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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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너구리 게임
너구리 게임 박은우 풀벌레가 울어 여름 방학은 지루하지 않아요 여치를 잡아 더듬이를 잘라요 해가 길어 오래 비틀거려야 해요 이모, 나는 어제를 키우고 싶어요 웃옷을 벗기고 낮잠을 재우고 싶어요 나는 오소리와 레서판다를 구분할 줄 몰라요 너구리는요 당근 체리 버섯 옥수수 배 터지게 주워 먹는데요 체리는 잘 모르겠어요 꿈에서 여름을 삼키고 배가 부풀던 엄마는 모텔에 다녀요 피 묻은 팬티를 빨아 널고 한 달 내내 아오리 사과만 먹었는데요 식물도감에서 보았어요 제때 따지 못한 아오리는 밧줄에 달린 아저씨만큼 빨개요 파인애플 자몽 오렌지 멜론 비싼 과일만 처먹는 너구리는 식구끼리 몰려다닌대요 한 움큼 동전과 조이스틱, 콜라 맛 슬러시, 이모, 재미없어요 난 천천히 자라는 동생을 갖고 싶고요 맥주가 나오면 마지막 스테이지, 게임은 무한반복이에요 너구리나 따라 하다 어른이 되는 거라면 8월이 저 혼자 새끼를 낳았어요 엄마도 나를 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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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마니또 게임
그러니 얘들아, 제발 이 우스꽝스런 게임 좀 그만둘 수 없겠니?』 그러자 댓글들이 순식간에 따라붙었다. 왜 네 마니또가 잘 안 챙겨주디? 우리들은 마니또 놀이하느라 즐겁기만 한데. 그러니 우리들의 이름으로 부탁한다. 제발!!! 네 개인적인 불만을 여기에 토해내지 마. 모처럼의 분위기 망친다고! 흐미~ 넌 받으려면 먼저 주랬다는 말도 모르냐? 이런 깍쟁이 계집애야! ‘되로 주고 말로 받으리라~~~’ 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다니깐! 새겨들으시게. 홓홓홓……^^. 나는 비아냥으로 가득 찬 댓글을 읽으며 곧바로 후회했다. 애초에 글을 올리지 말 걸 그랬다. 솔직하게 대화를 시도해보려다 등 뒤에서 칼 맞은 기분이다. 이런 아이들과 감히 소통을 꿈꾸다니. 확, 지워버려? 그러다가 한편으로 생각하니 오기가 치솟는다. 그럴 순 없어. 아이들의 말을 듣고 지운다는 건, 곧 진다는 의미니까. 갈 때까지 가보는 거야! 나는 입술을 앙다문 채 자판을 두드려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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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우리는 게임을 한다 7 - 나의 게임 이야기
가슴이 뛰는 게임 이제껏 내가 소개해온 게임들은 모두 게임 서사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찾은 것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플레이’의 입장에는 조금 소홀해왔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게임을 ‘플레이어-플레이’의 구조로 정의하고 서사를 이야기하기 위해 게임 속 플레이어의 위치는 어디인가, 플레이어는 플레이를 통해 무엇을 마주하게 되는가, 따위의 생각들로 글을 이어왔기에 ‘플레이’ 자체를 다루는 데에는 소홀했다고나 할까. 그러나 게이머들이 흔히 ‘피지컬’이라고 부르는 순수 게임 플레이 역시 소홀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이 ‘플레이’는 게임의 서사와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재미를 뽐내며,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취미로 삼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게임의 역사를 살펴보아도, 게임의 서사 요소는 플레이 이후에 생겨난 것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번에는, 최근에 가슴 졸이며 플레이한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1)라는 게임을 소개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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