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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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마로니에백일장 장원_산문]엄마의 그림자
[제31회 마로니에전국여성백일장 장원_산문] 엄마의 그림자 박현 “이상하다. 너는 왜 언니들과 하나도 닮지 않았니?”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우리 집을 다녀가거나 언니들을 본 친구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자매라면 얼굴이 닮아야 하는데 내가 봐도 세 언니들과 나는 닮은 부분이 없다. 각각 어디서 주워 온 공깃돌처럼 둥글고 길고 각지고 다른 모습이다. 그냥 흘려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금빛 햇살이 곱게 빗질을 한 것처럼 쏟아지던 봄날. 동사무소 앞을 지나다가 불현듯 엄마가 보고 싶었다. 엄마를 마지막으로 본 사십여 년 전 그날부터 지금까지 엄마는 내 가슴에 살면서 내 감정을 조절하고 같은 얼굴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어느 한순간도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동사무소에 들어가서 엄마의 제적등본을 떼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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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마로니에전국여성백일장 - 시 부문 우수? ] 달리기 김현진 ? 수상자의 목소리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요. 바람이 구멍 난 나뭇잎사귀 곁을 지날 때마다 잎맥을 갉아먹던 애벌레가 나뭇결 같은 갈색 주머니 안에서 흔들리며 꿈을 꾼다. 그 곁으로 사소한 발길질에도 구르는 돌멩이처럼 그녀의 구부린 등허리가 꺾어진 그늘을 이루며 언덕을 오르고 숨소리마저 햇살의 거미줄에 사로잡혀 소거되는 오후, 길 위를 지나는 분주하고 소란한 세상의 소리를 등지고 달팽이 같은 그녀가 손수레를 머리에 이고 느린 보폭으로 기어가고 그녀의 그림자가 달팽이 진액처럼 달라붙은 길에는 땅거미가 기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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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마로니에전국여성백일장 장원_시] 그림자 심은정 1. 아버지와 함께 그림자가 발굴되었다 2. 십 수 년 전 하관할 때 껴묻거리로 순장된 그림자가 툭툭, 몸에 묻은 봉토를 털며 일어섰다 좀비가 다 된 그가 무서웠지만 삭아 내린 캄캄한 관 속에서 백골이 되도록 아버지를 지켜준 게 고마워 나는 그와 뜨거운 악수를 했다 아버지는 살아생전 어른의 그림자는 밟는 게 아니라며 저만치 떨어져서 따라오게 하셨다 저녁놀이 지평선에 붉은 낙관을 찍을 무렵 장에서 돌아가는 아버지의 그림자는 길어 그만큼 나는 멀어져야 했는데 초록이 동색이듯 땅거미와 그림자가 몸을 섞었을 때 비로소 아버지는 손을 잡아 주셨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