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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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살아 꿈틀대는 노동의 시
이 점에서 김신용의 노동 경험이나 삶의 감각은 공장이나 기업의 임노동자였던 박노해나 백무산의 그것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위의 시에서 보듯, 김신용은 날마다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 일당 15,000원에 자신을 팔아야만 먹고살 수 있었다. 이러한 생계 조건이 김신용의 노동시가 다른 시인들의 노동시와 변별성을 갖는 요인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노동자는 아니지만 노동 현실에 대한 뿌리 깊은 각성을 보여준 김지하나, 노동자의 부당한 현실을 체험적으로 시화한 박노해, 백무산, 김해화 등의 시가 ‘노동 해방과 사회 변혁’이라는 목적의식에 복무한 바가 크다면, 김신용의 시는 상처투성이 노동자의 육체와 가슴에서 우러난 ‘피와 살의 언어’로 ‘인간과 삶의 조건’을 탐구하는 존재론적인 측면이 더 강했던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김신용의 시는 선전선동적인 성격을 표출하지 않으며, 1980년대 노동시의 전형적인 어법에 침윤된 흔적 또한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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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독자모임-언제나 다층적인 읽기를 위한 좌담 4
그런데 박노해를 비롯한 노동자 시인들이 등장한 거죠. 진짜 현장의 노동자가 현장의 이야기를 쓴 거죠. 대단한 환영을 받았죠. 당시 민중민족문학 담론에는 명확한 지향점이 있었어요. 첫째, 새로운 민중민족문학은 노동자에 의해서 탄생한 노동자 문학이어야 할 것. 둘째, 구체적인 노동현장과 생활현장의 매개가 있어야 할 것. 셋째, 의식의 각성이 있어야 할 것. 거칠게 정리하자면 이런 거였죠. 하지만 훗날 민중민족문학담론은 박노해를 비판합니다. 이 기준에 미치지 못했거든요. 그 시대의 강박이었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80년대 민중민족문학담론이 이야기하는 노동자가 기층민중의 차원을 대변하는 노동자라면, 이 시대의 노동자인 김동식 작가는 그런 이데올로기나 강박에서 자유로워요. 김동식 작가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제도권에서 글쓰기를 배워 본 적도 없는, 몫을 가져 보지 못한 자로서의 노동자예요. 작품에 등장하는 노동자도 이전의 민중민족문학이 생각했던 그런 노동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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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한국소설 속 아시아 담론
시인 박노해는 자신이 관여하는 단체 ‘나눔문화’를 통해 이스라엘의 침략을 받은 레바논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과 현지 답사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이런 움직임이 주로 이른바 ‘민족문학’ 진영에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특히 의미심장하다. ‘민족문학’이라는 개념과 그 운동에 비판적인 이들은 그것이 국수주의와 배타성으로 흐를 가능성을 거론하곤 해 왔다. 그러나 민족문학 ‘진영’ 작가들의 작품과 잡지, 그리고 여타 문학 외적 활동은 그들이 오히려 비판자들보다 더욱 개방적이고 국제주의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지 않겠는가. 우물 안 개구리 식의 협소한 시야에 갇혀 있다는, 한국문학을 향한 안팎의 비판에 당당하게 맞서려는 작가들의 진군은 계속되어야 한다. 《문장 웹진/ 2006년 10월》