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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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계절의 적재 창고
계절의 적재 창고 나지환 계절을 일곱 개로 나눠서 생각한 지는 오래되었다. 일곱 계절 1월~2월은 <눈어깨>라고 한다. 눈어깨에 내리는 눈은 군중의 뒷모습처럼 눈부시다. 3월~4월은 <봄>. 봄에 당신은 꽃이 아니라 꽃의 뿌리들이 구름을 작명하는 소리를 듣고, 5월~6월은 <구름어깨>. 6월의 구름은 버섯 모양으로 피어오르고, 그것은 일제히 지나간 이들의 발걸음 같다. 7월~8월 21일은 <1차 여름>이다. 수집된 여름의 증거들이 모두 모였다가 8월 22일~10월은 <2차 여름>. 다시 흩어져 가던 숲의 너머로, 지붕의 너머로 11월은 <가을>. 흘러내리던 단풍 다음에는 가지들도 흘러내린 끝에 12월은 <겨울>. 찬 숨이 그곳에 남는다. 시립문화센터의 옥상 공원에 앉아 나는 할머니들과도 어울렸고, 아이들과도 어울렸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던 아저씨들과도 어울리며 계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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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삶의 권유
삶의 권유 나지환 내리막길 여행에의 권유를 받았다. “내리막길 여행은 내리막길을 찾아 내려가는 여행입니다. 이 여행에서 경사를 오르는 일은 허용되지 않고, 내려가는 것만이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북한산 정상에서 하산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점점 해발고도가 낮은 인천 방향으로 걸어가는 경로를 상상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내리막길 여행자에게는 더 완벽한 경로가 요구됩니다. 새하얀 종잇장은 펼쳐 놓으면 평평해 보이지만 공구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작게 구겨진 굴곡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주사전자현미경 수준에서 파악한다면, 펄프의 압연차로 인한 높이 공차 ±0.005mm 안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산맥과 미세한 골짜기로 등고선마저 그려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곳에는 내리막길이 있습니다. 내리막 여행자는 완벽한 내리막 여행을 하기 위해 최대한 신중히 걸어 다녀야 할 것입니다.” 선호는 숙련된 내리막 여행자였고, 우선 자신의 여행을 봐 주기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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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2020년대 문장웹진 중간결산 특집 좌담
나지환, 「삶의 권유」 (문장웹진 2024년 12월호) [문장서포터즈] 2025년에 시작되어 1기 '몽글'에 이어, 2기 '쓰담' 6명이 새롭게 선정되었습니다.자신의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문장의 든든한 서포터들과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기획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문장서포터즈가 담아낸 마음을 쓰다듬는 이야기들을 문장웹진 '모색'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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