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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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김경주’라는 조각퍼즐
‘김경주’라는 조각퍼즐 김근 나는 시인 김경주와 친하지 않다. 친하지 않다는 말은 가깝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몇 년 동안 우리는 꽤 가깝게 지냈다. 그러나 단둘이 만나 술 마셔본 적도 없다. 속엣얘기를 주고받은 바도 없다. 언젠가 내게 ‘새가 되어 날아갈 것 같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그 말은 나보다는 김경주에게 소용되는 말인 듯하다. 그에 비하면 나는 붙박이 나무 같다. “바람이 불자/새들이/자신의/꿈속으로 날아”(「바람의 연대기는 누가 다 기록하나」)가듯이 그는 훌쩍 언제든 날아가버릴 것만 같다. 그의 감각적인 언어가 더듬는 것은 “삶이/닿지 않은 곳에만/가서” 젖는 메아리일지도 모른다. 관계는 위태롭다. 위태로움의 그 긴장이 우리를 아직도 만나게 하는지 모른다. 그는 요즘 자주 파란 트레이닝복 차림이다. 수염도 깎지 않은 채 나타나기가 다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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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죽은 새 - 죽은 군대가 도착한다 外
죽은 새 김근 죽은 새는 죽은 새였네 고양이의 눈 단추처럼 빛났네 단추를 떼어내도 죽은 바람은 죽은 바람이었네 고개 늘어뜨리고 활짝 펴진 채 굳은 날개 고양이 눈 멀었으나 갈수록 늘어갔네 피가 돌지 않는 책장들 다 묻을 수도 없었네 새를 들어 담뱃재를 떨었네 뜨거워지지 않았네 식은 통조림만이 고양이와 나의 몫이네 새는 새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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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대낮
대낮 김근 환한, 환한 대낮에 너는 나를 때린다 길이 제 근육을 팽팽하게 긴장시킨다 너는 사라지고 나는 금세 이완된다 내 몸을 이루던 성벽들 너무 쉽게 무너져 내린다 너 없는 풍경들 선명하게 다 삭은 몸의 단면들마다 인화되고 온전히 아스팔트는 되지 못하고 다만 흐려진 눈이 아스팔트의 어둠을 조금씩 베끼는 사이 조심스러운 무릎들 머리 위를 둥둥 떠다닌다 바람이 허리께에서 진저리를 친다 심하게 지린내가 진동한다 언제 이 몸을 다 맞추나 이런, 대낮 개구리떼처럼 햇빛이 흩어진 몸을 뒤덮는다 저만치서 얼얼한 악관절이 조용히 덜그럭거린다 핏기 없는 하늘 겨우 웃음의 한쪽 입꼬리 파르르 떨린다 언제든 모르는 너는 모르는 나를 때려눕힌다 대낮, 너는 아예 없었다는 듯이 환한, 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