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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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카라멜 마끼아또
카라멜 마끼아또 김설아 그는 서른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애 같은 면이 있었다. 생김새도 소년 같고 술과 담배를 즐기지 않기 때문인지 누구나 그를 보면 귀여움이나 보호본능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자신이 나이만 먹은 모조어른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그에게는 그 나이의 남자에게서 보기 드문 반짝이는 감각이 있었고 자신만의 취향이 확고했다. 이것이 그를 순수하게 만들어 주는 것도 같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옷을 너무나 좋아했고, 자라서 하고 싶은 것도 옷 만드는 일밖에 없었다. 때문에 다른 일상적인 일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기는 했다. 그는 한 번도 소위 말하는 정규직을 가져 본 적은 없었지만 끊임없이 직종을 바꿔가며 일을 해 왔다. 대학의 의상디자인과를 다니던 시절부터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패션 아트디렉터, 잡지 모델까지 겸할 정도로 소질도 능력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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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공기와 춤
공기와 춤 김설아 1. 스포츠센터는 도서관 옆 붉은 벽돌 건물이었다. 유리로 된 여닫이 현관문 위에는 수영, 헬스, 요가를 하는 사람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1층은 수영장이었다. 2층은 헬스장, 3층은 다목적 체육관으로 농구장 겸 강당에서 에어로빅, 요가, 필라테스, 벨리 댄스를 했다. ‘여기란 말이지.’ 주경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벽면에 5단 사물함이 늘어선 3층 복도로 들어섰다. 떨려서 그런 건 아니고 숨이 차서였다. 이왕 운동하기로 결심했으니 기회 있을 때마다 조금이라도 활동량을 늘려야 했다. 그때 승강기에서 내린 중년 여성 몇 명이 대화를 나누면서 한쪽만 열린 회색 철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주경도 따라 들어갔다. 녹색 냉 난방기에 걸터앉아 실내용 운동화를 갈아 신거나, 물을 마시거나,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대화를 하는 여자들이 보였다. 아는 얼굴은 없었다. 부러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