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우린 이제 겨우 열여섯
청소년 테마소설 세상 속으로_제2회 우린 이제 겨우 열여섯 구경미 1 이른 아침부터 집 안이 시끌벅적했다. 말소리 웃음소리 발소리, 그리고 싱크대 바닥을 때리는 물소리. 오늘도야? 잠에서 깨자마자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이불을 뒤집어썼다.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꼭꼭 닫아건 방문을 넘어 이불 속까지 파고들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입안에는 군침이 돌고 배 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다. 잠에서 깨자마자 느껴야 하는 식욕이라니,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엄마의 계모임 회원들이었다. 아줌마들은 벌써 몇 주째 일요일 아침마다 우리 집으로 몰려와 김밥을 쌌다. 이게 다 아버지가 없는 탓이었다. 낚시가 취미인 아버지는 토요일 오전에 집을 나가 일요일 저녁에야 돌아왔다. 사람들이 우리 집에서만 모이는 이유였다. 그런데, 웬 김밥? 그게 무슨 소풍이라도 되는 줄 아나. 나는 이불 속에서 투덜거렸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소설 부문] 엘리펀트
존경하는 편혜영 선생님, 구경미 선생님, 문장 관계자 여러분, 민과 알렉스, 소설 속 미처 지우지 못한 얼룩을 울림으로 읽어주신 분들께, 모두 고맙습니다. 많이 지우라는 의미로 이 상을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책장 속 아직 읽지 못한 문장들이 많습니다. 정원에 잠든 코끼리처럼, 여전히 아픈 문장들을 오래오래 마주보고 싶습니다. - 김건태 -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그들이 다가올 때
그들이 다가올 때 구경미 1 119 구급대원들이 도착한 것은 새벽 두 시 무렵이었다. 우리가 한강으로 배를 끌고 나간 지 이십여 분 만이었다. 둔치에 선 구급대원들이 우리를 향해 빛줄기를 쏘며 얼른 돌아오라고 소리 질렀다. 괜찮아 아무도 모를 거야, 했던 형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강물을 내려다보았다. 너무 어두워서 오리배에 부딪히는 물소리만 아니라면 그것이 물인지 아스팔트 바닥인지도 구별할 수 없었다. 무서웠다. 물이 아니라 어둠이 무서웠다. 그래서 뛰어들지 못했다. 형에게는 객기였고 내게는 일생일대의 중대한 결정이었다. 우리는 초저녁부터 한강 둔치에 앉아 술을 마셨다. 얘기는 주로 형이 했다. 나는 듣는 척하면서 듣지 않았다. 어떤 얘기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끔씩 고개를 끄덕여 주며 강물만 바라보았다. 술이 떨어지면 형이 가서 사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둔치는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엉덩이를 털며 일어나 어딘가로 떠나갔다.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