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문장(0)
글틴(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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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소설 분량 : 꽁트-15매 이상, 단편소설-40매 이상 / 퇴고 전, 후 작품 등록 OK / 다작 회원 상세 조언 제공
ㅇ 분량 - 꽁트 : 200자 원고지 기준 15매 이상 - 단편소설 : 200자 원고지 기준 40매 이상 ㅇ 퇴고 전, 후 작품 모두 등록 가능합니다. ㅇ 월장원 : 익월 10일 전후로 선정 ㅇ 게시글을 많이 올리는 회원(다작 회원)에게는 좀 더 상세한 피드백이 제공됩니다. 그 밖의 궁금한 사항 있으면 언제든지 댓글로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자유롭게 뒹굴' 코너의 '궁금해요' 게시판을 이용해주셔도 좋습니다. 앞으로도 활발하고 꾸준한 활동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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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소설 [꽁트] 판토마임
6:40아빠가 밥을 먹고 있었다. 엄마도 밥을 먹고 있었다. 식탁엔 내 밥까지 차려져있었다. 앉았다. 젓가락이 생선 토막 하나를 쑤시더니 살점을 가져갔다. 그리고 다른 젓가락은 김치를 집어가더니 씹는 소리가 들렸다. 새로 담은 김치라 이가 맛물릴 때마다 아삭거렸다. 숟가락이 없었다. 국은 씨락국이었는데 그릇 째 들고 마셨다. 삭은 잎파리가 입술에 매달려있는 걸 면발 먹듯 후루룩 빨아들였다. 국물이 튀었다. 표독스런 눈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식탁에 시선을 모으고 밥 먹는 척을 했다. 씹고 삼키고 다시 음식을 입에다 넣고. 사실 아무 맛도 느낄 수 없었다. 밥이 사람을 먹는다. 7:20통학버스가 집 앞에 섰다. 모두 자고 있다. 빈 자리에 앉아서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노래가 들렸다. 형체가 없는 선율이 무의미한 모습으로 뇌리에 박혔다. 그걸 인지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가사를 받아적은 종이는 항상 백지로 보였다. 다만 내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엠피쓰리의 밧데리가 줄고있다는 것 그리고 잠을 자고 있는 인간들이 모두 음악을 듣고 있다는 것. 노래가 바뀌었을 때 인간들이 눈을 떴다. 아침 자습자습 시간은 겨우 삼십분이었지만 이 삼십분으로 대학이 바뀐다며 자 쳐라 저 새끼 목을 쳐라 자고 있는 새끼들의 눈을 뜨게 하라힙합 부에서 랩퍼로 활동하고 있는 짝지가 지껄였다. 하지만 백날 지껄여도 소통이 불가능한 문자들은 귓구멍 밖에서 조각 날 뿐이었다. 녀석은 혼자 몇번 중얼대다 엎드려 자기 시작했는데 교실로 들어온 선생이 그 놈의 목을 쳤다. 수업시간선생의 목소리는 말이 아니었다. 다만 머리에 각인 시켜야 할 진리였다. 수업시간에 떠드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왜냐면 방금 아무개가 잡담을 하다 감점이 되었기 때문. 연필심의 스침소리가 사이렌의 노래처럼 나를 붙잡았다. 6:00머리가 아프다고 담임한테 말했다. 그는 조퇴증을 끊어주더니 교무실에서 나가라며 손을 저어보였다. 담임 앞에 놓인 컴퓨터 액정엔 바둑판이 명멸했다. 집으로 가는 길한번도 환멸을 느낀 적이 없었다. 언제나 남들처럼 했고 모두가 말하는 이상에 대해 생각했다. 그래서 사회가 원하는 쓸모있는 사람으로 거듭 태어나고자 노력했다. 매일이 즐거웠다. 하지만 오늘은 야자시간에 공부를 하지 못해서 우울했다.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베터리가 줄고있다. 8:00마침 아빠가 밥을 먹고있었다. 엄마도 밥을 먹고있었다. 다만 내 밥그릇이 없었다. 나는 밥을 퍼서 식탁에 앉았다. 젓가락이 고기 한 점을 집었다.오늘 00시 XX구 @@동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에거실에서 TV가 말했다. 고기를 씹는데 좀 탄 것 같다. 그 외엔 아무 맛도 없었다. 모두 말 없이 밥을 먹었다.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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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소설 [꽁트] 변신
지혜가 눈을 뜨자마자 가까스로 비명을 참은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무엇을 해야 할 지, 어떻게 해야 될 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물론 아이슈타인이라 할지라도 하루아침에 외계인이 된 자신을 발견한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혜는 이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서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떠올렸다. 변신의 주인공은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하루아침에 독충으로 변하게 된다. 지혜는 변신의 주인공보다는 자신의 상황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외계인은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는 있으니까. 그녀는 일단 침대에서 나온 뒤 전신거울 앞에 섰다. 심오한 에메랄드색의 피부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고 있었다. 피부는 기름칠을 한 것처럼 번들거리고 있었다. 얼굴은 두루뭉실한 역삼각형이었고 눈이 얼굴에 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시선을 밑으로 내리면, 허약해 보이는 하반신이 몸을 지탱하고 있다. 그녀는 양 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머리가 평소보다 커진 탓에 손가락으로 어깨를 문지르고 있는 것만 같은 위화감이 들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 일단 이대로 학교는 못 갈 것이다. 가면 아이들에게 왕따는 물론 피살당할 지도 모른다. 요즘 애들이 얼마나 무서운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혜는 일단 텔레비전을 틀었다. MBS 뉴스특보가 나오고 있었다. 브라운관 화면 속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외계인과 그런 외계인들을 피해 도망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낭랑한 목소리의 아나운서 목소리가 들린다. “네! 믿기 힘든 장면입니다. 외계인들이 지구를 습격했습니다! 현재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상황에 놀라운 감정을 표현하는 동시에 F-21전투기와 핵미사일을…….” 지혜는 텔레비전 채널을 돌렸다. 뉴스 특보와는 다르게 바로 밑에 채널에서는 성형수술을 권장하는 CF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텔레비전을 꺼버렸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금 언론은 외계인이 지구를 습격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만약 밖으로 나가면 산 채로 포박당한 뒤 해부를 당할 지도 모른다. 그녀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들어갔다. 인터넷 뉴스 또한 텔레비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녀는 각종 카페와 클럽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믿을 수 없는 하나의 글을 발견했다. ‘그렇다. 사실 우리는 지구에 파견된 외계인이다. 오래된 잠복 기간과 첩보를 목적으로 띠리깐다삐야도로르르 행성은 우리를 파견했던 것이다. 하지만 운석충돌로 인해 띠리깐다삐야도로르르 행성은 파괴되고 말았고 본의 아니게 우리는 본래의 모습을 찾게 되었다. 다만 부작용으로 옛 기억을 잃었을 뿐이다. 하지만 제군들, 걱정하지 마라. 다행히 여기 지구라는 별은 쓸데없는 분야의 과학이 아주 발달되어있다. 성형수술을 하라. 그리고 보통 사람처럼 여생을 보내라! 외계인 성형 전문 상담. 지역번호 없이 222- 10…….” 지혜는 멍하니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럴 수가, 내가 외계인이었다니!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을 뒤졌다. 한참을 뒤진 끝에 투명한 비닐에 쌓인 통장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어머니가 대학진학을 위해 모은 삼천만 원의 돈. 그녀는 벙거지모자를 눌러쓰고 바바리코트를 입고 통장을 들고 집을 나섰다. 물론 나가기 전에 어머니에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잊지는 않았다. 일단 성형외과까지 가는 동안 들키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그녀는 몰아치는 차가운 바람 속에 서서 택시를 기다렸다. 길게 뻗은 도로 위로 한 대의 노란색 택시가 다가왔다. 그녀는 얇고 힘없는 팔을 들어 택시를 잡았다. 기사가 목적지를 묻는다.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가 외계인 목소리처럼 들리지 않길 바라며 작게 ‘성형외과로 가주세요.’라고 말했다. 택시는 천천히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지혜는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며 기분이 우울해졌다. 뭘 잘못했기에 이렇게 죄인처럼 행동해야 되는가. 굳이 성형수술을 해야 되는가. 하지만 택시는 지혜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성형외과 앞에 도착해버렸다. 그녀는 택시기사에게 돈을 지불하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병원 안은 이미 외계인으로 꽉 차있었다. 외계인들은 저마다 불안해하고 외로워하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혜 역시 다른 외계인들과 마찬가지로 불안에 떨며 차례를 기다렸다. 두 시간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지혜의 차례가 되었다. 지혜는 진찰실로 들어갔다. 진찰실 안에는 머리가 벗겨지고 안경을 쓴 중년의 의사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는 지혜가 진찰실로 들어오자마자 안경을 중지로 쓰윽 올리더니. 마치 자갈치시장에서 동태눈깔을 보는 아주머니 같은 표정으로 지혜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그리고 한참이나 시간이 흘러서야 ‘앉아.’하고 지혜에게 말했다. 지혜는 잘못을 저지른 학생의 기분을 느끼며 의자에 앉았다. “이름이 뭐지?”“지혜요.”“흐음. 지혜는 다른 외계인들보다 상태가 심각해. 여기 관자놀이 부분이 다른 외계인들에 비해 지나치게 튀어나왔고 이마도 훨씬 더 볼록해. 그리고 이 어마어마하게 큰 눈은 아무래도 한 번의 시술로는 힘들 것 같군. 돈은 얼마정도 가지고 있나?”“삼천만 원요.“힘들겠는데……. 오천만 원 정도는 더 들것 같아.”“오천만 원이요? 저 돈 없는데…….”“그러면 여기 싸인 해. 여기 성형수술 실패 시, 만약 죽게 된다면 그 시체를 우리 병원에 기부한다고. 아, 겁먹지 마. 웬만하면 죽지는 않을 거야.”“웬만하면…….”“자 어서 싸인 하렴.” 지혜는 잠시 망설였다. 싸인 해야 하나. 하지만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에게 잡혀서 변명도 하기 전에 해부를 당하거나 살해당할 것이다. 그녀는 결국 의사가 건넨 하얗고 반듯한 종이 밑 부분에 싸인 하고 말았다. 의사는 종이를 건네받은 뒤 진지하고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 “그래. 잘했어. 이제 수술을 시작하자.”“네? 지금 바로요?”“그래. 저기 수술실로 가렴.” 지혜는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수술실로 갔다. 수술실에는 회색빛 조명 아래, 흡사 관을 떠오르게 만드는 직사각형의 수술대가 있었다. 이미 몇 번의 수술을 한 것인지 수술대 위에는 피가 범벅이 되어있었다. 지혜는 간호사의 손짓에 수술대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수술대 바닥에서 사람 손 모양의 족쇄가 튀어나오더니 손과 발, 목을 움직이지 못하게 지혜를 단단하게 고정해버렸다. 지혜가 무어라 항변하기도 전에 간호사는 검은 눈가리개를 지혜에게 씌웠다. 지혜는 몸을 고정당하고 시야까지 잃은 채, 공포로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때 의사가 커다란 도끼를 들고 수술실로 들어왔다. 간호사가 수술대 근처에서 떨어지고, 의사는 커다란 도끼로 냅다 지혜의 얼굴을 내려찍었다. 지혜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 피가 사방에 튀었다. 의사는 온 몸에 피를 뒤집어쓰고도 아랑곳 않고 도끼질을 하였다. 지혜의 얼굴은 형태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자 의사는 이제 지혜의 목, 가슴, 배, 어깨, 팔, 허벅지, 무릎, 정강이, 발가락까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꼼꼼하게 도끼질을 하였다. 결국 수술대 위에는 지혜 대신 지혜의 파편이 존재하게 되었다. 의사는 피 묻은 손을 물수건으로 닦고는, 간호사가 건네는 새 의사가운을 입으며 물었다. “총 몇 마리 잡았지?”“백 이십 마리입니다.”“흐음. 한 마리당 현상금이 천만 원이니까, 보자……. 도대체 얼마나 번거야?”“일단 다 잡고 나서 계산하지요 의사님.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네.” 간호사는 커다란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수술대 위를 대충 쓸어 담고는, 밖에까지 들리도록 큰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 손님, 들어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