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비평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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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희 문학평론
계간 딩아돌하 2024년 가을호(제72호)
삶을 살아내는 두 가지 방법 ― 착시와 일상 ― : 이다희, 『머리카락은 머리 위의 왕관』, 문학과지성사, 2024. / 임승유, 『생명력 전개』, 문학동네, 2024
누구에게나 불현듯 떠오르는 어떤 순간이 있을 것이다. 기쁘거나 행복한 순간은 대체로 의식적인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불현듯’ 떠올라버리는 것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여기는 그 생각까지도 힘겨운 순간이 아닐까 싶다. 어찌할 도리가 없이 불가항력적으로 한 순간 우리에게 들이닥치는 것.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기억의 습격이 닥치...
김보경 문학평론
계간 자음과모음 2024년 가을호(제62호)
아직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느낌 : 임승유, 『생명력 전개』
일상적인 산문과 달리 시는 숨김과 드러냄의 긴장을 통해 성립되는 미적 구조물로 정의되곤 한다. 시는 그 뜻하는 바를 지나치게 드러내면 시적인 묘미를 잃고, 반대로 지나치게 드러내면 시적인 묘미를 잃고, 반대로 지나치게 숨기면 그저 무의미한 기호 덩어리에 불과해진다. 어떤 시는 특정 대상이나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도 묘사의 이면에 그 이상의 무언가가 ...
박민아 문학평론
계간 파란 2024년 가을호(제34호)
서정 없는 만두의 불연속 전개 ㅡ 임승유, 『생명력 전개』, 문학동네, 2024
같은 만두가 두 개일 수는 없다. 동일한 만두가 같은 시공간 내에 동시에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만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부재하는 만두는 오히려 만두 이상의 만두에 대한 사유를 촉발시킨다. 게다가 이 만두에는 서정이 없다. 만두에 대해 생각하고 만두에 대해 말하고 만두에 대한 시를 쓰지만 정작 ‘만두’의 실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
유성호 문학평론
계간 시작 2024년 가을호(제89호)
나는 지금, 어미의 사랑을 말하고 있다 ― 정지용문학상 수상자 이재무
1. 짧고 단아한 서정적 기품의 연속성 이재무李載武 시인이 올해 정지용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정지용문학상은 한국 현대시의 선구자인 정지용(1902~1950) 선생의 시정신을 기리기 위해 1989년에 제정되어 올해로 서른여섯 번째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수상작은 근작 시집 『고독의 능력』(천년의시작, 2024)에 실린 「3월」이라는 단형 시편이다. 정...
황사랑 문학평론
포지션 2024년 봄호(제45호)
실재하는 순수의 연못 ─ 황유원 『하얀 사슴 연못』(창비, 2023)
겨울이 되면 유독 생각나는 시들이 많다. 무릎까지 푹푹 쌓이는 눈을 보면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풍경이, 마당에 떨어진 눈을 보면 형형하게 살아 꿈틀거리는 김수영의 「눈」이, 아스라한 반짝임으로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진눈깨비를 보면 김종삼의 「북 치는 소년」이 떠오르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황유원의 최근작 역시 차가운 계절을 불...
권영빈 문학평론
문학/사상 2024년 상반기호(제9호)
막다른 문학의 골목에 길을 내는 비평의 정치 ㅡ 『제복과 수갑: 긴급조치 시대의 한국 소설』, 김형중 지음, 문학과지성사, 2023
모든 문학이 자신이 태어난 시대를 온전히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언제나 시대의 호흡 속에서 만들어지고 규정된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학은 동시대의 언어·상징·담론·이데올로기를 질료이자 매개로 삼아 고유의 문제성을 드러내고, 그 읽힘과 수용의 방식은 시점을 추정할 수 없는 복수의 ‘오늘’ 속에서 구성되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러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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