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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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2014년 AYAF 선정작가 좌담회] 젊은 작가, 그들이 사는 세상
권민자 시인은 시가 쉽게 잘 써지나요? ▶ 권민자 : 저도 시 쓰는 게 어렵습니다. 잘 안 써질 땐 그냥 자요. (웃음) 시뿐만 아니라 공부가 안 될 때도 그렇고 난관에 부딪쳐 생각해야 할 일이 생기면 머리가 혼탁해지거든요. 그럴 땐 붙들고 있어 봐야 소용없잖아요. 오히려 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그래서 저에게 정리할 기회를 준다 생각하고 자는데 그러고 나면 신기하게도 해결되지 않았던 부분이 해결되는 편이에요. ▶ 신철규 : 저도 시가 안 써질 때 끙끙거리다가 다 포기하고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좋은 구문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어느 정도 방심을 해야만 시가 들어올 자리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럼 권민자 시인은 대개 정신이 맑은 상태에서 시를 쓰는 편인가요. 주로 언제 시를 쓰시죠. ▶ 권민자 : 맑다는 상태가 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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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방 외 1편
방 권민자 밤과 비슷한 면이 있지 그럴 땐 석탄, 곰팡이, 울타리, 의뭉스러워, 거미, 송곳이라고 해도 상관없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이는 것만 보니까 “못됐어.” “못됐어.” “못됐어.” 반복하는 앵무새의 입을 틀어막는다 가느다랗게 새어 나온다 “못됐어.” 발버둥친다 “못됐어.” 틀어막는다 “못됐어.” 그러므로 나는 禁書다 “안 돼.” “안 돼.” “안 돼.” 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끝없이 이어진 계단으로 내려가서 푹푹 꺼지는 건 죽는다는 뜻 만져 볼래? 열쇠는 필요 없어 말랑말랑해 뱀의 발바닥, 어둠, 어쩔 수 없는 궤짝 같은 그곳에 누워 있는 나의 치열을 이용해 막간을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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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어그로꾼
“그녀의 본명은‘민자’이며 심각한 공상허언증 환자다. 그녀의 거짓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나는 「리플리」라는 영화를 감명 깊게 봤던 터라 그 병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런 사람들에게 관심도 많았다. 물론 취재하기에도 재밌는 대상이었다. 게다가 몇 해 전 신정아 사태로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증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예슬이 아닌 민자라는 촌스러운 이름에 나의 뇌가 빠르게 작동했다. “손민자 손민자, 그래 미스 손!” 나는 혼자 중얼거리다 이제야 기억이 났다며 손뼉을 탁 쳤다. 내가 알던 손민자. 미스터 손이라는 손오공 캐릭터가 등장하는 애니가 한창 인기를 끌던 때라 우리에게 치키치키차카차카 미스 손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소녀. 나는 기억을 더듬으며 초등학교 4학년 때로 돌아갔다. 여름이 지날 무렵 우리 반으로 전학 온 그녀는 또래 평균 키보다 훨씬 컸다. 맨 뒤에 앉은 한 남자 아이가 교단에서 자기소개를 하던 그녀를 보며 거인이라고 놀려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