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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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음험하게 숭고한 사랑
[문학 더하기+(소설)] 음험하게 숭고한 사랑 ─ 소설 『우리가 통과한 밤』(기준영, 문학동네, 2018)*과 영화 <도희야>(정주리, 2014) 오혜진(문화연구자) 작년 가을에 출간된 기준영의 장편소설 『우리가 통과한 밤』의 표지를 한참 들여다봤다. 최근 많은 '여성 소설'이 그렇듯, 이 책의 표지 역시 그다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여자 두 명의 '뒷모습'을 택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얼굴 없는, 검은 긴 머리에, '표준' 혹은 다소 마른 체형의 여성-형상들이 '여성 서사 강세'라고 적힌 한국 문학 매대를 장악하고 난 후, 더 이상 내게 '뒷모습'은 독자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이미지는 아니게 됐다. 표지 속 그녀를 돌려세워 표정을 확인하고 싶다는 궁금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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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패터슨, 웬디, 그리고 이기호 그들의 빛
[문학 더하기+(소설)] 패터슨, 웬디, 그리고 이기호 그들의 빛 - 이기호, 「최미진은 어디로」,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2018, 문학동네 염승숙 패터슨. 그는 '패터슨 시'의 버스기사이고, 매일같이 시를 쓴다. 패터슨 시에서 살아가는, 일하며 시 쓰는 패터슨 씨. 이 리듬감 있는 문장마저도 영화 <패터슨>에서는 시적으로 차용되고 있다. 패터슨 씨의 특별할 것 없는 그러나 분명히 특별해 보이는 어느 일주일을, 감독 짐 자무쉬는 특유의 성실한 제스처로 직조해 낸다. 눈을 뜨고 아내에게 키스하고 씻고 시리얼을 먹고 스탠리 도시락을 손에 든 채로 회사로 걸어가는 것, 하루 종일 운전하는 것, 퇴근 후 아내와 마주 앉아 저녁을 먹는 것, 마빈과 함께 산책하고 펍에 들러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것 그리고, 시간을 쪼개어 온종일 틈틈이 이어지는 그의 시작(詩作)······. 그는 반복적인 일과 속에서 영감을 얻고 그것을 자신의 작품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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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도플갱어
[문학 더하기+(시)] 도플갱어 김신식 집 창문을 본 지 오래되었다. 관리실에서 작성한 공고문을 본 게 발단이었다. 공고인즉슨 비바람이 부는 날 창문을 열어 놓으면 떨어질 수 있으니 되도록 닫아 놓으라는 것이었다. 경고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 박살난 유리창 사진이 게시된 걸 보니 덜컥 겁이 났다. 언젠가부터 에어컨 실외기 창이 창문을 대체했다. 공기청정기를 들였고 암막커튼을 달면서 창문으로 바깥세상을 볼 일이 점점 줄었다. 좀처럼 창문을 볼 일이 없으니 창문을 다루는 기록물을 보면 어색했다. 창문이 나오는 작품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가 등장인물의 긴 이름이 헷갈려 이전 페이지를 다시 읽어야 하는 옛 러시아 소설 같았다. 창문 하면 으레 일조권과 조망권이 떠오르지만 나는 그런 권리와 거리가 먼 생활을 하는 중이다. 가령 햇살이 궁금하면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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