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비평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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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혁진 문학평론
포지션 2024년 가을호(제47호)
무척 뜨거운 것을 쥐고 있었군요 ― 차도하 『미래의 손』(봄날의책, 2023)
이것저것 쓰다 결국 편지를 씁니다. 어색한 편지입니다.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서로를 모르는 편지니까요. 작년 10월, 소설가인 친구가 자신의 소설집 제목은 한 시인의 문장을 빌려서 지은 것인데1), 그 시인이 며칠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말하기에, 그랬구나, 마음이 좋지 않겠구나, 했던 것이 제가 당신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한 바퀴의...
하혁진 문학평론
포지션 2024년 가을호(제47호)
일상의 전개도― 임승유 『생명력 전개』(문학동네, 2024)
전개도(展開圖, development figure)는 3차원의 입체도형을 2차원의 평면 위에 펼쳐놓은 그림이다. 예컨대 정육면체를 전개도로 표현하면 여섯 개의 정사각형이 십자가 모양을 그리는 형태가 만들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똑같은 입체도형을 서로 다른 전개도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인데1), 이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하는 대신 입체도형이 점과 선의 연결, ...
황사랑 문학평론
포지션 2024년 가을호(제47호)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 오병량 『고백은 어째서 편지의 형식입니까?』(문학동네, 2024)
움베르트 에코는 장 클로드 카리에르와의 대화에서 “현대의 매체들은 빠른 속도로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 버”리기에 “시간의 파괴 작용에 대한 저항력을 증명한 무언가를 선택해야 한다면, 난 책을 선택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1) 에코의 말처럼 우리는 책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며 책의 온존을 바라곤 한다. 그런데 최근 시집의 출판 경향을 보면 책조차 SN...
하혁진 문학평론
포지션 2024년 여름호(제46호)
내가 없는 곳에 나는 있다 ― 한재범 『웃긴 게 뭔지 아세요』(창비, 2024)
동방정교회의 사상에서 엿볼 수 있는 부정신학(不定神學)은 신에 대한 앎은 적극적인 규정을 부정하는 방식으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신은 인간의 인식을 넘어선 존재이기에, 인간이 내리는 어떠한 규정도 신을 올바르게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부정신학이 무신론이나 반신론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점이다. 부정신학은 신은 ‘~이 아니다’라고 부정해...
황사랑 문학평론
포지션 2024년 가을호(제47호)
콘크리트 디스토피아 ─ 김유섭 『비보이』(포지션, 2023)
문학작품을 하나의 생명으로 본다면 문단은 거대한 생태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대에 시작된 문학의 정치성에 대한 논의, 2010년 중반부터 펼쳐진 참사와 애도의 기록, 2010년대 후반에 시작된 퀴어와 페미니즘을 거쳐 이제 2020년대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포스트 휴머니즘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문제는 주요 논의에 포함되지 않은 작품들이...
황사랑 문학평론
포지션 2024년 봄호(제45호)
실재하는 순수의 연못 ─ 황유원 『하얀 사슴 연못』(창비, 2023)
겨울이 되면 유독 생각나는 시들이 많다. 무릎까지 푹푹 쌓이는 눈을 보면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풍경이, 마당에 떨어진 눈을 보면 형형하게 살아 꿈틀거리는 김수영의 「눈」이, 아스라한 반짝임으로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진눈깨비를 보면 김종삼의 「북 치는 소년」이 떠오르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황유원의 최근작 역시 차가운 계절을 불...
황사랑 문학평론
포지션 2024년 봄호(제45호)
이제는 꿈에서 깨어날 때 ─ 양안다 『몽상과 거울』(아침달, 2023)
인간이 시를 창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인간은 날 때부터 모방에 대해 쾌감을 느끼며 모방을 통해 배우는 것을 최상의 즐거움으로 본다고 말한 것을 상기해볼 때, 인간으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하는 원동력은 카타르시스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양안다 역시 시 창작의 즐거움에 매료된 시인이다. 시를 쓰는 일이 자신에게 가장 재미있고 쓸...
하혁진 문학평론
포지션 2024년 여름호(제46호)
현상되지 않은 필름 ― 한영원 『코다크롬』(봄날의책, 2023)
시인과 촌장의 세 번째 앨범인 《숲》(1988)에는 〈가시나무〉라는 제목의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라는 유명한 노랫말로 시작되는 바로 그 노래다. 노래는 종, 피아노, 바람 소리로 이루어진 절제된 선율을 타고 흐르며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라는 노랫말로 이어진다. 이때 가사 속 ‘나’...
하혁진 문학평론
포지션 2024년 봄호(제45호)
발코니의 항해사 ― 박세미 『오늘 사회 발코니』(문학과지성사, 2023)
박세미의 두 번째 시집은 아슬아슬하다. 매일의 일상이 전쟁인 탓이다. 예컨대 첫 시의 첫 장면, “안전해지려고 / 들어오는 열차의 머리에 다리를 내민다”(「생활 전선」)는 문장부터 위태롭다. 확실히 ‘안전’이라는 단어와 달리는 열차에 다리를 내미는 행위는 모순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매일 아침 수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출근길 열차에 오르는 장면은...
하혁진 문학평론
포지션 2024년 봄호(제45호)
부드러운 오믈렛 안에는 ― 임유영 『오믈렛』(문학동네, 2023)
일본의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는 – 이렇게 표현해도 좋다면 – 세 번의 시도 끝에 자살에 ‘성공’했다. 누나의 죽음과 어머니의 정신이상으로 어두운 유년기를 보냈던 류노스케는 한평생 죽음과 광기에 대한 공포를 떨칠 수 없었고, 그로 인한 신경쇠약에 시달리다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라는 문장이 적힌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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