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 『시녀 이야기』 중에서
- 작성일 2018-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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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시녀 이야기』를 배달하며…
이곳 ‘길리아드’라는 나라에는 모두를 기만하기 위해 고안된 성적 규칙과 관습이 있습니다. 극히 소수의 계층에게만 혜택을 몰아주는 규칙이지요. 대개 터무니없는데다 위반의 대가 또한 가혹한데 지금 막 그걸 깨려하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항상 기계적인 관계만 맺어오다 처음으로 사적 접촉을 시도하는 이들이지요. 유사 이래 ‘이야기’의 가장 강력한 엔진으로 기능한 ‘성’과 ‘권력’에 ‘미스터리’까지 더해 읽는 이의 목덜미를 확 잡아끄는 장면입니다. 물론 뒤에 일은 더 괴상해지지만 시녀는 지금 두려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느낍니다. 아주 오랫동안 감정과 감각, 일상과 사생활을 빼앗긴 사람의 분열이지요. 전에도 ‘통제’를 다룬 소설을 읽다, 인간에게서 인간성을 빼면 뭐가 남을까(인간-인간성=?)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그건 그냥 비(非)인간 혹은 반(反)인간일 따름일까? 하고요. 평소 우리를 놀라게 하는 기사들을 보건데 어쩌면 정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린 여전히 사람이 사람에게 해선 안 될 일이 드물지 않게 벌어지는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새삼 이 장면을 읽다 ‘인간 빼기 인간성’은 ‘인간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인간성’, ‘인간성을 갈망하는 또 다른 인간성’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수용소 문학에서 발견되는 특징이지요. 누군가가 무언가 앗아간 만큼 잃어버리는 것 또한 인간이지만 동시에 뺄셈을 했는데 빼기가 안 되는 존재, 더하기를 했는데 곱셈 값이 나와 버리는 존재 또한 우리이니까요. 그나저나 여기까지 맺은 뒤 ‘다 썼는데 맥주나 한 캔 딸까?’ 궁리하는 제 몸 안의 이 한심한 인간성은 대체 누가 설계해놓은 것일까요?
소설가 김애란
작품 출처 : 마거릿 애트우드 장편소설, 김선형 옮김, 『시녀 이야기』, 240-242쪽, 황금가지,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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