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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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내가 미술 경매를 하는 까닭
내가 미술 경매를 하는 까닭 김남희 “네, 다음 작품은 인동욱 작가의 <세상 생각>이라는 작품입니다. 이번 옥션에서 가장 치열한 입찰이 예상되는 작품 중 하나인데요, 저희 옥션에서 팔리기엔 사이즈도 너무나 커서 미안한 생각이 다 드네요. 인동욱 작가는 집에 참 관심이 많은 작가입니다. 평생의 소원이 자신의 집을 직접 짓는 거라고 하고요, 평상시에도 작품 제작 외에는 아르바이트로 건축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기도 하고 거기서 영감을 얻어 또 작품을 제작하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작품의 대부분이 인간의 희로애락이 담겨있는 집의 형상입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 높고 낮은 언덕을 따라 자리 잡은 키 작은 집들이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는데요, 이번 작품은 이색적으로 수많은 터널들이 한 화면에 가득하네요.” 액자 가격만 해도 정말 만만치 않을 것 같은, 내 키보다도 훨씬 큰 그림이 옥션에 출품되었다. 노르스름한 화면 가득 매운 터널 입구들 속에는 어떤 사연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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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너의 개
너의 개 김남희 ‘개를 버리지 마시오.’ 잔디밭에 놓인 그 팻말은 다시 보니 해그림자에 가려진 글자가 있었다.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 왜 그런 착각을 했을까? 너는 손 그늘을 하고 부신 눈으로 해가 쨍하게 내리쬐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공원을 산책하는 개들은 저마다 사람을 동반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끈을 쥐고 한가로이 개를 따라가거나 개 유모차를 밀며 걸었다. 너 역시 개 유모차를 밀며 걸었다. 산들바람이 이마를 스치는데도 너는 등에서 땀이 났다. 잔디밭 사이로 다져진 흙길은 보기와 다르게 울퉁불퉁했고 덜컹거릴 때마다 너의 개는 거의 어김없이 너를 돌아보았다. ‘괜찮아, 치치.’ 너는 치치를 향해 웃어주었다. 쿠에티아핀 성분이 퍼지는지 치치는 표정이 게슴츠레했다. 핸드폰으로 지도를 확인해 보니 호텔까지는 아직 4km가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