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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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아이
짝꿍 윤지가 부러운 듯 한껏 부풀어 오른 어깨를 만졌다. 내가 봐도 나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예쁜 원피스였다. “그런데 왜 네가 입었어? 이건 여자 옷이잖아, 박예찬.” 윤지가 치맛자락을 잡고 호호호, 하고 웃더니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얘들아, 박예찬 좀 봐. 원피스를 입었어. 글쎄 여자 옷을 입었어.” 반 아이들이 윤지의 말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았다. 뭐야! 박예찬, 넌 남자잖아. 저게 뭐야 하며 킥킥거리는 남자애도 있었고, 어머나 세상에 하며 멀찍이 떨어져 귓속말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는 원피스 예쁜데. 예쁜데,라고 속으로 외치면서도 어깨가 자꾸 움츠러들었다. “박예찬, 예쁜 옷 입었네.” 소라였다. 아이들 속에서 툭, 튀어나와 원피스를 잡은 윤지 손을 쳐 냈다. 소라는 걷기 시작해 어린이집을 다니면서부터 친구였다. 나와 소꿉놀이하고, 인형 놀이도 같이한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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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엄마, 조금 더 기다려주면 안 될까요?
나는 엄마 딸 이전에, 윤지미이거든요! 나는 착한 딸 윤사론이 아닌 내 길을 내가 가는 윤지미이거든요! 그러니까 조금 더 기다려주면 안되나요? 작가소개 노경실(소설가)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습니다. 한국일보 신춘문예(소설), 중앙일보 신춘문예(중편소년소설)로 등단하여 이 시대 우리 어린이들과 청소년의 마음을 가장 훌륭하게 표현하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 국립도서관 소리책나눔터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작품으로는 『사춘기 맞장 뜨기』 등 청소년 에세이와 『상계동 아이들』, 『복실이네 가족사진』, 『철수는 철수다』, 『청소년 북유럽 신화(전5권)』, 『열네 살이 어때서?』, 『열일곱, 울지 마!』등 많은 장편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냈고, 『그림 자매 시리즈(전8권)』, 『애니의 노래』 등 번역 작업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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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새에 대한 믿음
새에 대한 믿음 마윤지 눈 한 번 깜빡 할 때마다 새 한 마리가 죽는다는 거 알아요? 유리벽은 어디에나 있지만 부딪친 새를 본 적은 없다 사랑하는 무엇이 생기면 팔이 길어지고 어깨가 슬쩍 넓어지는 것 같다 한 번에 안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동그랗고 하얀 스티커를 붙인다 아래 위 왼쪽 오른쪽 피로해지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지금의 낮을 걷어 올리며 촘촘히 부지런히 아래(에서) 위(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안음은 몸속의 방향을 껴안는 일 새를 기다리지 않는다 벽을 기다리지 않는다 하늘 구름 쪽으로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