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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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화엄사 각황전 옆 적매화 꽃잎 땅에 떨어져
화엄사 각황전 옆 적매화 꽃잎 땅에 떨어져 박남준 저건 절명이다 아니 화엄이다 붉은 절정의 적매화 꽃잎 땅에 누워 그대로 와불이다 아스라히 흩어진 허공중의 윤회를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화엄사 각황전 옆 적멸로 오르는 돌계단이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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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중독자
중독자 박남준 익어 가고 있다 햇빛과 달빛, 별들의 반짝이는 노래를 기다렸다 너무 격정적이지 않게 그러나 넉넉한 긴장과 두근거림이 휘감았다 마디마디 관통했다 사랑이었던, 슬픔이었던 너를, 당신을, 나를 은일의 바닥에 깔아 무참히도 구긴다 비빈다 짓이긴다 산다는 것 이렇게 서로의 몸을 통해 흔적을 남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 퍽큐 나를 더 뜨겁게 짓이겨 줘 악을 써봐 제발 비명을 질러 봐 어찌하여 상처가 향기로운지 이따금 틈틈이 모던한 멜랑콜리와 주렴 너머의 유혹이 슬그머니 뿌려진다 찻잎의 그늘이 깊어진다 어쩌면 고통, 어쩌면 욕망의 가장 먼 길 저 산 너머 끝자리 한 점 티끌이기도 거대한 중심이기도 지독하다 끔찍하다 너에게로 물든 중독 찻잔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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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박남준 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절정을 건너온 매화꽃잎 바람에 휘날렸다 향기로운 매화의 봄은 그새 가고 마는가 이제 기약할 수 있는 내일의 시간이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는 지천명의 나이 꽁꽁 얼음이 얼고 삼월춘설, 백발가를 불러주랴 눈발은 휘날리는데 뜰 앞의 진달래 꽃봉오리 젖가슴처럼 부풀었다 어떤 그리움으로 이렇게 성급히 마중을 나왔더란 말이냐 이대로 연분홍치마 드리울 수 있겠느냐 눈 들어 차마 못 보겠다 네 참을 수 없는 마음 때문이다 진달래 연분홍 붉은 머리 아래 홀로 술잔을 기울이랴 갈 곳 없는 마음이 그리움 곁을 맴돈다 어지럽다 연분홍 붉은 그리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