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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 오즈, 「땅파기」

  • 작성일 2014-10-04
  • 조회수 1,291



“내 작품은 뭔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 아모스 오즈, 『시골 생활 풍경』 머리말 중에서 -



아모스 오즈, 「땅파기」






그녀는 하루에 세 번 그가 먹어야 하는 알약과 캡슐이 들어 있는 작은 병들을 줄을 맞춰 늘어놓았다. 늙은 아버지를 재교육하고 나쁜 습관을 교정시키고, 마침내 평생 동안의 이기심과 방종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인 것처럼 이 모든 일을 단호하게, 경제적인 방식으로, 입술을 오므리고 외고집으로 행했다.
무엇보다도 노인은 점잖고 법을 잘 지키는 사람들이 깨어 있는 낮 시간에는 땅을 팔 수 없다는 듯 밤에 집 밑의 땅을 파면서 그의 잠을 방해하는 일꾼들에 대해 아침부터 불평을 늘어놓았다.
“땅을 파요? 누가 땅을 파요?”
“그게 바로 내가 너에게 묻고 싶은 거다, 라헬. 밤에 여기서 땅을 파는 그자들은 대체 누구냐?”
“밤이건 낮이건 땅을 파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아버지가 꿈을 꾼 거겠죠.”
“정말로 그자들이 땅을 파고 있다! 자정 지나 한 시나 두 시쯤 시작되지. 두드리고 긁는 온갖 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네가 그 소리를 못 들었다면 틀림없이 너는 자고 있었던 게지. 너는 잘 때 누가 업어가도 모르잖아. 그자들이 대체 뭣 때문에 지하실이나 건물 밑의 땅을 파는 거지? 석유 때문에? 금 때문에? 땅에 묻힌 보물 때문에?”
라헬은 노인이 먹는 수면제를 바꿨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그는 자기 침실 바로 밑에서 나는 땅을 두드리고 파는 소리에 대해 계속 투덜거렸다.




▶ 작가_ 아모스 오즈- 소설가. 1939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남. 열다섯 살 무렵 키부츠(공동체마을)에 들어감. 창작에 몰두. 소설을 쓰며 현재도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 사이의 평화를 위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음. 지은 책으로『나의 미카엘』『블랙박스』『친구 사이』등이 있음.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음.


▶ 낭독_ 유성주 - 배우. 연극 『염쟁이 유씨』,『만선』, 『농담』 등에 출연.

▶ 낭독_ 이갑선 - 배우. 연극 『장석조네 사람들』, 『키친』, 『안티고네』 등에 출연

▶ 낭독_ 박성연 - 배우. 연극 『목란언니』, 『아가멤논』, 『그을린 사랑』,『천하제일 남가이』 등에 출연



배달하며

한 때 국회의원이었던 아버지와 딸이 나누는 대화입니다. 불평을 멈추는 법이 없는 아버지긴 하지만 반면에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기도 하죠. 조용한 마을인데, 어느 날부터인가는 밤이면 밤마다 그 집 밑을 파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딸은 아버지에게 땅을 파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아버지의 마음이 떳떳지 못한 것뿐이라고 쏘아붙입니다.
어떤 소리, 어떤 일들이 헛것에 불과하길 바라고 싶어질 때가 있지요. 누구를 의심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서글픈 소리로 아버지가 딸에게 묻습니다. “왜 마음들이 모두 죽었지? 혹시 너 아냐? 응?”


문학집배원 조경란


▶ 출전_『시골 생활 풍경』(비채)

▶ 음악_ piano-classics n225 중에서

▶ 애니메이션_ 이지오

▶ 프로듀서_ 양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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