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414)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동시에 - 호애친 외 1편
동시에 유계영 거리에서 본 것; 마네킹의 옷을 벗기는 상인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는 양팔을 잡아 뽑는 것이 있다 단, 걸음을 멈추고 지켜보는 행자들을 위해 마네킹이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다뤄 주기 가령 양팔을 살살 뽑기 흰 티셔츠가 벗겨진다 노란 티셔츠가 입혀진다 동시에 어떤 바지를 상상하고 있는가? 無; 최선을 다해 희미해진다고 해도 여전히 있음 들쥐에겐 들쥐의 콧김이 피어오름 마가렛에겐 마가렛의 그림자가 누워 있음 대막대의 활용; 선을 넘는 사람 줄을 타는 사람 면을 잇는 사람 이름; “공주야” 하고 개를 부르면 “개의 의사도 중요하지 않아?”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작가인 동시에 독자인 사람의 노래
우리는 모두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이 끔찍하고 슬픈 깨달음은 이 소설 속에서 오롯이 빛나며 오래 남는다. 독재자인 장군 밑에서 충성하던 한정효는 “그림자이기를 중단함으로써 그림자로 있는 동안 누렸던 영광의 휘장도 포기했다”. 그는 상관을 거역하고 선글라스를 벗음으로써 무용해지고 감금당하고 감시당하는 처지에 놓였으나 그럼으로써 오히려 본연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다 내려놓음으로써 그는 그림자가 아닌 자신으로 살 수 있는 회복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천산 수도원은 카타콤(지하 공동묘지)이지만 동시에 체메테리움(쉬는 곳)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거기서 후와 한정효는 죄인도 아니고 감금되지도 않았으며 자발적으로 세상과 절연하며 새롭게 태어나 새로운 시간을 살게 된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동시의 현장성: 2020년대 어린이-현실을 수용하기
함께 고민하고, 동시라는 장르를 함께 진지하게 읽을 수 있다면 어떨까? 동시가 가닿을 대상의 확대. 동시의 다양성이 필요합니다. 동시도 하나의 장르가 되면 어떨까도 싶습니다. 어른이 읽는 동시집 말입니다. 그러면 시집을 읽지 뭐 하러 동시를 읽어? 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동시와 시의 차이는 분명합니다. 어른을 위한 동시, 어린이를 위한 동시,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읽어도 좋은 동시와 같은 다양성 말입니다. 하긴 어쩌면 이런 구분이 필요 없을 동시가 나와야 되지 않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동시 시장이 협소하다 보니 동시를 쓰는 시인이 모인 문단도 그 층이 얇은 것 같습니다. 아마 이건 전적으로 저의 생각인지도 모르지만, 아마와 프로가 하나의 운동장에서 같이 뛰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아마와 프로 작가가 있겠지만 나름대로 구분됨이 명확하게 보여집니다. (중략) 브로콜리숲의 경우 지금(2022년 10월 현재)까지 37종의 동시집을 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