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9)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새
새 김정환 나보다 더 강력한 근육이다. 나보다 더 이유가 분명한 부리다. 나보다 더 목적이 뚜렷한 시선이다. 나보다 더 불길한 운명이다. 나보다 더 엄혹한 중력이다. 그래서 어디에나 있는 새. 나 몸무게 없다. 연민 없이는. 한 천 년 전부터.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유리
유리 김정환 사탕처럼 달기 위하여 몸이 너를 향해 한 없이 줄어든다. 식물이 이렇게 사랑할 것이다. 당분이 다 빠져나간 것을 본 후에도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화가들이 이렇게 사랑할 것이다. 색 쓰고 색을 쓰며 온몸이 투명한 유리의 타자로 될때까지 사랑은 계속된다. 시인들이 이렇게 사랑할 것이다. 한 행보다 더 가는 몸의 마지막 남은 성가신 의미가 유리로 될 때까지. 누구든 무엇이든 사랑의 종말이 음악을 뺀 모든 것이다. 더 섬세하게 현악과 관악을 제외한. 성악과 타악이 좀 야하고 좀 무관하다, 유리의 통과와. 그 만리장성이라는 것이.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인쇄소
인쇄소 김정환 정복자 윌리엄(1028 ~ 1087)의 통금 종소리가 들릴망정 버려져서는 안 될 것 같은 마을이 있듯 인쇄소가 있다. 기름 없이 돌아가는 낡음이 헐거워 호들갑스럽지만 정복자 윌리엄 이전 인쇄의 최초가 남아 있는 인쇄소가 있다. 쩨쩨한 세금징수원이나 이름 괴팍한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결혼 없는 결혼식과 이방 없는 방문과 크리스마스 없는 크리스마스 성찬을 위해서라도 그만 하면 최소한 형태로 모든 것이 남아 있는 것이므로 남아 있어야 할 것 같은 인쇄소가 있다. 고유명사와 분리되며 가장 낯익어지는 궁극의 추상명사, 죽음의 인쇄 동작인 인쇄소가 있다. 생이 죽음의 얼굴 없는 인쇄라는 사실, 인쇄소가 있다. 성경 찍던 최초 속으로 성경의 최초인 인쇄소가 있다. 갈수록 더 부드러운 부드러움의 벽(壁)에 죽음의 난해가 명징한 인쇄소가 있다.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