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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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하루의 인생
하루의 인생 김현영 태양이 뚝 떨어졌어요. 그리곤 와장창 깨졌지요. 오늘 아침 나는 분명히 눈을 감고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타는 태양이 보였어요. 눈꺼풀을 덮는 것만으론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세계가 있었던 거예요. 그것도 바로 내 집 천장에 말예요. 눈감았는데도 보이는 강렬한 그 빛을 피하기 위해 나는 잽싸게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어요. 그와 동시에 태양이 뚝 떨어졌어요. 나의 왼쪽 어깨와 흐트러진 머리칼을 살짝 건드리며. 순간 몸을 돌리지 않았다면 태양은 그대로 내 품에 안겼을 거예요. 나는 그대로 타버렸을 거예요. 곧이어 와장창 소리가 들렸고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어요. 내 오른편에서 자고 있던 남편도요. 희끄무레한 독일제 전구가 여전히 천장에 매달려 있더군요. 그이와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불을 밝히지 않았으니 당연히 전구는 버려진 아궁이처럼 차디찼을 테지요. 만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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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손바닥과 손등과 손
김현영 너의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일요일의 놀이공원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댄다. 아니다. 사실 나는 잘 모른다. 아주 어렸을 때 딱 한번 가보았을 뿐 그 후로는 솔직히 놀이공원에 가본 적이 없다. 휴일이면 수많은 연인이 놀이공원에서 그들의 연애를 과시하며 허술하기 짝이 없는 가족들이 그곳에서 만큼은 모처럼 가족행세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다. 굳이 경험하지 않았어도 일요일 저녁 텔레비전 뉴스에 비친 놀이공원의 풍경을 보아온 것만으로도 그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무슨 랜드라고 불리는 놀이공원이 어쩌고저쩌고 농원이라고 불리던 시절, 나는 처음으로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곳에 가보았다. 동화책 속에만 존재하던 성들이 바로 코앞에 버젓이 서 있었고 온갖 동물들―실은 동물의 탈을 쓴 사람들이 나를 위해 춤을 추었으며 텔레비전 만화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주인공들은 심지어 내게 악수를 청하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