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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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담배
편의점으로 가서 눈에 보이는 아무 담배 갑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어요. 이거요? 마일드세븐? 네, 바로 그거요. 담배 한 갑과 라이터를 하나 사서 돌아왔어요. 나는 다만 숨을 쉬고 싶었고 다만 잠을 자고 싶었어요. 새벽이었고 다니는 사람도 없었지만, 내가 그랬듯 누군가가 내려다볼 수도 있어서 길에서 피울 수는 없었어요. 아시잖아요. 여긴 보는 눈이 너무 많은 세 동짜리 아파트 단지예요. 더군다나 시가는 걸어서 10분 거리인 것도, 시어머니와 같은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도 다 알잖아요. 생선가게에 가서 가자미 한 마리 주세요, 그러면 주인이 가자미를 담아 건네며 자기 시어머니는 조림을 한다고 도루묵을 사갔어, 하고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말을 하기도 하잖아요. 숨어서 피울 곳이 필요했죠. 어린 시절의 그 여자처럼, 709호 여자처럼 말이에요. 집에 들어와도 숨을 곳은 많지 않았어요. 베란다로 나가 쌓아 둔 잡동사니 옆에 쪼그리고 앉았어요. 그때부터 쭉 담배를 피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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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담배 한 개비
떠나는 엄마를 붙잡을 기력도 용기도 없었던 아버지는 담배 한 개비로 그리움을 달랬으리라. 그렇게 꺼져가는 꽁초처럼 아버지는 자꾸만 작아져 갔다. 담뱃재가 제사상 밑으로 툭 떨어진다. 다시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인다. 빨갛게 불꽃을 품고 있는 작은 용암은 모락모락 하얀 연기만 뿜어낼 뿐 펄펄 끓어 넘치지도 못하고 꺼져 간 아버지의 애잔한 인생 같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내려놓지 않았던 아버지의 담배 한 개비는 가망 없는 삶의 애착에서 벗어나고픈 아버지의 처방이었는지도 모른다. 먼발치 하늘을 향해 담배 연기를 날려 보내던 아버지의 수척한 모습이 연기 속에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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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담배 한 대
너는 담배 쥔 손을 내려다본다. 필터 부분까지 타내려온 불씨가 맥없이 사그라지고 있다. 그저, 좀, 아쉽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다 타버린 담배 때문인지, 혹은 이제 영원히 닫아걸어야 하는 삶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어쨌거나 모든 게 다 소진되고 담배 한 대의 유예마저 끝난 지금, 무엇이 너에게 남아 있는가? 마흔 둘, 앙갚음하듯 살아온 세월이었다…… 너는 중얼거린다. 상처는 자주 덧났고 그리고 나는 늘 혼자였지. 버림받은 고양이처럼…… 너는 이제 자신을 들여다본다. 마흔 둘의 생애가 저기, 낯익은 골목길처럼 훤히 내려다보인다. 이제 보니 참 단순한 풍경이다. 그 텅 빈 공간에 낯익은 얼굴들이 몇 지나간다. 무척이나 한가한 걸음걸이다. 어떤 따뜻하고 잔잔한 물결이 네 안에서 천천히 차오름을 너는 느낀다. 마침내 너를 둘러싸고 있는 녀석들의 눈짓이 부산해진다. 서로 턱짓을 하며 갑자기 서두는 분위기다. 이제 그들에게는 제의의 신성함도 사라지고 야만의 축제도 시들해졌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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