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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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마로니에여성백일장 [우수상-아동문학(동시)/제43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쓰레기의 재탄생 - 이복
[제43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 우수상-아동문학(동시)] 쓰레기의 재탄생 이복순 오늘도 보물을 주웠어 아주 쉬워 그 애만 졸졸 따라다니면 그 애가 흘리고 간 초콜릿 껍질 반짝반짝 빛이 나 문제집 사이에 쏙 그 애가 흘리고 간 지우개 가루 보슬보슬 따뜻해 휴지에 싸서 쏙 주울 수만 있다면 그 애 눈물방울 땀방울도 줍고 싶었어 그딴 쓰레기 뭐하게? 눈치 없는 짝이 물었어 감히! 쓰레기라니! 마음이 삐었나봐 그 순간 그 애가 성큼 성큼 다가오는 게 아니겠어? 심장이 쿵! 땀이 삐질! “내가 흘린 마음도 주웠어?” 오늘도 역시 보물을 주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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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마로니에여성백일장 [장원-시/제43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플라시보 효과 - 차은지
[제43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 장원-시] 플라시보 효과 차은지 궁금하지 않았지만 옆집 꼬마의 소원은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것이란다. 갑자기 든 생각이지만 나는 나이를 불문하고 이기는 데 늘 최선을 다하지. 네가 어린애여도 말이야. 그리고 내 소원은 지구가 멸망하는 거란다. 누렇게 바랜 에코백에서 막대사탕 하나 건낼 뿐이다. 그럼 작은 머리통이 앞으로 쏟아지며 감사를 표하지. 그래 엄마 몰래 실컷 누리렴. 자고로 약은 써야 제맛이라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안주는 막대사탕 하나면 충분하지. 조금 품이 드는 짓이긴 해도 쭈글쭈글한 껍질을 깔 때면 옆집 꼬마의 소원에 동참하고 싶어진다. 지구는 혀로 굴리지 않아도 알아서 굴러다녀 북극과 남극이 뒤집힐 일도 없지. 시간이 지나 녹을 일도 없다. 빙하가 녹기야 하겠지만 그건 달콤해진 소주를 입안에 털어 넣는 것만큼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다. 흡연구역이 되어버린 금연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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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마로니에여성백일장 [우수상-시/제43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삐에로와 대파 - 이소명
[제43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 우수상-시] 삐에로와 대파 이소명 슬픔은 삐에로의 분장이다 유명한 기자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울거나 웃지 않고 강 밑으로는 내려가지 않는다 다만 매일 아침 대파 화분에 물을 주고 안부를 물으며 커피를 마신다 하루 만 보를 걷고 저녁은 꼭 만들어 먹는다 대파를 아주 많이 사용한다 대파를 썰면 눈이 붓는다 과학자처럼 인과관계가 분명한 것이 좋다 자다가 가끔 화분이 말을 걸어오면 나는 느릿느릿 몇 마디 대꾸하고서 냉동실로 걸어 들어간다 아침은 대파 잎을 타고 흐르는 빛 줄기처럼 눈부시다 나는 매일 쥐어짜는 얼굴로 침대에서 깨어난다 대파는 무침도 될 수 있고 구이도 될 수 있고 크림치즈도 될 수 있다 뿌리가 있으면 계속해서 살아서 자라서 나를 먹인다 슬픔은 아이스팩이다 어느 과학자가 썼다 나는 냉동실에 얼려둔 나를 전부 꺼내서 수레에 싣고 강가로 간다 다리 위로 촛불의 밝힌 사람들의 행렬이 밝게 일렁인다 무언가를 참는 순간이 가장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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