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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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글틴 동창회 참여 후기] 후기는 호기롭게! 옛살라비 글틴 동창회
엄청난 길이의 ‘공지사항’이 쌓여 어느 순간부터는 카톡 읽기를 포기해버렸다. 어째 일이 점점 커진다는 생각이 들 즈음, ‘때는 이미 늦었다’, ‘망했다’라고 생각했다. 글틴 동창회, 사실 글틴을 모르는 필자로선 얼마나 큰 규모일지 어떻게 진행되는 행사인지 1도 아는 바가 없었다. 사회를 맡은 나는, 그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하며 그날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랐다. 2015년 9월 5일. 코드네임 블랙. 우리의 의상 콘셉트는 블랙이었다. 기숙사에 틀어박힌 채 좀처럼 씻지도 않고 지내던 나는 간만에 옷장을 열었다. 검은 신발과 검은 바지, 검은 티셔츠에 검은 외투를 입고 혜화역으로 향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방에는 새로 장만한 선글라스까지 넣어두었다. 결과는 역시나 상갓집. 선글라스를 쓴 나는 똥파리가 되어 있지 않는가. 죄다 상갓집 복장으로 돈가스를 먹었다. 분명 혹자들은 우리에게 우환이 있을 게다, 하며 가엾게 여겼을지 모른다. 회의를 할 때도 우리는 블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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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파릇빠릇 콘서트 리뷰] 참 예쁜 첫 단추
아 참, 끝내기 전 중요한 공지사항 전달이 있었어요 파릇, 빠릇 문학 콘서트는 이번 달로 제1회라는 것! 즉 다음 콘서트가 이미 예정되어 있다는 거예요. 그러고 보면 어떤 일이든 시작이 반이고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들 하던데, 첫 단추가 이렇게 예쁘니 앞으로는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지 상상하기도 벅차네요. 2회의 손님들로는 젊은 시인들을 부른대요. 「벽」의 안희연 시인, 「벽의 자세」의 황종권 시인이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꼭 두 작가가 약속이라도 한 것 같은 제목 아닌가요? 벌써부터 다음 콘서트의 타이틀이 궁금해지네요. 다음 콘서트 얘기가 났으니 말이지만, 다음번엔 좀 더 서둘러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콘서트가 재미있었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또 관객이 엄청 몰릴 텐데, 자리가 없으면 곤란하잖아요. 문학 콘서트는 재미없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요? 에이~ 여태 보고도 그런 말씀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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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이선생은 피곤하다.
이선생 잠깐만, 전달사항이 있어요. 학생 6 샘! 톡방에 띄워 주면 안 돼요? 화 장실 급한데. 이선생 어, 미안해. 샘이 전화하느라. 얘들아, 다음주에 학교에서 진로 특강 있대. 신청할 사람은 톡방에 링크 걸어 둘 테니 구글 폼으로 신청해라. 이 와중에도 전화 연결음은 계속되고 있다. 학생 4 진로 특강 생기부에 들어가요? 이선생 생기부? 그건 잘 모르겠는데. 톡방에 공지 쓸 때 알려줄게. 학생 7 선생님, 저 왔어요! 이선생 응, 그래 다행이다. 전화 좀 받지 그랬니. 학생 7 똥싸고 왔어요. 학생 5 ㅋㅋㅋㅋㅋㅋㅋ 똥밍아웃~ 학생 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화 연결음이 끊어지고 음성 사서함 안내가 나온다. 안내 (음성)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이선생은 전화를 다시 건다. 통화 연결음이 계속된다. 이선생 자다가 수업 빠지지 말고! 얘들아, 오늘 하루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