분홍 돌고래의 피부 모두 여리디 여리다. 보드랍다. 보살핌이 필요한, 보살핌이 결여된 이 소녀가 기다렸던 코끼리는 그녀를 보살펴 줄 품이 넉넉한 코끼리였을텐데, 그녀의 보살핌이 필요한 분홍 코끼리가 들러붙다니. 이 비극의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떻게 된 것일까.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아무리 보살핌이 필요한 생명체들끼리 서로를 갈구하고 도와가며 살아가는 게 삶이라지만, 이 소녀에게 이 코끼리는 너무하지 않은가. 시 속의 신문 기사 속 사건은 최근에도 있었단다. 신문 밖에도 있었을테다. 먼 곳에서도, 가까운 곳에서도 분홍 코끼리 소녀들이 존재하는 오늘을 살고 있는 동안, 난 그저 내 한 몸 어떻게 될까 벌벌 떨고 있었을 뿐이었다는 것에 분노하는 나에게 부탁한다. 분노하지 말자. 무릇 피조물이란 모든 이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니. 모든 분홍빛 생명체에게 온기가 필요한 계절이다. 미안해. 미안해.

• 2018-12-09 15:30:43

자기 한 몸 살아가기도 힘든 때가 있다. 그때 나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은 얼마나 무겁고 버거운 고난이 될 것인지... 그런 아이를 기억해주는 선생님은 그 아이가 학생이었을때 지지해주고 격려해주지 않았을까? 얼마전에 본 드라마 '아저씨'가 생각났다. 그 분홍 코끼리 소녀도 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까?

• 2018-12-09 19:26:17

무릇 아이는 어른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아직은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 소녀가, 아무도 없는 공중화장실에서 제 몸통에 긴 코를 붙이고 숨 쉬던 아기 코끼리의 숨통을 이빨로 끊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10대 미혼모라고 하면, 대부분 부정적인 시각으로 아이를 바라본다.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렸을 뿐인데 코끼리가 들러붙다니'라는 표현은 내게 아직은 너무도 순진하고, 그래서 앞으로 다가올 현실이 얼마나 차가울지를 떠올리게 해서, 더 서글프게 다가오는 10대 소녀의 아픔과 절망이 느껴진다. 생명을 잉태하는 일은 참으로 고귀하고 소중한 일이지만, 소녀에게 생명의 잉태는 가혹하게만 느껴진다. 분홍코끼리와 소녀 모두가 따뜻한 시선을 받으며, 사회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았으면 좋겠다.

• 2018-12-09 20:00:31

시를 읽으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이 많아졌다. 시집을 열었다. (⋅⋅⋅⋅⋅) 산속에서 밤을 맞아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나희덕, 「산속에서」 먼 곳의 불빛처럼 사는 삶은 어떤 삶일까....

• 2018-12-09 23:02:08

참...타이밍이 이상하다. 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 '붉은달 푸른해' , 오늘 본 영화 '미쓰백' 그리고 이 시. 방임과 학대를 당하며 생존의 위험을 받으며 살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그들의 부모와 또 돕고자 하는 이들의 이야기. balm님의 말씀처럼 기사나 영화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겠지. 아이를 학대하고 방임하는 부모 자신도 비슷한 어린시절을 보낸 경험이 많다는 것이 희한하다. 마음이 무겁다. 그들에게도 영화나 드라마처럼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면... 관심있게 지켜봐 주고 다가와 주는 이들이 있었다면 그런 고통스런 대물림이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인데... 안타깝고 슬픈 마음이다. 그럼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겪은 가난과 외로움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나에게 맡겨진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만으로는 할말이 없다. 어쩌면 이런 자극을 피하며 살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누군가가 하겠지 미뤘는지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며 마음을 달래도 잘 되지 않는 밤이다.

• 2018-12-09 23:3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