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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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한 사람이 온다
한 사람이 온다 김사리 폭설이 쏟아진다 당신의 풍경 속으로 한 사람이 온다 풍경에 갇히는 건 나를 내 안에 들이는 일 울타리를 가지는 일이다 안주하고 싶은 욕망이 폭설을 견딘다 밤의 연못에 수장된 한여름처럼 추위에 떨며 신호등처럼 깜박이는 사람 물 위를 걸으며 녹고 얼기를 반복하던 심장이 다시 뛰기를 기다린다 발꿈치부터 사라지는 사람 자기 그림자를 갉아먹는 사람 잃어버린 별이라고 착각하며 검은 돌을 줍는 한 사람이 온다 얼음 위에 비친 별이 처음 그 별이 아니듯 거울에 비친 돌이 차갑게 식는 동안 울타리 밖으로 조금씩 새고 있는 눈사람처럼 견고할수록 쉽게 녹아내린다 가시에 찔려도 울타리는 울타리 사람의 눈이 빛난다 슬픔이 쏟아져 내린 연못 검정돌이 다시 별이 되어 깜박일 때 풍경은 유니콘이 된다 마침내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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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파란
파란 김사리 나야 뭐, 머리맡에 놓인 물잔 지나가는 뜬구름 침대 아래 떨어진 베개이거나 단물 빠진 풍선껌이거나 눈빛은 말하지 끊을 수 없는 갈증이라고 눈빛은 알고 있지 태풍의 길목을 벗어난 건 얼마나 다행인지 바람 없이도 휘날리는 고루한 삶은 또 얼마나 위태로운지 깨진 컵을 버리는 시간 컵이 깨져도 아무렇지 않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 갈증은 해소되지 않는 장르 눈 속에 빠지면 가능할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고집 센 파랑 찻잔 속 태풍 빨강에 휩쓸리지만 엄밀히 말해서 파랑 카멜레온처럼 열대성 저기압 깨진 컵은 파란, 죠스바처럼 혓바닥이 파래 당신 웃음은 해풍에 말린 오징어 냄새가 나 피항(避港)은 잿빛 구름의 여정일 뿐, 파란의 세계에 빠지려면 컵과 물이 필요해 나는 파란 유리컵이 되고 있어 초입이 미끄러워 두 손에 낡은 구두를 벗어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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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데스 리뷰」외 6편
데스 리뷰 김사리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가 울 때마다 비도 따라 내렸다 화장실 문을 잠근 엄마는 손톱을 깨물었고 울음을 지운 아빠는 또 다른 울음을 찾아 떠돌았다 폭풍우 치는 언덕을 빠져나오기 위해 폭풍처럼 성장한 아이는 내내 지붕을 찾아 헤매 다녔다 울음이 바람막이가 된 아이는 봄이 와도 녹지 않는 단단한 설움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었다 눈사람을 지워버린 하늘과 땅은 지붕이 되지 못한 기억마저 지워버렸다 태어나서 한 번 성인이 되어 또 한 번 버려진 눈사람이 안길 품은 어디에도 없었다 따뜻한 품이 되어 줄 옥상으로 올라갔다 심장을 데우는 빛이 꺼지자 아이는 단번에 차가운 눈으로 흩날렸다 더 이상 집도 지붕도 필요 없는 창밖으로 아이는 천천히 녹아내렸다 밤이 깊도록 눈은 그치지 않았다 아프리카의 휴일 오아시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