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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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피도눈물도없이
독심술 혹은 고도의 심리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김모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일도 다른 업종하고 다를 거 없네. 부지런하고 성실한 자만이 살아남는 세상 아닌가. 그리고 심리학은 통계에 기반을 두지. 나는 이런 일을 아주 많이 겪었거든. 박 부장은 지루한 듯 말을 마치곤 김모의 몸으로 눈길을 옮겼다. 그의 눈은 마치 MRI처럼 김모의 오장육부를 스캔하듯 훑다가 왼쪽 옆구리쯤에서 멈췄다. 그나저나 요새 몸을 너무 혹사시키는 거 아닌가? 김모의 건강 상태가 못마땅한 듯 박 부장은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맞잡은 두 손으로 중심부를 가리고 있던 김모는 그의 앞에서 벌거벗고 있는 것 같은 수치심이 들었다. 그리고 곧 이 수치심이 인간의 마지막 상징처럼 느껴져 약간의 희열감마저 들었다. 김모는 이 수치심을 곱게 접어 영원히 간직하리라 다짐했다. 조만간 자신은 인간을 졸업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장국집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는 선녀의 입맛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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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경성탐정록 (제1회: 운수 나쁜 날)
전 또 무슨 투시술이나 독심술 같은 마술이라도 부리신 줄 알았죠." 김수영은 유쾌하게 너털웃음을 터뜨렸지만, 설홍주는 쓴웃음을 지었다. "마술은 눈속임이지만 추리는 강철 같은 논리에 입각한 과학일세. 요령을 모르면 뭐든 신기해 보이기는 마찬가지겠지만. 어쨌든 자리에 앉게나." 김수영은 망토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설홍주가 권하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곁눈질로 나를 쳐다보며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여기 이 분은 뉘십니까?" "그러고 보니 소개가 늦었군. 이쪽은 나와 같은 하숙집에 사는 친구인 중국인 한의사 왕도손이라 하네. 3년 전에 조선 한의학을 배우러 왔다가 아예 여기 눌러앉은 친구지. 자, 어서들 인사 나누시게." 나와 김수영이 서로 자기소개를 주고받으며 악수를 하는 사이에, 설홍주는 다시 담뱃갑을 꺼냈다. "행여나 비밀스런 이야기가 새어나가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네. 이 친구는 중국인답게 입이 무거우니까." "아니,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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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똥침 한 방 어때요?
“독심술!” “루다 넌 조용히 해.” 곰비와 임비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안 되겠어. 동시에!” “동시에.” 곰비와 임비가 ‘동시에’를 외치더니 ‘안 내면 술래 가위바위보’를 하기 시작했다. 둘은 처음에 똑같이 가위를 냈다. 그다음에는 바위, 그리고 그다음에는 보를 냈다. 가위가 다섯 번, 바위가 네 번, 보가 여덟 번이었다.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고 급기야 서로를 째려보며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그만해.” 보다 못한 루다가 끼어들었다. 그때 마침 학처럼 목이 긴 대학 총장님이 축사를 마치고 내려왔다. 그리고 뒤를 이어 이모부가 단상으로 향하는 게 보였다. “어린이 여러분!” 이모부가 목소리를 뽑기 시작했다. “여기 책 보이시죠? 제 방에는 이런 책들이 아주 많답니다. 여기 모인 여러분들, 언제든지, 얼마든지 제게 와서 책을 빌려 가세요.” 선거 유세라도 하듯 이모부가 손을 흔들었다. “저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