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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익숙해지지 않는 현대인의 속성
익숙해지지 않는 현대인의 속성 강지원 나는 바지와 팬티를 벗은 채로 변기 앞에 쓰러져 있었다. 나를 발견한 건 화장실을 관리하는 미화원이었다. 두 시간이 지나도 열리지 않는 양변기 칸이 영 수상쩍었던 미화원은 수십 번의 노크와 고함 끝에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나는 응급실로 이송되었고, 핸드폰 통화목록 속 단골인 아버지와 숙희 중 아버지에게 연락이 닿았다. 증상은 배변 실신이었다. 이는 모두 팀장에 의한 진술이다. 다행이야, 큰 병이 아니어서. 그나마 잘 됐지. 응급실까지 선뜻 동행한 팀장이 다독였다. 나는 어떤 스트레스성 질환이 습격해도 이상하지 않을 현대인의 속성을 가졌다. 응급차 속 팀장은 여러 경우의 수를 떠올렸는데 급성 심근경색, 뇌졸중, 고혈압 끝에 배변 실신이 붙자 그것이 그렇게 앙증맞을 수 없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정밀 검사에서도 만성 변비와 기립성저혈압 외에는 별다른 질환이 없었다. 팀장은 뒤늦게 도착한 아버지에게 나를 인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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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프롬 홈 강지원 데이팅 어플에서 매칭된 모든 사람들을 통틀어 재이는 가장 마음에 드는 상대였다. 주고받는 대화의 간격이 짧지도 길지도 않은 게,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의 적절한 간격을 터득한 것 같았고 민주와는 달리 자신을 드러내는 데에도 스스럼이 없었다. 머리 길이나 성향을 묻는 등 소상한 신변잡기에 심취하지도 않았다. 이따금 주고받은 일상 사진으로 추측건대 취향도 대강 비슷한 것 같았다. 민주는 취향을 가늠하기에 가장 보편적인 질문으로 좋아하는 영화를 물었다. 각자의 별 다섯 개짜리 영화와 이런저런 퀴어 영화를 나열하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아가씨〉와 〈캐롤〉에 대해서는 서로 비슷한 감상이었다. 지금보다 어렸을 적에는 감명 깊었고 언젠가 그런 영화처럼 대단한 인연을 만나길 바란 적도 있었으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실감과는 다소 동떨어진··· 여느 판타지 영화나 다름없다는 이야기. 재이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