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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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인터뷰] 쓰고 쓰고 쓰는 십대를 보낸 이들, 문장청소년 문학상 글틴 수상자들을 만나다
(김민식) “저는 이미 졸업한 학생 작품인 줄 알았어요. 답답하고 억압받은 마음이나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상태를 보면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썼나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예고 학생들 소설을 볼 때면 기교적으로 잘 쓰긴 하는데, 순수하고 깔끔한 느낌이 부족하단 생각을 할 때가 있었는데, ‘비염’은 학생이 쓸 수 있는 글인 것 같아요. 어른을 따라하지 않고 쓴 게 좋았어요.” Q. 김민식 글틴은 언어 선택이 섬세한데요. 언제부터 단어에 예민해졌나요? (김민식)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인데요. 1학년 때는 소설을 써서 문장 쓰는 것에만 신경 쓰고 단어에는 신경을 안 썼는데요. 2학년 때부터 시를 쓰게 되면서 단어 하나하나를 파고드는 습관이 생겼어요. 하루에 한 단어씩 선택해서 사고하는 식으로 시간을 보냈어요.” Q. 김민식 글틴은 한 친구가 자신에게 “새로운 낱말을 가르쳐줬다”고 각별한 의미로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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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피로연
피로연 김민식 그날 목서는 무대 위에서 울지 못했고, 울지 못했던 걸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났다 “불타는 나무 앞에서 숲의 귀신과 약혼할 때 눈물이 나올 줄만 알았어. 근데 얼음 생각만 나더라. 불타는 나무 속에서 빛나는 하얀 얼음…” 냉면이 미지근해지는 동안 목서는 계속 눈물을 흘렸다 둥근 식탁보가 거무튀튀하게 젖고 있었다 나는 목서에게 어떻게 얼음이 녹지 않았냐고 물어보았다 불은 주황색 부직포, 얼음은 투명한 사각 전구라고 목서가 설명해 주었다 앞으로 불타는 나무 앞에서의 일을 생각하면서, 꼭 필요할 때마다 울 수 있지 않을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을 거야 나와 목서는 옥상정원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아래층에서 올려다본 에스컬레이터 수리 현장은 톱에 베인 살점 같았고 누군가 우리를 위쪽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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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빛과 피로연과 모양막
빛과 피로연과 모양막 김민식 수족관이 우리를 따라온다 가이유칸에 다녀온 뒤로 소요는 중얼거렸다 흰 방 안에 빈 상자가 놓여 있다 관람객들은 그것이 비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얻었고 그것은 수조나 여과 시스템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갤러리를 빠져나오자 〈수리중〉 팻말이 보였다 팔짱을 낀 사람들은 위를 올려다볼 때도 무언가를 내려다보는 느낌을 준다 끊어진 진주목걸이를 찾기 위해 수리공들이 에스컬레이터를 분해하고 있었다 검고 주름진 계단이 한 칸씩 대리석 바닥 위에 놓여지고 우리는 걸어서 백화점을 내려가기로 한다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그 기억 속에서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그 공간에 내가 외워야 할 것들을 하나씩 배치하는 겁니다. 기억 속 궁전의 입구에서부터 가장 깊은 곳까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순서대로 진열하고 외워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