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문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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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문장 > 문학집배원 > 문장배달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중에서
만일 이 책의 한 부분을 통째로 배달을 할 수 있다면 실은 [조지 프랭크의 도스토옙스키]를 고르고 싶었습니다. 저자가 구사하는 재치와 달변 사이의 미로를 헤매다 문득 도착한 곳에서 그만 숙연해지고 말았거든요. 오랜만에 접한 감정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도스토옙스키가 웃는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네요? 우리에게 남은 게 몇몇 사진뿐이라 그럴까요? 그렇다고 도스토옙스키에게 유머감각이 없느냐 하면 다행히 또 그건 아니었지만요. 소설가 김애란 작품 출처 :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산문집, 김명남 엮고 옮김,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71-72쪽, 바다출판사, 2018. 문학집배원 문장배달 김애란 • 1980년 인천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졸업• 소설집 『바깥은 여름』, 『달려라. 아비』, 『비행운』, 『침이 고인다』, 『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장편소설 『두근 두근 내 인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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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문장 > 문학집배원 > 문장배달 임범, 「금언 공화국」 중에서
도스토옙스키, 안창호, 몽테뉴, 불경, 효경, 대학…. 2㎞ 조금 넘는 구간에 금언 팻말이 23개 있었다. 금언의 화자나 출처는 동서고금을 아우르고 있었지만 역설이나 유머, 신랄함이 담긴 건 드물었다. 대다수가 성실, 근면을 강조하는 무난한 글귀, ‘공자 말씀’이었다. 자주 나오는 단어를 꼽아보니 노력, 만족, 성공, 행복 순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머리 식히려고, 기분 전환하려고 공원에, 산에 온 사람에게 노력하라는 말을 굳이…. 어떤 건 너무 ‘공자 말씀’이어서, 그 말을 했다고 적혀 있는 이름의 주인이 이 팻말을 보면 기분이 좋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멀리 내다보는 안목이 없으면 큰일을 이루기 어렵다. -안중근 의사” ㅇ씨는 지하철 승강장에, 공공화장실에 빠짐없이 붙어 있는 금언들을 떠올렸다. 한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 금언을 좋아할까. 관공서든 민간단체든 사람들을 자꾸만 계도의 대상으로 여겨서 여기저기 금언을 붙여놓는 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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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수필 생활글 11월 3주 주장원 발표
도스토옙스키 오빠(제가 좋아하는 마음에 오빠로 모셨습니다. 이해해 주셔요.)의 <지하생활자의 수기>가 떠오릅니다. 그 책의 첫 문장이 ‘나는 병든 인간이다. 심술궂은 인간이다.’로 시작되지요. 정말정말 소설가가 되고 싶고, 누군가 내 글을 알아봐 주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문장을 이뤄냅니다. ‘누군가 한 이야기의 반복’ 이 하기 싫기에 이린지님을 자꾸 길 잃게, 서사를 잃게 만드나 봅니다. ‘활자 하나하나에 불을 켰을 때’의 감동은 어떠할까 상상해 봅니다. <지하생활자의 수기> 2부에는 이성보다 인간의 감정과 욕구를 우선시 하는, 찌질한 ‘나’가 독백을 완성시켜 주지요. 상황을 구체화시켜 드러내야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이린지님과 함께 눈을 뜨지 않을까요? 다들 맹인이 되어가는 이유는 뭘까요? 어떻게 하면 개안(開眼)할 수 있을까요? 답은 없습니다. 어둠만이 남습니다. ‘기어코 시야는 암전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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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감상&비평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독후감
이반에겐 볼셰비키즘과 신이, 드미트리에겐 욕정과 진실된 사랑이, 스메르쟈코프에겐 신이 된 듯한 자만심과 저주스러운 죄책감이 공존했고, 무엇보다도 도스토옙스키 자신에게도 책을 쓸 당시 삶과 죽음이 공존했다. 이렇듯 이 책은 작가 자신부터 인물 하나하나까지 카라마조프적이며 인간 정신의 극단적 표현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이 인간의 정신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카라마조프적인 오페라’ 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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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 삶이 보이는 창 노동의 인문학 지게꾼-되기의 시, 몸과 책의 분열을 넘어서기
노동법이라는 책과 노동조건이라는 현실, 도스토옙스키(모파상)의 책과 자신의 삶 사이의 괴리를 느끼는 자는 “나는 노예다”와 “나는 주인이다”, “나는 고통스럽다”와 “나는 자유롭다”라는 상반된 인식과 감각 사이를 끊임없이 오갈 수밖에 없다. 그는 그 같은 근본적 분열을 극복하는 데 자신의 읽기와 쓰기를, 자신의 말과 행동을, 자신의 삶을 헌신했다. 어쩌면 분신(焚身)은 전태일의 고독한 싸움에서 그 자신에게는, 그 자신의 생각과 고뇌 속에서는, 필연적인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불타는 몸과 불타는 책은 그가 삶으로 일치시킬 수 없는 것들을 일치시켰다. 그의 죽음은 분열되었던 것들을 검은 재로 수렴시키고 그 검은 재를 새로운 인간선언의 첫 번째 질료로 전환시켰다. 노동자의 시/글쓰기는 정치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촉진될 수 있다. 또한 문학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발전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 같은 프로그램들이 다수의 노동자 시인들을 육성하고 배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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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 문학의 오늘 문학의 오늘 2014년도 여름호
이런 과정을 통해 도스토옙스키 의 소설은 이미 완결된 대화의 속기록이 아니라, 현재시점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화를 담아낼 수 있 었고, 이로써 다양한 인물들의 다성악적인 소설, 즉, ‘대화적 전체성’이 구현된 소설이 탄생할 수 있 었다. 바흐친은 도스토옙스키 소설에 대한 이 같 은 새로운 이해를 통해, 헤겔의 변증법이 지닌 추 상성, 모순과 대립의 단일성, 진화론적이고 역사 주의적인 발전사관의 응축인 ‘표현적 총체성’이란 개념을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서 ‘대화적 전체성’ 이란 개념을 제시하였다. 한편, 바흐친은 완결된 과거를 반복하는 서사 시와는 달리, 소설은 정립되어가는 현재와 미래에 의 지향성에 중심을 둔 서사장르라고 보았다. 그 는 라블레의 작품에 그려진 중세 민중시장에서의 ‘민속적 시공간’(크로노토프)이란 개념을 중심으로, 소설이란 장르에서의 시간 개념에 대해 설명하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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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 서정시학 청록파의 자연과 조지훈의 우아미
실제로 조지훈은 동향의 선배 오일도가 주관했던 시 전문지 『시원(詩苑)』을 발간하는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보들레르, 오스카 와 일드, 도스토옙스키, 플로베르 등을 읽었으며, 와일드의 『살로메』를 번역하 기도 했다.10) 그의 등단 이전 시작품들을 모아놓은 『조지훈 시선』의 제1부 “지옥기(地 獄記)”는 이와 같은 전기적 사실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 것일뿐더러, 이에 정 확하게 부합하는 문학적 풍모와 예술적 자질을 두루 갖추고 있다. 나아가 여기에 실린 시편들은 이후 발간된 『시의 원리』(1952)에서 그가 체계적 이론의 틀과 범주로 규명한 “비장미”의 세계를 이미 형상화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이 시편들은 『문장』지의 시 추천 과정에 서 배제되었던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