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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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장마의 방
장마의 방 김재근 여긴 고요해 널 볼 수 없다 메아리가 도착하려면 아직 멀기에 당신의 방은 침묵을 기다린다 시간의 먼 끝에 두고 온 목소리 하나의 빗소리가 무거워지기 위해 빗소리는 얼마나 오랜 침묵을 배웅하는지 몸 안에서 몸 바깥을 들여다보는 고요를 거슬러 오르는 눈동자 아직 마주친 적 없어 침묵은 떠나지 않는 것이다 말없이 서로의 몸을 찾는 일 말없이 서로의 목을 매는 일 빙하에 스미는 물소리처럼 여린 식물의 초록 잠 속처럼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기에 당신의 몸은 빗소리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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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금요일의 우화(羽化)
금요일의 우화(羽化) 김재근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 간다 ─ 앙드레 말로 금요일은 나비가 되기로 해. 작고 가벼워 보일 듯 말 듯 치마를 입고 오늘밤을 완성해. 별빛이 흔들려 한없이 날개는 자라고 사랑하는 이여, 우리의 초원, 손가락 사이로 부드러운 물살을 흘려 줄게. 종이배를 타고 하늘에 그물을 내릴 때 내가 그린 금요일의 물소리는 시원하고 날개는 반짝이지. 당신의 눈 속 마을을 보여줘. 눈을 감아 봐. 우리는 닮지 않았지만 결국, 같은 주문을 외우지. 주술사의 입속에서 작고 가벼운 금요일의 날개가 퍼덕일 때 그림자는 깨어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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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서울, 9호선
서울, 9호선 김재근 그에게서 여자 얼굴이 보였다 해지는 들녘 노을이 몸을 누일 때 계절은 물속 낙서처럼 흔들렸다 흰 뼈만 남은 가지 사이 바람은 멀고 숲에는 적요가 흘러 그의 젖은 몸을 감쌌다 오늘의 이름과 내일의 얼굴과 그 틈을 비집고 기우는 숨결 이대로 밤이 검어진다면 어디쯤에서 몸은 식어 갑니까 그림자가 물을 때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입술을 감추고 말할 데를 몰라 혀를 숨기고 기도를 했다 누운 자의 목소리 들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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