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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지도가 넓혀지는 이 순간, 이 자리 - 프린스 호텔 로비, <소설가의 방> 북 콘서트

  • 작성일 2018-11-09
  • 조회수 2,133
  • 방송일2018-11-19
  • 러닝타임120분
  • 초대작가김솔, 이은선

문장의 지도가 넓혀지는 이 순간, 이 자리
- 프린스 호텔 로비, <소설가의 방> 북 콘서트

 

 

 

글.사진 최주연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인상 깊은 외국 영화가 있습니다. 오래된 호텔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인데요, 다양한 투숙객들이 등장하고, 그중 한 명은 전업 작가로 호텔에서 글을 쓰는 중입니다.

 

그것은 단지 영화 속에서만 있는 일은 아닙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프린스호텔과 함께 진행하는 <프린스 호텔 소설가의 방-북 콘서트>라는 문학 사업이 있기 때문인데요.

 

오늘 여러분께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생생하게 담아 드리려고 해요.
참여하셨던 많은 분들에게는 그 순간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북 콘서트가 생소하신 분들께는 현장의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18년 11월 1일 목요일 저녁 7시, 명동 '프린스 호텔' 1층 로비에서는
김솔 작가님의 『마카로니 프로젝트』와 『보편적 정신』, 이갑수 작가님의 『편협의 완성』을 중심으로, 알차고 재미난 시간이 준비되어 있었답니다.

 

 

호텔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두 분, 오늘의 주인공 김솔ㆍ이갑수 작가님이십니다. 두 분이 서로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지 궁금하시죠? 잠시 뒤에 들어보기로 해요!

 


 

 

오늘의 사회자 이은선 작가님이 일찍 도착한 관객분들을 챙겨주고 계시는 모습입니다. 밝고 환한 응대에 덩달아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잠시 뒤에 있을 북 콘서트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하는 기분입니다.

 

"호텔 프린스에서 인사드립니다.
호텔에 오면 겉옷을 하나 정도는 벗고 로비 낭독회를 시작하게 되는데요.
그게 본질인 것 같아요. 마음을 열듯이, 두꺼운 외투를 벗고, 좀 더 편안한 상태로 소설을 보는 것이죠"

 

작가님들과의 소통의 시간과 더불어 대학로에서 활동 중인 배우들로 구성된 낭독 공연이 있을 것이라는 프로그램 안내와 함께 1부가 시작되었습니다.

 

 

 

1부 : 소설가 김솔 『보편적 정신』, 『마카로니 프로젝트』

 

 

"안녕하세요. 소설 쓰는 김솔입니다"

 

담백한 인사말로 자기소개를 해주신 김솔 작가님.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고, 자리가 어색한 느낌이 풍겨 나오죠? 김솔 작가님은 북 콘서트가 처음이시라고 합니다.

 


 

김솔 작가님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계셨어요. 전업 작가가 아닌, 회사원이라고 하시네요. 이날도 바로 나오지 못하고 회사에서 일을 하다 반차를 내고 참석하신 것이라 해요. 소설도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써오셨다는 말씀에 관객 모두가 놀라기도 했답니다.

 

Q : 왜 소설을 쓰게 되셨나요?

A : 저는 공대생입니다. 대학 입학 이후부터 하고 싶은 일이 없었습니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우연치 않게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게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Q : 호텔 프린스에서 소설을 다 쓰신 건가요?

A : 퇴고를 이곳에서 했습니다.

 


 

 

대화가 무르익고, 한껏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뀌신 김솔 작가님이십니다.
이제 귀로 듣는 소설 시간입니다. 낭독 공연은 작가님이 선택하신 작품으로 진행되는데요. 소설을 읽을 때와는 다른 의미로, 작품을 좀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솔 작가님의 첫 번째 소설집에 실려 있는 단편, 「소설 작법」입니다.

 

 

 

소설 「소설 작법」 낭독 공연 (배우 마광현, 송경화)

 


 

 

<김솔, "소설 작법" 낭독 공연 中>

 

 

- 독자들이 다 사라지고 작가들만 남으면 우린 누구한테 책을 팔지?
- 자본주의가 팔지 못하는 건 없다. 가짜는 민주주의를 실천한다. 가짜 명품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는 건 중산층과 민주주의가 공멸의 위기에 처했다는 걸 의미한다.
- 인터넷과 개인 통신 장비의 발달은 작가와 독자를 더 이상 순수한 상태로 존재할 수 없게 만들었다. 작가는 그저 그 책을 가장 먼저 읽은 독자일 뿐이고, 독자는 아직 자신의 글을 완성하지 못한 작가일 따름.

 

 

인상 깊은 구절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낭독 공연'은 한 권의 소설 혹은 단편을, 연극 공연처럼 짧게 재구성하여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구연되는 시간입니다. 김솔 작가님은 본인의 문체가 매우 장황하여 배우분들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미안해하셨어요.

 

예전과는 다른 글쓰기 환경과 급격한 사회 변화, 그 안에서 문학 세계를 구축해야 하는 작가적 고민이 느껴지는 단편, <소설 작법>이었습니다.

 

 

 

<작가가 나와 내 작품 세계를 말하다>

 

"제가 소설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독자와 작가의 관계'입니다. 독자는 작가보다 훨씬 더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을 생각하면 사실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사라질 때도 있어요(웃음) 제 글이 장황하고 불친절한 것 같기도 한데, 저는 집필할 때 최대한 독자를 배제하고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보시다시피 심각한 근시입니다. 과거에 1년 동안 남미를 여행한 적이 있어요. 다이버의 천국이라는 온두라스의 작은 섬에서 스킨 스쿠버를 배웠습니다. 평소에 연습을 할 때는 잘했는데요. 막상 시험 때가 되니 긴장이 돼서 괜스레 콘택트렌즈를 끼게 되더라고요. 그때 아...갑자기 제 발밑으로 검은색의 큰 물고기 여러 마리가 훅-하고 지나가더라고요. 그 순간 리듬감을 잃고 허우적거리기 시작했고, 쫓아오던 한 다이버가 저를 구해줬어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제가 '독자들의 모든 불평과 기대를 알고 있다'고 한다면 저는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아요."

- 김솔

 

 

 

모르는 게 용기일 때가 있죠. 많은 것을 알게 되면 겁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누구나 다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한 보편적 경험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여 공감을 이끌어 내는 분들이 '작가'라는 이름을 갖게 되는 게 아닐까요?
김솔 작가님께서 앞으로도 계속 렌즈를 빼고 집필하실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멀리서 오신 손님> 게스트 이갑수 소설가님

 

 

프린스호텔 소설가의 방 북 콘서트에는 두 번의 작품 소개 코너가 준비되어 있었어요. 본인이 선택하는 작품으로 구성된 낭독 공연이 그 하나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에 의해 발췌된 부분, 즉 "타인의 독서-밑줄 긋기" 정도가 되겠죠? 과연 이갑수 작가님은 김솔 작가님의 소설 중 어떤 부분이 감명 깊으셨을까요?

 

 

"연금술이란 모든 물질 속에 내포되어 있는 보편적 정신을 찾아내고 추출하여 모든 재료들의 쓸모를 재조정하는 학문이자 실천방법이라고, 그러니까 낫과 황금의 차이는 쓸모의 차이일 뿐이며 각각에 내재되어 있는 보편적 정신을 조정함으로써 얼마든지 그 쓸모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중략)"

 

 

이은선 : 왜 이 부분을 가져오셨나요?

이갑수 : 뭐랄까... 저에게 하는 말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느껴지는 호흡, 이런 부분이 좋았습니다.

 

 

이갑수 작가님은 이 구절이 마음에 든 이유로 '호흡이 유려하다'라는 평을 해주셨는데요. 추상적 관념 혹은 철학적 사상을, 평이한 문장으로 군더더기 없이 담아낸 것에 대한 칭찬으로 들렸답니다.

 

 

 

 

화기애애한 담소 시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느덧 이갑수 작가님은 무대 뒤로 사라지시고, 이제 1부의 마지막 순서인 김솔 작가님과의 Q&A 시간이 남았습니다.

 

Q : 소설을 쓰면서 후회한 적 있으신가요?

A :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Q : 지금까지 썼던 작품들 중에서 본인께서 감동했던 소설 작품 있으신가요?

A : 그런 건 없습니다.

 

Q : 작가는 모름지기 시시각각 변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판 놀고 빠지고, 다른 곳에서 옷 갈아입고 또 노래 부르는 작가의 삶, 만족하십니까?

A : 예, 만족합니다.

 

Q : 글이 안 써질 때는 어찌하시나요?

A : 그럴 때도 많은데요. 전업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쓰고 싶을 때 쓰는 것 같습니다. 밀린 이야기를 쓰니까요.

 

Q : 호텔 프린스에 언제 오셨죠?

A : 작년 8월에 왔습니다.

 

Q : 일과는 어땠을까요?

A : 여름휴가가 있어서요. 그때 쉬려고 이쪽에 한 달 정도 묵었었고요. 여기서 잠을 잤다기보다는 작업실로 사용했어요.

 

Q : 소설가, 회사원, 아빠, 남편의 삶에 대해 힘들거나 후회하신 적은 있으신가요?

A : 자꾸 이런 질문을 하셔서 제가 후회를 했어야만 하나... 싶은 생각도 드네요(웃음) 그렇진 않고요. 제가 소설을 쓰는 이유는, 그것 말고는 제가 인생에 있어 잘하거나 해보고 싶은 일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Q : 이 소설은 꼭 쓰고 싶다, 준비하고 있는 소설이 있다면 스포 한 번 해주세요.

A : 이갑수 작가의 소설. 그런 식으로 써보고 싶습니다.

 

Q : 김솔 작가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다음에는 여기 앉아 계신 분들이 이 자리에 오셔서 본인이 쓰신 글들을 이야기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글을 쓰고 있을 때만 작가고요, 평소에는 독자로 남아 있는 사람입니다.

 

 

 

 

<프린스호텔 소설가의 방 - 북 콘서트> 1부를 마무리 하며

 

순식간에 1부가 끝났습니다. 김솔 작가님의 소설의 한 구절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독자들이 다 사라지고 작가들만 남으면 우린 누구한테 책을 팔지??" 글을 읽는 사람은 없는데 글을 쓰는 사람만 있다는. 따라서 이곳에 모인 우리들은 조금은 특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유튜브가 아닌 활자로 인쇄된 책을, 그것도 순수 문학을 읽는 사람들이 모인 대한민국 서울 명동 한복판이라니요. 현란한 미디어의 색채 뒤에 숨어 살던 소수 민족의 작은 집회라고나 할까요?

 

 

쉬는 시간을 가진 뒤, 곧바로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이갑수 작가님을 만나볼게요!

 

 

 

 

 

2부 : 소설가 이갑수 『편협의 완성』

 

 

이은선: 작가님. 단편 소설을 발표하실 때마다 모아서 낸 책이네요? 등단작부터 실려 있네요.

이갑수 : 네. 최근에 쓴 소설도 한 편 실려 있습니다.

이은선 : 어떤 교수님께서 '재능이 있다'라고 말씀해 주셨다고요. 어떤 분이실까요?

이갑수 : 음... 그냥 술버릇으로 하신 것 같은데 진짜 재능이 있는 줄 알고 써볼까 했는데 알고 보니 아무에게나 하신 말씀이더라고요.

이은선 : 그게 재능입니다.

 

 

소설을 쓰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담당 교수님과의 일화를 소개해 주셨는데요. 시니컬하게 "누구에게나 다 그런 말씀을 해 주셨다"라고는 하셨으나, 모든 씨앗에서 떡잎이 나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놓을 만한 힘을 가진 칭찬. 내지는 질문. 여러분들에게는 무엇이었을까요? 이갑수 작가님께서 선택하신 낭독 공연 작품은 코카콜라를 소재로 한 「편협의 완성」입니다.

 

 

 

소설 『편협의 완성』 낭독 공연 (배우 마광현, 송경화)

 

 

- 나는 코카콜라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다. 어릴 때부터 뭔가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책을 읽었다. 할머니와 둘이 살았기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자기 일에 바빠서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언제나 콩나물국을 한 냄비 끓여놓고 코카콜라 병에 보리차를 담아 놨다.
- 단점을 보완하는 것보다 장점을 살리는 게 좋아.
- 그날 코카콜라는 전 세계 곳곳의 강에서 불꽃 축제를 벌였다. 템스강, 황허강, 한강, 갠즈강, 미시시피 강.
- "왜 하필 강에서 할까?" "일종이 광고 효과 때문이겠죠." "밤에 시커먼 강물을 보면 코카콜라가 생각날테니까."
- "어째서 사람들은 순간적인 것에 집착하며 살까?" 옥상 위에서 코카 콜라의 점등식을 지켜봤다. 보름달이었다.
- 달에는 하나의 광고판 뿐이었지만 지구에는 천문학적인 수의 광고판이 있었다.
- 달이, 코카콜라가, 빛났다.

 

 

코카콜라로 시작해 코카콜라로 끝난 단편 소설입니다. 작가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어요. '코카콜라'로 상징되는 거대한 물질문명조차도 '달'에 광고판을 걸었을 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 이유는 현대인들은 볼거리가 너무 많아 '달'을 볼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데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본인의 소설이 낭독되는 것을 들으니 기분이 어땠느냐는 이은선 작가님의 질문에 "참 부끄럽네요. 소설을 더 잘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답해주신 이갑수 작가님. 시종일관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본인의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이어지는 <작가가 나와 내 작품 세계를 말하다> 코너에서 이갑수 작가님의 문학관을 엿보도록 하겠습니다.

 

 

 

<작가가 나와 내 작품 세계를 말하다>

 

 

"저는 문창과를 나왔습니다. 학교에서는 소설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고 난 뒤에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제가 등단하고 글을 쓰다 보니, 학교에서 배운 바와는 달리 '소설은 재미있고 난 뒤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제 남동생이 있는데요. 그 녀석이 제가 쓴 소설을 재미없다고 안 읽더라고요. 친형이 쓴 작품도 안 읽는데, 남들은 내 작품을 더 읽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독자의 선의나 호의에 의해 책장이 넘겨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작가의 의무도 어느 정도는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문장에 대한 기준이 예전과는 좀 달라진 것 같아요. 과거에는 빛나는 표현을 찾아왔던 것 같은데, 이제는 한 문장이라도 다른 문장과 연결되어 의미가 바뀌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큽니다. 가독성 측면에서도 그렇고요."

 

 

"소설은 매체와의 전쟁에서 이미 패배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늘 합니다. 영상이 압도적인 시대고 제가 생각하건대, 진정한 독자는 만 명 정도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상으로는 전달하지 못하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약간 청개구리 같은 면이 있어서 선생님들께서 싫어하시는 걸 하는 게 좋아요. 잘 쓰고 싶은 생각보다 다르게 쓰고 싶습니다. 다들 잘 쓰려고 하다 보니까 비슷해지는 것 같아서요"

 

 

'매체와의 전쟁에서의 패배'
많은 분들이 깊은 공감을 해주셨어요. 이것은 비단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회화의 숭고한 영역을 사진 기술이 침범했고, 읽는 시대에서 보는 시대로의 전환. SNS의 특정 프레임에 맞는 글쓰기 스타일이라든지, 문학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죠. 그러나 이갑수 작가님의 말씀처럼 영상 매체가 대체할 수 없는 문학의 독자적 영역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멀리서 오신 손님> 게스트 김솔 소설가님

 

 

이은선: 김솔 작가님, 이갑수 작가님에 대한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김솔 :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은선 : 이갑수 작가님은 김솔 작가님 첫인상 어떠셨나요?

이갑수 : 시상식에서 뵈었는데, 저희 자리 술값을 다 내주신 아주 좋은 선배셨습니다.

이은선 : 두 분께 질문인데요. 서로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 소재라든지, 부러웠던 적이 있으셨나요?

김솔 :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편협의 완성」이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고요. 저는 이 작품을 장편으로 끌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갑수: 저는 김솔 작가님의 '너도밤나무 바이러스'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은선: 김솔 작가님은 낭송, 무엇을 준비해 오셨나요?

김솔 : 「서점 로봇의 독후감」을 골라 봤는데요. 다른 것도 괜찮았는데...

이은선 :상당히 의외네요. 그 작품을 골라오실 줄은 몰랐네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김솔 작가님의 낭독 시간입니다.
어떤 부분을 발췌하셨을지 너무 기대가 되었어요. 서로 글쓰는 스타일이 전혀 다른 두 분이, 서로의 어떤 부분에 끌리셨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답니다.

 

 

김솔 작가님의 낭송을 듣고 계신 이갑수 소설가님의 모습이 보이시나요? 1부에서 김솔 작가님은 흐뭇한 미소를 띠고 계신 반면에, 반대의 상황에서 이갑수 작가님의 표정은 '부끄러움' 그 자체였습니다. 교수님 앞에서 소설 원고를 검토 받는 학부생의 느낌이랄까요.

 

예나 지금이나 이족 보행 로봇은 어른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아저씨 정말 로봇이에요?" 아이들은 계속 같은 질문을 했다. "응 맞아" "증명해 봐요" 나는 간단하게 장풍으로 책을 쓰러뜨리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안 믿는 아이들이 있었다. 의외로 내가 로봇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피부를 뜯어서 기계 장치를 보여줄 수도 있었지만 그건 증명이라기보다는 자해에 가까웠다. "너희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해 봐" 나는 그렇게 되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누나가 이 아저씨를 만들었어요?" 요즘 초등학생들은 영악하다. 녀석들은 의도적으로 나는 아저씨로 호칭하고, 헤라는 누나로 불렀다. 녀석들이 커서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서점을 차리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날 헤라는 견학 온 초등학생 전부에게 피자를 사줬다.

- 「서점 로봇의 독후감」, 김솔 낭송

 

김솔 작가님께서 밑줄 친 부분을 관객분들과 공유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세 분의 대화 시간이 이어졌어요.

 

이은선: 왜 하필 피자였을까요? 내 생애 처음 먹어본 피자의 맛, 기억나세요?

이갑수 : 아니요.

김솔 : 저는 특별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뭐든지 잘 먹습니다.

이은선 :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내 작품을 읽어준다는 것, 그 느낌은 어떠세요?

이갑수 : 떨리네요. 더 잘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이은선 : 김솔 작가님, 나중에 이갑수 작가님과 꼭 먹어 보고 싶은 음식 있으세요?

김솔: 음.. 아무거나요. 가족들과 여행을 하다보면 맛집을 찾다가 시간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은데요. 가까운 곳에서 만나 아무거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요.

이은선 : 이갑수 작가님은 김솔 작가님과 어디로 여행을 가고 싶으세요?

이갑수 : 아...암스테르담이요.

이은선 : 김솔 작가님 첫 번째 소설집 제목이?

이갑수 : 암스테르담 가비지 세일!

이은선 : 이갑수 작가님처럼 성의 있게 대답하셔야지, 아무데서나 아무거나 먹고 싶다고, 이 얘기하려고 멀리서 오셨어요?(웃음)

 

 

진지한 작가적 고민과 유쾌한 진행이 어우러진 북 콘서트였습니다. 가끔씩 예상외의 질문으로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어 주시는 이은선 작가님의 재치 있는 어록이 가득했던 프린스호텔 소설가의 방 북 콘서트 현장이었습니다.

 

김솔 작가님은 무대 뒤로 사라지시고 어느덧 2부의 마지막 순서인 이갑수 작가님과의 Q&A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Q :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A : 소설?? 음...저는 별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없는 것 같아요.(웃음)

 

Q : 처음 먹은 코카콜라의 맛을 기억하시나요?

A : 사실 저는 콜라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검도와 관련된 이야기를 생각해놨다가, 뭔가를 덧붙여야 할 것 같아서요.

 

Q : 콜라 얘기를 실컷 해 놓고 어떻게 그럴 수 있죠? 표제는 어떻게 정하신 건가요?

A : 제가 정했는데요. 편집자는 그 제목으로 하면 책이 안 팔릴 거라고 대안을 찾아보자고 하셨는데 바쁘신지 연락이 없더라고요.

 

Q : 2년 전이지만 호텔 프린스에서의 일과 기억나세요?

A : 여름이었고, 저는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요. 호텔에서 운동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보고. 저는 주로 밤을 새워서 시간을 활용하는 편인데요. 여기서는 밤을 새우고 조식을 먹을 수 있어서요. 조식을 먹고 올라가서 잤던 기억이 납니다.

 

 

 

<프린스호텔 소설가의 방 - 북 콘서트> 2부를 마무리 하며

 

"2018년 마지막 낭독회였습니다.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치 '나도 소설을 써도 괜찮겠다'라는 느낌도 드는 것 같지 않나요? 모든 관계자분들도 수고하셨지만 두 시간 내내 여기에 앉아 있는 자기 자신도 굉장히 고생한 것 같아요. 우리 모두를 위해 박수 부탁드립니다."

 

 

 

 

"사실 우리는 소설을 쓰지 않았으면 서로를 몰랐을 거예요. 소설가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갑남을녀, ABCD, 갑을병정 중 하나였겠지요. 소설가가 되었기에 이름을 얻었고, 그 이름 속에서 문장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문장의 지도가 넓혀지는 이 순간, 바로 두 분이 하고 계시는 일이지요."

- 이은선

 

 

자리에 함께 했던 관객분들은 '문장의 지도'라는 단어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셨을 것 같아요. 작가분들은 문장의 지도를 넓혀가고 계시고, 독자들은 그 지도를 보고 올바른 방향을 찾아 나가는 것이겠죠?

 

 

 

 

사진의 비어있는 이 의자는 여러분을 위해 남겨둔 자리입니다.
프린스호텔 소설가의 방 북 콘서트는 2019년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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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프린스호텔 소설가의 방 북콘서트 '소설가 진연주, 김의경 편'

'두 소설 속 의미가 다른 각자의 방' 글.사진 손정빈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는 거리 명동. 이곳 명동에 위치한 프린스호텔 로비가 문학으로 가득 채워지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프린스호텔과 함께 진행하는 를 위한 날인데요. 작가와 독자가 호텔 로비에 모여 나누는 문학 담소. 그 즐거웠던 문학의 세계로 떠나 보실까요? 지난 10월 18일 프린스호텔의 로비에는 그날의 주인공이었던 소설 「쇼룸」의 김의경 작가님과 소설집 「이 방에 어떤 생이 다녀갔다」의 진연주 작가님을 만나기 위해 독자 분들이 자리를 함께 해주셨답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된 이날의 북 콘서트는 먼저 「쇼룸」의 김의경 작가님께서 문을 열어 주셨어요. 1부 : 소설가 김의경 「쇼룸」 소설 「쇼룸」은 전시된 아름다움을 상징하지만 그 속에 내포된 프렌차이즈형 욕망을 다룬 소설로 요즘 세대의 사람들이 보이는 아름다움을 중요시하고 추구하지만 그 속은 허황되고정작 허전함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날 역시 재치 있고 유쾌한 언변의 이은선 작가님께서 활기찬 오프닝으로 의 시작을 알렸는데요. 북 콘서트에 앞서 조금은 긴장하셨던 김의경 작가님도 이은선 작가님의 응원에 잘 적응하시며 여유를 찾으셨답니다. 소설 「쇼룸」 낭독 공연 본격적인 1부의 시작인 소설 「쇼룸」의 낭독 공연의 모습!소설 「쇼룸」의 문장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낭독 공연으로 관객들은 소설이 관통하고 있는 이야기를 더욱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자신의 문장을 배우들의 공연을 통해 접한 김의경 작가님 또한 감회가 남다르셨다고 해요. 공연으로 더욱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김의경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나를 제대로 보고 나의 모습을 소설을 써보자 "예전의 저는 집안의 문제로 취직과 결혼을 정상적으로 하기 힘든 상황이었어요. 그것을 소설로 쓴 것이 「청춘 파산」이었고 그 소설로 등단을 하게 되었죠. 저의 소설은 대부분 저의 경험에서 나오는데요. 「쇼룸」에 나온 이야기도 대부분이 경험에서 나온 거죠. 남편과 같이 산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결혼식을 못 올렸는데 처음에 같이 살 때 다이소에서 청소용품을 잔뜩 사서 살 집에 들어갔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1년쯤 지나서 이케아가 등장했는데 남편은 일을 하니 저 혼자 추위에 벌벌 떨며 갔어요. '뭐 별거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막상 들어가니 희번덕거리면서 쇼룸을 둘러보는 여자가 보였는데 거울에 비친 저의 모습이었어요. 그때 저의 상황, 집안에 대해 큰 불만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60개 정도의 이케아 쇼룸을 둘러보고 집에 오니 곱등이가 다니는 저의 반지하 방이 쇼룸이랑 너무 극명하게 대비가 되는 거예요. 그때부터 제가 '나 왜 이러지?' 의문을 가지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케아에 가기 시작했어요. 저를 직시하고 싶었던 거죠. 저 자신과 마주 보고 나의 가난을 창피해 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말고 나를 제대로 보고 나의

  • 관리자
  • 2018-10-25
'문학주간 2018' 특집 프린스호텔 소설가의 방 북콘서트 '소설가 박사랑, 양선형 편'

호텔 로비에서 소설을 듣다 '소설가의 방-북 콘서트' with 명동 프린스 호텔 " 로비에서 소설을 듣고소설을 나누다 " 사진, 글/ 박혜진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한 곳인 명동, 그 중심에 자리 잡은 프린스 호텔 로비에 관광객이 아닌 관객이 모였습니다. 바로 를 위해서인데요. 작가와 독자가 호텔 로비에 모여 눈이 아닌 귀로 소설을 읽고 나누는 특별한 북 콘서트 현장을 지금 공개합니다! 지난 9월 6일, 명동 프린스호텔 로비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글 쓰는 학생, 문학을 좋아하는 연인, 중년 부부까지 콘서트 시작 전부터 많은 분이 자리해 주셨는데요. 나중에는 자리가 모자라 서서 듣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과연 어떤 분들이 주인공이기에 이렇게 많은 분이 찾아 주신 걸까요?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소설 '스크류바'의 박사랑 작가, '감상소설'의 양선형 작가입니다. 개성 넘치는 제목과 강렬한 표지의 책을 보니 오늘 두 작가님이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주실지 벌써 기대가 되네요! 이은선 작가님의 시원한 오프닝으로 의 막이 올랐습니다. 이은선 작가님은 2014년, 소설가의 방 첫해 참여 작가로 그 이후 모든 북 콘서트의 진행을 맡아주시고 계신데요. 작가 선배이자, 소설가의 방 선배로서 애정을 가득 담아 두 작가의 출간을 축하해주시고 응원해주셨습니다. | 1부 - 소설가 박사랑 「스크류바」 1부의 주인공은 이름처럼 사랑스러운 미소를 가진 박사랑 작가님입니다. 박사랑 작가님은 2016년 '소설가의 방' 참여 작가로 참여하여, 지난 2017년 10월, 첫 번째 소설집인 「스크류바」를 출간하였습니다. 작가님은 소설 「스크류바」를 '작가 박사랑과 인간 박사랑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책'이라고 소개해주셨는데요 과연, 책 속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낭독 공연부터 만나보겠습니다. " 어두워진 도로를 쳐다보며 나는 또다시 이상의 「권태」를 떠올렸다. 이상은 불나비가 달려드는 것을 보며 불나비는 그래도 사는 방법을 아는 녀석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불나비도 잠잠했다. 불빛이 너무 어두워 불나비조차 달려들 곳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서 나는 내일을 생각했다. 내일도 오늘과 같은 하루가 이어지겠지. 도시로 돌아간 뒤의 내일도 생각했다. 그 내일 또한 나의 어제들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나는 이상과는 다른 결말을 지었다. 이상은 다르지 않을 내일에 오들오들 떨었지만 나는 내일이 달라질까 오들오들 떨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어둠속에서. 박사랑 - 스크류바 「#권태_이상」 " 두 배우님의 낭독이 끝나고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마치 한 편의 연극 같았던 낭독공연! 소설 속 두 주인공이 마치 눈앞에 나타난 것 같았습니다. 내 눈으로 읽는 소설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듣는 소설은 독자는 물론이고 박사랑 작가님에게도 굉장히 특별한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요. 박사랑 작가님의 본인의 소설이 아닌 것 같아 너무 재미있게 들었다며, 배우님들에게

  • 관리자
  • 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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