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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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새에 대한 믿음
새에 대한 믿음 마윤지 눈 한 번 깜빡 할 때마다 새 한 마리가 죽는다는 거 알아요? 유리벽은 어디에나 있지만 부딪친 새를 본 적은 없다 사랑하는 무엇이 생기면 팔이 길어지고 어깨가 슬쩍 넓어지는 것 같다 한 번에 안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동그랗고 하얀 스티커를 붙인다 아래 위 왼쪽 오른쪽 피로해지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지금의 낮을 걷어 올리며 촘촘히 부지런히 아래(에서) 위(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안음은 몸속의 방향을 껴안는 일 새를 기다리지 않는다 벽을 기다리지 않는다 하늘 구름 쪽으로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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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사랑의 경로
사랑의 경로* 마윤지 수련원에 온 아이들이 운동장 고무 대야에 잔뜩 만들어 놓고 간 것 심장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랑은 너무 약하고 낭만적이지만 물풍선은 어때 터트리기 위해 채워 넣은 순서를 알 수 없는 시한폭탄처럼 바닥에 가까워질 듯 바닥에 닿지는 않은 이런 걸 가지고 태어난 적 있나 중얼거리면서 출렁이는 가슴을 조금도 쏟지 않으려는 게 웃기다 말랑거리는 건 기분 나빠 산산조각이 내겐 더 가까워 밟는다 발바닥을 간질이며 부드럽게 굴러 나와 춤추는 파랑 보라 연두 부풀지 않을 모양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 같지만 밟는 법도 배워야 아는 거라고 양말을 벗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물은 줄지 않고 더 높아지기만 해서 그걸 퍼다가 빨래를 한다 * 신승은,「사랑의 경로」(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