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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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거북과 코끼리를 만나고 돌아온 저녁
코끼리는 김춘수가 시 「은종이」에서 알 듯 모를 듯 속삭였던 ‘활자 사이’를 가는 중이었다. 낯설었지만 그래도 반가웠다. 어딘가 우리는 닮은 구석이 있었다. 거북도 그렇다고 했다. 그는 반짝이는 발바닥을 내보이며 자신이 걸어온 내력을 보여주었다. 오리, 흰 고래. 참새, 몰래 풀 뜯는 망아지 또는 발바닥이 종일 즐거운 망아지, 뚱뚱한 여우, 이제 막 피 냄새를 맡은 늑대, 목쉰 검은 새, 태양의 흑점을 숨긴 저주받은 새, 벽이 갈라진 틈새에 집을 지은 콩알만 한 새, 갈비뼈 앙상한 개, 꿈속까지 들어온 원숭이, 느릿느릿 길 건너던 누룩뱀, 화석 코끼리 이야기를 했다. 이들 모두가 길에서 벗어나 지도 위에서 태어난 낯선 짐승이라 했다. 그리고 이들 모두 한 가족이 된 사연을 들었다. 그러자 그 짐승들이 그의 아이들로, 오줌싸개로, 바다를 만드는 아이로 변신하는 것을 보았다. 환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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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통해서 본 ‘관계’의 의미
같은 의미에서 김춘수 시인은 다음 같이 읊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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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질문의 기술」외 1편
대학 학부 시절, 시인 김춘수 선생님은 강의가 끝나고 반드시 학생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의 답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학생들의 지적 욕구를 자극했다. 이 질문 시간이 본 강의보다 더 흥미진진했다.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코앞의 문제를 화제로 올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생님은 허튼 질문에는 가차 없이 제동을 걸었다. 학생들의 앎이 얕고 말하는 기술도 어눌한 터라 질문 요점을 조리 있게 전달하지 못했다. 선생님은 주제나 논리를 벗어난 질문에 대해서는 그 빈틈을 지적하고 교정해 주었다. 질문 속에 학생의 지적 허영이 감지될 때면, “자네의 그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가”라고 하면서 학생을 무안하게 몰아붙이기도 했다. 좋은 물음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했다. 동양의 공자, 서양의 소크라테스는 대화술(문답법)로 진리를 전파한 사람이다. 이들은 어떻게 제자의 질문에 답했을까? 공자의 경우를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