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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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정확하게 말하고 싶다는 욕망
다른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도 (초기작 빼고) 좋아해요. <죄와 벌>을 비롯한 도스토옙스키 소설은 사람 성격이나 관계를 빼면 남는 게 없는데, 이 사람 소설의 핵심인 인간이라는 것 자체가 재밌어요. 읽다보면 되게 웃겨요. <빨강>은 헤라클레스와 게리온을 현대적인 바탕으로 옮겨서 시로 쓴 소설이에요. 지금은 선물해서 책이 없어요. 이 책은 전체가 좋아요. 문장을 꼼꼼히 옮겨본 첫 책이에요. ‘루카’가 좋아서 <러브 레플리카>를 샀습니다. 이 소설집에 나오는 모든 단편을 다 사랑해요. 전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서 사랑이 항상 궁금하거든요. 그래서 사랑이야기를 좋아해요. 바다랑 항해 나오는 소설, 표류하는 소설, 추리소설, 판타지 소설, 모험 소설도 좋아해요. 사실 읽고 나면 웬만한 책은 다 좋아하게 돼요. ‘작품’이 책만 얘기하는 건 아니죠? 책만큼 영화도 좋아해요. <파이트 클럽>, <점원들>, <버팔로 66>, <블루 벨벳>, <아이다호>를 자주 돌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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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숙희의 미래
숙희의 1집 제목은 《지하세계의 희죽거림》이고 그것은 도스토옙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 따온 것이다. 본래 제목은 《지하세계의 멜랑꼴리》였으나, 그 이야기를 했을 때 작업실 동료이자 작곡가인 료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이름에 멜랑꼴리라는 어휘를 들먹이는 것은 말도 안 되며, 《지하세계의 멜랑꼴리》같은 제목은 겉멋 든 인디밴드가 내자마자 사라진 앨범의 제목 같다고 비난했다. 숙희는 그러는 너야말로 일본인도 아니면서 료라는 이름을 쓰는 것이 ̄료는 재료의 료를 썼다 ̄더 웃기고 망할 인디밴드 같다고 쏘아붙였다. 그 바람에 두 사람은 크게 다퉜고, 그 사소한 다툼으로 인해 숙희의 1집 발매 시기는 한 달여나 더 미뤄졌다. 앨범에 들어갈 총 여섯 곡의 노래 중 네 곡을 료가 작업했을 뿐만 아니라, 타이틀곡은 아니지만 타이틀곡만큼이나 비중이 큰 노래가 아직 작업 중에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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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인터뷰 - ‘랩’소디 인 블루: 여섯 개의 트랙
도스토옙스키나 고흐가 홍보 대사 격인 측두엽 뇌전증이다. 정확히는 오른쪽. 희귀병도 아니고 '하이퍼그라피아(hypergraphia)'니 '창조적 열병'이니 수많은 예술가들이 검증해 준 터라 나쁘진 않다. 뇌파검사를 할 때마다 푹푹 쓰러지지 않느냐는 의사의 소견과 달리 나는 잠깐씩 의식을 잃거나 환각에 드는 정도여서 잘 들키지도 않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기면증도 있기에 증상이 중화되는 건 아닐까, 이건 내 나름의 합리화이지만 내가 약을 거부하는 진짜 이유는 다른 이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순간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꿈과 망각, 환청과 환시, 공포감과 신비로움··· 이런 특별한 체험은 사람들이 닿지 못하는 감각의 영역에까지 데려다주니까. 특혜를 잃지 않으려면 고통과 불안을 감수해야 하는 이 병, 축복일까. 거울 ― 쓰러지는 내 모습을 제 눈으로 직접 본 거예요. ― 어떻게? 그거 정말 충격이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