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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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희곡 얼룩 지우기
그해 어전 <앞무대> 단종(유치원 교사), 단아한 자세로 앉은 채 한동안 말이 없다. 그의 머리 위로 한 줄기 빛, 조명에 갇힌 단종. 빠른 박자의 북소리 점차 잦아들면. 단 종숙부의 눈빛은 그물. 용상을 차지하기 위해 던진 그물. (사이) 그 그물 안에 인륜은 없었소. 황씨와 박씨가 궁중 대신1, 2가 되어 단종 앞에서 비사치기를 한다. 대신1이조판서! 그자를 바꾸라 하셨소. 이름이 적힌 세 개의 판돌을 멀리 세워 놓고, 대신2가 돌을 던져 판돌 하나를 쓰러뜨린다. 대신1, 쓰러진 판돌의 이름이 적힌 종이에 점을 찍는다. 대신1김후겸이라. 대신2에, 그러구설라무네. 병판, 그자도 나으리의 맘에 안 들겠지? 대신1이 돌을 던져 판돌을 쓰러뜨린다. 대신2, 쓰러진 판돌의 이름이 적힌 종이에 점을 찍는다. 대신2서재명이라. 어디 보자. 이자들이라면? 대신2가 종이를 보여주자 대신1이 끄덕거린다. 대신1, 2가 단종에게 종이를 가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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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너와 나의 도서관
삐삐가 단종 되고 휴대폰이 대중화되고 그 휴대폰이 카메라폰, MP3폰, 위성 DMB폰으로 끊임없이 변신, 진화해 가고 있는 지금도 그는 이 도서관에 머물고 있었다. 변화라면 이십대 청년이었던 그가 이제는 희끗한 머리의 중년 아저씨로 옮겨 앉은 사실이었다. “저 아저씨, 한동안 잠잠하다 했더니…….” U가 중얼거렸다. 그 한마디에 담긴 연민과 힐난, 그리고 의심의 그림자를 준서가 모를 리 없었다. 무기수의 생활 리듬은 맞물린 톱니바퀴 같았다. 식사를 하고 나면 그는 어김없이 이곳을 찾아 정확히 30분 웹서핑을 하고 일어났다. 오후 1시와 7시에 각각 한 번씩 하루 두 번이었다. 똑같은 생활 반경, 예외 없는 일상의 되풀이였다. 내가 정년퇴직해도 저 친구는 여기 남아 있을걸. ‘무기수’라는 별명을 처음 붙인 최고참 사서가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십 수년간 사내는 이 도서관을 떠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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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비비안의 딸들
혼자 있을 때면 오오 그 장구한 세월, 아아 그 찬란한 역사가 이어지는 시를 읽는 레이스 할머니의 자리에 머리가 허연 내가 구부정하니 서서 태초의 거북이가 어쩌구, 그 무렵엔 단종 되어 이름도 잊혀졌을 갤럭시가 저쩌구 읽고 있을 미래가 떠올라 무서워졌다. 갑자기 끼지도 않은 레이스 장갑이 가려워서 손등을 긁었다. 시 창작 수업 교실에서 희빈 씨가 보이지 않은 날, 나도 모르게 손을 긁고 있는 걸 깨달았다. 희빈 씨에게 무슨 일 있냐고 문자를 보내자 마트의 휴무일이 바뀌어서 시 수업을 취소하고 다른 도서관에서 소설 수업을 듣는다는 답이 왔다. 만나자는 제의를 하자 흔쾌히 좋아요, 하는 답이 왔다. 나도 모르게 입가가 올라갔다. 황희빈이 뭐라고, 혼자 속으로 불퉁거렸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손등의 근지러움이 가라앉았다. 약속한 날, 희빈 씨의 소설 반 수업이 있는 도서관 휴게실에서 기다리며 벽에 붙은 시화들을 보았다. 어르신 한글 교실 수강생들의 시가 전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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