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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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귀
귀 천양희 바람 소리 물소리 들으니 오늘처럼 내 귀를 자연이 뚫은 적 없네 새소리 꽃소리 들으니 오늘처럼 내 귀가 자연의 약발 받은 적 없네 사람 소리 세상 소리 들으니 오늘처럼 귀울음 소리 크게 들린 적 없네 귀 기울이며 살아라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저 귀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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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검은 입 흰 귀
그리고 흰 귀 앞에 돈이 든 가방을 집어던졌죠. 그리고 그걸 챙기라고 손짓했어요. 그때 유곽을 관리하는 기둥서방들이 몰려오는지 바깥이 어수선했어요. 공기가 수상하다는 것을 눈치 채고 검은 입이 일어섰어요. 밖에는 여섯 명의 사내가 진을 치고 있었어요. 사내들은 나병환자들이 아니었어요. 아마도 돈을 벌려고 타지에서 모여든 뜨내기 건달들로 보였어요. 검은 입이 밖으로 나가자 사내들이 에워싸며 경계를 좁혀 왔어요. 우두머리로 보이는, 독사처럼 눈이 찢어진 사내가 이죽거렸어요. “귀머거리 년이 애타게 찾던 게 너로구나.” 검은 입이 흰 귀에게 가방을 앞에 던지라고 눈짓으로 신호했어요. 흰 귀가 가방을 놈들의 발 앞에 던졌죠. 검은 입의 의중을 안 흰 귀가 입을 뗐죠. “우리를 보내줘라. 여기 가방에는 돈이 들어 있다. 여자의 몸값으로 충분할 것이다.” 놈들의 진용이 흐트러지는가 싶더니 검은 입과 흰 귀 앞에 길이 열렸어요. 검은 입의 다음 목표는 보석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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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봄비가 차마, 귀(耳)가 되어 내리는
봄비가 차마, 귀(耳)가 되어 내리는 깨금발로 가벼이 내리는 봄비 뒤척이던 봄의 땀방울일까 아홉 개의 귀를 삼킨 흐르는 봄아 등걸잠 자던 옛 애인은 벚꽃 아래 숨어서 늙지도 않고 파랑이 됐다가, 수의(壽衣)가 됐다가 입김이 됐다가, 봄이 되어 내리나 쇳물처럼 붉게 녹을 품고 내리나 당신─이라는 테두리에 스민 철없는 마음 들릴까, 어쩌면 들릴 수도 있을까 속절없이 눈감은 숨은 별들아 바스러진 봄 귀(耳)가 하나, 둘, 우수수 꽃잎처럼 사뿐히 떨어지면은 내리나 당신, 붉게 흘러내리나 봄 그림자 넓게 지나가는 밤 모르고 활짝 핀 밤의 귀들아 눈 감고 실컷 뛰어다니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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