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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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문학을 배달하는 소설가 하성란
▶ 하성란 :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가끔 문장배달을 잘 읽고 있다는 분들과 마주칠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아, 정말 읽으시는 분들이 계시구나, 더욱 좋은 문장을 찾아야지, 부끄러우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 등기우편이구나, 문장배달은. 수신인 손 안에 잘 도착했으니까요. ▶ 주하림 : 문학집배원으로서 독자들에게 바라는 점 혹은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살짝 공개해 주세요. ▶ 하성란 : 좋은 문장을 읽으면 그 문장의 의미를 짐작하는 일도 재미있지만, 전 자연스럽게 제 경험이 떠올라요. 그렇게 읽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배달하며’는 2매 분량으로 짧은 글인데, 이 문장을 읽는 분들의 ‘받아보며’라는 글도 개인적으로 읽고 싶어요. 아마도 다들 다르실 거예요. 얼마나 다양한 개인적 경험이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 주하림 : 최근 ‘예술진흥기금 확충’과 관련한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하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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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2013년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곡비처럼-김애란론
어느 집안에나 꼭 한 명씩은 존재하는 천덕꾸러기. […] 제대 후 용대는 중국집 배달, 이발소 보조, 술집 웨이터, 아파트 경비 일을 전전했다. 대부분 형이 어렵게 주선해준 자리였다. 용대가 꾸준하게 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툭하면 말도 없이 결근했고, 주인이 한 마디 하면 열 마디 대꾸한 뒤 가게 문을 박차고 나왔다. 눈치 없이 손님들 대화에 끼어드는 일도 잦았다. […] 그저 보증을 서는 줄 알았는데, 용대의 선배라는 중개업자가 집을 두 사람에게 이중으로 팔아버리고 잠적해버린 뒤였다. […] 용대는 결국 집을 나왔다. 말 수 적고 점잖은 형이 ‘이 새끼가 하다 하다 별 지랄을 다 한다’며 용대의 귀싸대기를 때린 밤. 깡패들에게 상투적이고도 무시무시한 최종 협박을 받은 날. […] 서른일곱 때의 일이다.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 인용된 부분에서 살필 수 있듯, 그녀의 글에서는 어린이 특유의 명랑함도 없고 초년생 특유의 아련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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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나무가 잎에게 계절을 묻는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나에게 〈문장〉에게 무엇인가를 바란다는 그 자체가 내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뿌리 깊은 나무가 잎사귀 하나에게 계절을 물어보는 느낌이었다. 비록 작은 잎이지만 계절을 물들이는 마음으로 몇 가지 생각해 보았다. 마로니에 백일장을 통해 〈문장〉을 알고 수시로 들락거리던 독자의 입장일 뿐이다. 나는 메인 화면의 변화를 그려 보았다. 〈문장〉의 문을 열었을 때 마치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듯 시 배달(음악과 낭송)이 잔잔하게 흘러나오도록 오른쪽 상단을 장식했으면 좋겠다. 커피 향에 마음이 눈 녹듯 녹아버릴 것만 같다. 시 배달 화면 아래, 독자들이 듣고 싶은 시들을 추천할 수 있는 코너도 만들어 독자가 뽑은 시를 다시금 배달해 주는 일도 즐거울 것 같다. 〈문장〉의 화면을 보면서 서랍정리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메인 화면에는 누구나 자주 클릭하고 만나 볼 수 있는 조회 수가 많은 것을 배치하고 전문적인 자료들은 따로 구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