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동네 탐방] 밀양으로 가다
밀양 하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인 돼지국밥 외엔 달리 아는 것이 없었던 내가 굳이 찾게 된 이유에는 친구 민혁이가 있었다. 민혁이는 십 년이 넘도록 문제가 되었던 밀양의 송전탑 설치에 관심을 가지며 밀양에 대해 나에게 알려줬고 올해 드디어 찾아가보게 되었다. 밀양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삼천포에서는 바로 가는 버스가 없기 때문에 진주역으로 향했다. 역사 안에는 소중한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들, 내일로를 타기 위해 표를 끊는 젊은이들, 가족여행을 하기 위해 모여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모두들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어디론가 향하는데, 내가 ‘왜’ 밀양으로 가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가서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가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부터 시작된 고민이었다. 밀양의 위양마을에는 무력으로 더 이상 주민들을 막는 전경버스도 없고 송전탑은 이미 설치가 되었다. 어쩌면 잠잠해졌다고 볼 수 있는 그 마을에 가서 나는 뭘 할 수가 있을까.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호텔 해운대
"뭐라카노, 니는 부산 산다고 맨날 회 처먹고, 밀면이랑 돼지국밥 먹다가 시원소주 마시면서 롯데 응원하고, 해운대 가서 바다수영하나." "그게 뭐꼬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야." 수정이 손사래를 치며 깔깔거리고 웃었다. "내가 부산이 고향이라니까, 꽈선배들한테 이 질문을 을매나 받는지 아나. 창문만 열면 바다 보이는 줄 안다니까. 그니까 니도 그딴 거 묻지 말라꼬." 마지막 문장을 말하며 친구는 꽤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부산, 해운대, 회, 밀면, 돼지국밥, 롯데. 친구와 헤어지고 수정은 두 사람이 나누었던 단어들을 다시 불러내 보았다.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의 추억처럼, 부산이란 단어와 어울리는 낱말들을 별 하나마다 짝짓기 하였다. 그것들은 제게 무척 익숙하고 낯익은 것이면서, 낯설고 먼 것이었다. 축구공, 연필처럼 질감을 가진 물건처럼 여겨지다가, 잡으려고 하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버리는 미세먼지나 바람 같았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구독과 좋아요
“삼십 년을 돼지국밥 만든 손인데…… 소고기하고 조갯살까지 넣었으니 어련하려고.” 나는 엄마가 내준 수저를 받아 들고 테이블로 바투 다가앉았다. “이건 뭐냐? 바지에다가 웬 흙을 묻혔어?” 아빠가 물어서, 나는 왼손으로 툭툭 털어냈다. 된장찌개에 햇반을 말며 이젠 제대로 된 백패킹이나 야간산행을 시작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점을 다 먹고 나서, 아빠는 설거지를 하고 나는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렸다. 우리는 오래도록 바다 쪽을 바라보며 앉아 커피를 홀짝였다. 엄마도 아빠도 나도, 이따금씩 허벅지를 주무르면서. 나는 집까지 가자면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보기 위해 스마트폰에서 티맵을 눌렀다. 예상 시간 1시간 29분. 두어 군데에서 약간의 정체가 예상되었지만 대체로 원활해 보였다. 밤사이 유럽 증시는 소폭 올랐고, 미국 증시는 1% 넘게 하락 마감했다. 한국은 장이 서지 않는 토요일. 지훈으로부터는 전화도 메시지도 없었다.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