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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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동 대학원 수료. 2014 《문학동네》 신인상 소설 부문에 「오른쪽」으로 당선. 《문장웹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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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문학창작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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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주력 상품은 캡슐 형 비타민과 내비게이션 시스템이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필수품일 수도 있었는데, 대개의 사람들은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 버렸다. 간혹 엄마는 내게 전화를 걸어서 물건을 파는 시늉을 했다. 그럴 때는 상사가 엄마 옆에 서서 그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엄마의 불안한 소프라노 톤 음성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과연 이런 식으로 물건을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의문이 들었다. 세일즈 실적 때문에 우리 집 구석에는 어디에나 비타민 상자가 쌓여 있었다. 새로 온 소장은 우연찮게도 엄마와 초등학교 동문이라고 했다. 그즈음 어떤 일에도 표정이 없던 엄마는 아주 재미있는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몇 번이고 내게 그 이야기를 했다. 거절당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 서서히 소모되어 온 엄마는 오랜만에 두 볼이 패이도록 미소를 지었다. 그 날 새벽, 나는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 엄마가 거실에 있는 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