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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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실러캔스
실러캔스 김애현 이곳은 폐쇄되었습니다. 실, 사, 모의 사이트는 사라졌고 컴퓨터 화면에는 짤막한 문구 아래 실러캔스의 사진만이 남겨져 있다. 나는 마우스를 쥔 채 집게손가락을 까닥거린다. 실러캔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처음 그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나는 이만 몇 번째 방문자였다. 입구를 클릭하자 화면은 곧바로 실러캔스의 사진과 설명으로 이어졌다. 삼억 오천만년 전부터 살아온 물고기라니. 공룡보다 일억 년 앞선 것이었다. 1938년, 실러캔스가 마다가스카르 근해에 생존하고 있음이 밝혀졌다는 설명에서 나는 마우스를 멈췄다. 채집된 실러캔스는 화석과는 다른, 새로운 종이라고 했다. 나는 스크롤바를 움직여 화면을 거슬러 올라갔다. ‘아주 오랜 옛날 물속을 누비던 물고기들 가운데 한 무리가 뭍으로 올라갔다. 이들은 다른 물고기와 달리 콧구멍이 입안으로 뚫려 있어 공기호흡이 가능했다. 또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가 아주 튼튼해서 땅위를 길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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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안개 수집가의 실종
안개 수집가의 실종 김애현 1 18시 06분, 동해상으로 빠져나간 비구름은 소멸되었다. 무려 십오일 동안 줄기차게 비를 뿌린 뒤였다. 죽을 듯 말 듯하다가 살고 또 죽을 듯 말 듯하다가 살아나 매번 기상청의 예측을 오보로 만들며 우리를 애먹였었다. 그럴 때 쓰라고 ‘예측은 빗나갔다’란 말이 있음에도 선배는 오보의 책임으로 시말서를 쓰게 되었다. 전 국민이 기상청 안티, 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는 걸 모르진 않았다. 우린 뭐 이 나라 국민 아닙니까? 솔직히 그때만 해도 내가 선배와 같이 시말서를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우리가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더 큰 문제가 아니냐고 했을 때 선배나 동료들은 그러게 말이야, 했다. 그게 그냥 지나가는 말이란 걸 몰랐다. 그래서 누구 한 명 콕 찍어 야, 너 대표로 사과해, 하라는 거, 그거 정말 아니지 않아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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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화이트아웃
화이트아웃 김애현 1 개구리가 운다. 내리는 빗소리가 함께 뒤섞인다. [개구리 ?? 양서류 무미목(無尾目)의 참개구리과,…… 통틀어 이르는 말. 올챙이가 자라…….] 나는 사전을 덮는다. 폐 기능이 썩 좋지 않은 개구리는 피부 호흡에 의지한다. 축축한 피부는 대기 중 산소를 공급 받기에 좋은 상태다. 낮보다는 밤이, 맑은 날보다 지금처럼 비가 내리는 날씨가 개구리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니까 개구리는 지금 기분이 좋아서 우는 것이다. 숨 쉬기 편하니까. 손가락 사이에서 볼펜이 핑그르르, 돈다. 볼펜이 떨어져 책상 위에 구른다. 사전의 둔탁한 모서리에 맞아 멈춰 선 볼펜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한 때, 볼펜을 떨어뜨리지 않고 쉼 없이 돌려댄 적이 있다. - 볼펜 돌릴 시간 있으면 머리 좀 돌려 봐. 부장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 이 책이 나오면 누가 먼저 보는지 몰라서 이래? 애 엄마들이 먼저 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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