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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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나의 첫책 (문학나눔) [우수상-아동문학(동시)] 회색 꼬마 공룡 지우개 - 임수정
[제42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 우수상-아동문학(동시)] 회색 꼬마 공룡 지우개 임수정 회색 꼬마 공룡 지우개 새하얀 지우개, 필통에 넣었는데 주말엔 거무튀튀 회색이 되었어. 그림 그리고 일기 쓰고 덧셈 뺄셈도 했더니 회색이 되었어. 커다란 지우개, 필통에 넣었는데 주말엔 동글동글 꼬마 공이 되었어. 공룡 그림 지우개, 필통에 넣었는데 주말엔 화석처럼 얼굴만 남았어. 친구 잘라주고 땅따먹기하고 도장도 팠더니 꼬마 공이 되었어 공룡 그림 지우개, 필통에 넣었는데 주말엔 화석처럼 얼굴만 남았어. 앞발은 동생 주고 몸통은 짝끔주고 꼬리는 사라져서 얼굴만 남았어. 회색, 꼬마, 공룡지우개야! 쓰고 남은 지우개 두 개, 더 생기면 공기놀이할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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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나의 첫책 (문학나눔) [장원-시] 지우개의 행방 - 김도언
[제42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 장원-시] 지우개의 행방 김도언 나는 지우개를 잘 잃어버린다 마른세수를 한다, 나를 흔들어 깨우는 움직임 글자를 써 내려가는 동안 눈이 내렸다 일기장에 꾸며낸 하루가 가득하다 창밖이 온통 새하얬는데 굵어지는 눈보라 속에서 우리는 제 자리를 지켰다 자주 입는 외투에 보풀이 일었다 엉긴 시간을 손톱 끝으로 뜯어낼 때 입가에서 각질이 떨어져 나간다 인정하는 일에는 찌꺼기가 생겼다 나는 무뎌지는 것이 두렵다고 쓴다 이건 꾸며내지 않은 이야기 책상 위를 쓸어 담는다, 나를 내버리는 움직임 페이지 채로 찢어낼 수도 있었지 종이 끝일 팽팽하게 잡아당겼을 때 창밖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눈사태가 도시를 뒤덮는 풍경 나는 불빛 쪽으로 손짓하는 사람을 보았어 황급히 창문을 열자 창밖에는 따사로운 도시의 아침이 눈은 내린 적 없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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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나의 첫책 (문학나눔) [우수상-시] 볼풀장 - 김예림
[제42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 우수상-시] 볼풀장 김예림 감자탕의 식은 살코기를 발라 먹다가 공에 맞았다 그건 감자탕집에 딸린 볼풀장에서 나온 공 공을 쥐고 놀자 엄마는 나를 볼풀장에 던져 놨다 거기서 기다려 그 위로 몸을 빠뜨리면 석고에 본을 뜨듯 공들이 내 몸에 맞게 자리를 옮겨 다녔다 손에 잡히는 공은 전부 던져 봤다 바닥이 보일 때까지 공의 무덤을 파헤치는 놀이 사실 그게 나인 놀이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은 볼풀장의 주인공이 된다 주체가 될 수 있다 공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 있는 힘껏 허공에 떠 있는 순간은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수많은 공과 분리되는 지점 은 바로 그런 거니까 풀장에 누워서 그녀가 나를 찾을 수 있을지 가늠해 봤다 몇몇 아이들이 내 쪽으로 들어와 나를 던지고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