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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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죽음의 시
이른바 ‘구윤재 산재 인정 촉구를 위한 노동제’였다. 취재진이 몰려왔고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구윤재 엄마는 인터뷰를 했다. 구윤재 엄마가 인터뷰를 끝내고 종기와 눈이 마주치자 종기에게 다가왔고 종기를 껴안았다. 구윤재 엄마와의 만남은 두 번째였다. 구윤재가 목숨을 잃은 지 나흘째 되는 날 종기는 구윤재 엄마를 만났다. 죽기 전에 구윤재와 나눴던 대화, 작업장에서 겪은 일, 구윤재가 숨을 거두었을 시간의 작업장 상황을 증언했다. 며칠 후 구윤재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아들을 기리고 아들 죽음에 대한 산재 인정을 촉구하는 노동제에 참여해 달라고 했다. 그날이 오늘이었다. 사회자가 모두 발언을 한 뒤 취재진을 향해 소리쳤다. “물류센터 창밖으로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들리나요? 들어 보세요. …… ‘마감 건입니다. 좀 더 속도를 높여 주시고 지금 부른 사원은 중앙으로 오세요.’ 들으셨죠?” 사회자는 구윤재 엄마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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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티피
티피 구윤재 티피1), 부르면 총총총 걸어온다 끌어안는다 티피라고 부르면 반응하는 너를 티피는 명도에 차이가 있는 세 가지 갈색 털과 그것을 아우르는 하얀 털로 덮여 있다 티피는 눈이 절반만 녹은 운동장 같다 돌아보면 흙 발자국이 남는 티피 끌어안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무게를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티피 부르면 몸보다 큰 공간을 가지고 오는 티피 품에 안는 순간 나는 진입한다 티피의 공간에 티피와 나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티피에 머무른다 티피와 내가 티피 속에서 하는 일은 대체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이다 미끄럽고 질척질척한 운동장에서 티피와 나는 멀리 보는 연습한다 시선을 멀리 두면서 배우게 되었지 멀리가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외계의 안녕을 비는 일이 발치로 날아온 공을 날려 주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해했을 때 티피는 이미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놀란 내가 눈을 쓸어내리자 눈 아래 어디에선가 티피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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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흔들려 움직이는
흔들려 움직이는 구윤재 그것이 내가 걸을 때마다 따라 움직인다 그것은 단단하고 각이 많아 언뜻 둥글게도 보이는 형상으로 내가 걸을 때 이미 삼보 정도 굴러가 있다 나를 앞지르는 것이 존재의 성질인 그것은 이미 이리저리 차인 모양 차인 모양으로 매끄러워진 모양 30도에 육박하는 이곳에서 갈수록 왜소해지는 모양 밀짚모자를 쓴 내 밑으로 떨어지는 평평한 그림자를 이리저리 비껴가는 모양 내가 주저앉아 그것에 얼굴을 들이대면 그것은 무생물인 양 딴청을 부린다 그러나 나는 알지 내 발밑을 굴러가며 자글자글 점점 더 작아지는 작아지면서 분포하는 저 돌이 감정을 느낀다는 걸 그러나 내가 관찰하는 지금 이 돌 밀짚모자 아래로 떨어지는 그림자에 포함된 이 돌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는 모양 볕에 바짝 말라 시들시들 졸린 모양 그늘이 존재하는 잠깐 동안 낮잠을 때리려는 모양인 이 돌은 나의 고양이를 닮았군 나의 고양이를 닮았다 나의 고양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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