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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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문학주간2024〉 : 소극장에서 울려 퍼지는 작가와 글틴의 진심
한편, 고선경 시인님도 대기실을 찾아 주셨는데요. 채미나 시인님, 많이 긴장되시나요? 고선경 시인네, 엄청 떨리는데요? (하하) 대화를 나누고 둘 다 머쓱하게 웃었습니다. 고선경 시인님께서도 열심히 대본을 바라보고 계셨어요.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은 항상 떨리죠. 저는 각자의 말을 정제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글틴 친구들, 선경 시인님을 두고 올라와 소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소극장은 푸른 불빛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왔는데, 저 같은 글틴 졸업생뿐만 아니라 현재 활동하고 있는 글틴 친구들도 많이 이 자리에 참석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고선경 시인/김멜라 소설가와 함께하는 ‘글틴이 뽑은 2024 오늘의 문학 북토크》는 설문조사, 리딩클럽, 작품집 발간, 북토크 개최의 네 단계를 거쳐 뽑힌 문학가 두 명을 초대하여 글틴 청소년 대표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편지와 답장을 낭독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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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오! 라일락
라일락 고선경 아무도 나랑 놀아 주지 않았을 때 언니도 묘연했다 우리는 같은 중학교 학생이었고 엄마 아빠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급식을 누구와 먹는지 배드민턴을 누구와 치는지 같은 반 아이들이 어떤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지 언니는 왜 나를 보러 오지 않는지 언니는 나보다 한 살 위고 이효리처럼 노래 잘하고 춤도 잘 췄다 언니의 친구들은 나를 몰랐지만 나는 알았지; 마리 제니 소이 그런 이름을 가진 언니들 나도 카스텔라처럼 부드러운 발음의 이름이고 싶었는데 언니는 딱 한 번 나와 급식을 먹어 주었다 내가 배식 당번이 되었을 때 언니의 식판에는 요구르트 두 개가 놓였다 언니와 같은 고등학교에 지원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랑하면 어디까지 해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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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밝은 산책
밝은 산책 고선경 감은 눈 속에서 어두운 숲이 부풀었어 이파리 한 장에도 나는 쉽게 긁혔고 너는 괜찮아 괜찮아 말해 주었다 동전을 던져 미래를 결정하려 했으나 동전은 손바닥을 통과해 깊고 깊은 웅덩이 속으로 가라앉았다 미래가 나를 결정하려 하는 것 같아 괜찮아 괜찮아 하지 말고 네 심장을 꺼내 나에게 줘 너의 그 녹슨 심장 말이야 혹시 억울하니 밤은 매일의 페이지를 넘긴다 파본 파본 파본 나는 너무 시끄러운 귓속말이야 마음대로 길을 내지 마음에 드는 식물을 보면 뿌리째 뽑아버리지 어디선가 날아온 공이 뒤통수를 세게 쳐서 나도 모르게 눈을 번쩍 떴어 눈을 뜨면 어떤 세계는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지하철에서 회사에서 식당에서 집에서 캄캄한 눈꺼풀 안쪽을 두드렸다 한 달도 가고 일 년도 갔다 한물간 동전들이 하나둘 내 안으로 떨어져 내렸다 다시 그 숲에 가게 된다면 불을 질러버릴 거야 그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까 그때 숲은 환희로 가득 차게 되리라는 게 내가 지은 결말이었다 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