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956)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Culture이모작] 김혜나 작가, 몸과 글을 쓰는 건강한 시간들.
김혜나 : 『정크』에 쓰인 ‘정크족’은 사회에서 많이 외면당하고 소외당하고 도태돼있고 제도권 밖으로 튕겨 나온 인물들이에요. 그런 인물들이 오히려 어떻게 보면 사회에서 물질적으로나 권력적으로 입지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보다 오히려 진정성 있고 살아 있는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거든요. 정크족이라고 치부되는 사람들이 진짜 존재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되게 훌륭하다는 사람들 만나보면, 오히려 쓰레기 같을 때가 있어요. 보이지 않는 데서 별짓 다하는 사람 많잖아요? 그런 대비되는 속성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글틴 : 작가님의 실제 성격은 어떤지 여쭤봐도 될까요? 김혜나 : 양면성이 다 있는 것 같아요. 『정크』에서 외적으로 보이는 건 다 어두운 것만 있는데, 문장으로 인간의 변증적인 성향들, 이중성, 양면성을 모두 표현하려고 애를 썼어요. 문장을 보면, ‘있지만 없고 멈춰있는 것 같지만 가고 있고.......’ 그런 분위기로 되게 많이 표현했어요.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글틴, 윤석정 멘토와 김가은 멘티의 만남
김 : 중학교 2학년 때 읽은 박목월의 시 '나그네'가 크게 다가왔다. 윤 : 시는 상황에 따라 감흥이 달라진다. 어떤 상황이었기에? 김 : 당시 중2병을 앓고 있었는데 하루 평균 5장씩 쉬는 시간마다 짬짬이 일기를 썼다. 나는 누구지, 나는 왜 있지 등등 철학적인 고민에 빠져 있었다. 박목월의 시 '나그네'를 보면 나그네가 구름에 달 가듯이 유유히 떠나간다. 그 시를 읽고 나는 왜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까, 조금은 편하게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윤 : 그러니까 사는 게 별거냐, 라고 깨닫게 해준 시 같다. 김 : 맞다. (웃음) 윤 : 일기를 쓴 것이 시 쓰는 데 도움이 된 듯하다. 첫 시 '우울증', '열등감'을 읽었을 때 감정 노출이 있었지만 습작을 오래 했다고 봤다. 김의 필력이 일기에서 나온 듯하다. 김 : 나는 일기에서 시가 나오기도 하고, 반대로 시에서 일기가 나오기도 한다. 요즘은 일기 사이에 있는 메모가 시로 발전한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소설 김알렉산드라 中에서
소설 김알렉산드라 중에서 정철훈 김알렉산드라 01 김알렉산드라 02 1. - 할아버지, 그네를 밀어주세요. 세료자의 목소리가 창문을 넘어온다. - 빨리 안오면 그네는 큰 애들 차지가 된단 말이에요. 그럼 다시 기다리면 되지. 날 방해하지 마라. 깊은 잠을 자고 싶구나. 세료자야, 넌 기다릴 필요가 없다. 그게 그네든, 이 할애비든. 그네를 타고 날아오르렴. 아, 이 말은 내가 하는 게 아니다. 이 할애비의 가슴에 살고 있는 또다른 입술이 말을 하는 것이다. 핏줄 속으로 세월이 흘러가는구나. 검고 푸르딩딩한 세월, 죽음이 휩쓸고 간 시간 속에서 너만 홀로 푸르고 푸르구나. 나는 그네를 타고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는 너를 눈으로 쫒는다. 그러고 보니 머나먼 극동에서 이곳 침켄트까지 나를 데려온 건 바로 너였구나. 허공에 뜬 세료자야, 네가 나를 이곳까지 데려온 별이었구나. 이곳 카자흐스탄에는 전설이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