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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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나의 첫책 (문학나눔) [장원-시] 지우개의 행방 - 김도언
[제42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 장원-시] 지우개의 행방 김도언 나는 지우개를 잘 잃어버린다 마른세수를 한다, 나를 흔들어 깨우는 움직임 글자를 써 내려가는 동안 눈이 내렸다 일기장에 꾸며낸 하루가 가득하다 창밖이 온통 새하얬는데 굵어지는 눈보라 속에서 우리는 제 자리를 지켰다 자주 입는 외투에 보풀이 일었다 엉긴 시간을 손톱 끝으로 뜯어낼 때 입가에서 각질이 떨어져 나간다 인정하는 일에는 찌꺼기가 생겼다 나는 무뎌지는 것이 두렵다고 쓴다 이건 꾸며내지 않은 이야기 책상 위를 쓸어 담는다, 나를 내버리는 움직임 페이지 채로 찢어낼 수도 있었지 종이 끝일 팽팽하게 잡아당겼을 때 창밖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눈사태가 도시를 뒤덮는 풍경 나는 불빛 쪽으로 손짓하는 사람을 보았어 황급히 창문을 열자 창밖에는 따사로운 도시의 아침이 눈은 내린 적 없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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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미(美)라는 성지를 찾아가는 순례
김도언 1972년 충남 금산에서 태어났다. 1998년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 풍경」으로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이듬해 「소년, 소녀를 만나다」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소설집으로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악취미들』이 있고, 장편소설로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가 있다. 현재 <작업>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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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고통스러운 시인의 전위
[내가 읽은 올해의 책] 고통스러운 시인의 전위 ─ 서대경 시집 『백치는 대기를 느낀다』를 읽고 김도언 올해 참으로 많은 시집이 쏟아졌다. 두 가지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독과점의 지위를 구축하기 위한 문학 전문 출판사들의 과다경쟁의 여파로 젊은 시인들에게 시집 출간의 기회가 비교적 너그럽게(?) 주어진 것과, 우수문학도서 선정이나 문예지 지원 등 문화예술위원회의 각종 문학부양책이 일정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나는 올해 출간된 시집 중에서 시인에게 첫 시집에 해당되는 것들을 주목해서 읽었다. ‘첫’이라는 말이 지시하는 순정함의 의미와 예측할 수 없는 미지에 대한 설렘은 시집을 읽는 재미와 감동을 확실히 배가시켜 주기 때문이다. 서대경의 첫 시집 『백치는 대기를 느낀다』(문학동네)는 이러한 첫 시집에 대한 나의 기대를 200퍼센트 충족시켜 준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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